“소변 주머니 없어도 돼” 환자 삶의 질 유지해주는 인공방광수술
방광암 치료에 소장 활용법 떠올라
일부를 주머니로 만들어 방광 대체… 일상에 불편함 없어 환자 만족도 높아
정밀 수술 위해 로봇 활용 사례 증가… 개복술에 비해 출혈 적은 것도 장점
정두용 인하대병원 비뇨의학과 교수가 29일 자신의 집무실에서 방광이 소변을 저장하고 배출을 반복하는 과정에서 암이 발생하는 원리를 설명하고 있다. 인하대병원 제공
60대 중반의 최모 씨는 최근 소변을 보다가 혈뇨를 확인하고 깜짝 놀랐다. 며칠 후 다시 혈뇨를 본 그는 인하대병원을 찾아 정밀검사를 받았다. 검진 결과, 방광암 2기 이상에 해당하는 ‘근육 침범 방광암’으로 판정을 받았다.
그는 주치의 정두용 교수(비뇨의학과)와 상의해 로봇 수술기를 활용한 ‘근치적 방광 절제술’과 ‘인공 방광수술’을 받았다. 암이 침범한 방광과 전이 가능성이 높은 골반 림프절을 로봇 수술을 통해 제거했다. 방광이 있던 자리는 소장 일부를 주머니 모양으로 만들어 인공 방광으로 대체했다. 최근에는 재발 방지를 위해 방광 내 항암제 주입요법 치료를 시작했다.
최 씨는 “배 바깥에 소변 주머니를 달지 않고 삶의 질을 유지하고 있어 매우 만족하고 있다”고 수술 후 경과를 설명했다.
방광은 속이 빈 주머니처럼 생겨 소변의 저장과 배출을 담당하는 장기다. 남성은 직장 앞쪽에, 여성은 자궁 앞에 방광이 위치해 있다. 방광암은 이 방광에 악성 조직이 계속 증식하는 질환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국내 방광암 환자 수는 2016년 3만726명에서 2020년 3만8151명으로 4년 새 24%가량 급증했다. 2020년 환자 수 기준으로 성별로는 남성(3만1036명)이 여성(7115명)의 4배 이상이다.
방광암의 주된 원인은 흡연이다. 또 각종 화학 물질이나 약품에 직업적으로 노출되는 것도 발병 요인으로 알려져 있다. 신장에서 만들어진 소변이 요관을 통해 방광에 모이는데, 방광 점막을 자극하고 손상시키는 물질이 포함된 소변이 방광에 저장되었다가 배출하기를 반복한다. 방광이 소변에 있는 흡연 관련 유해 물질이나 화학 약품에 계속 노출되면 자칫 방광암이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방광을 거치지 않고는 소변을 배출할 수 없어 이런 과정이 반복되면서 재발도 쉬운 편이다.
가장 의심해야 할 방광암의 증상은 혈뇨다. 혈뇨가 의심되면 신속히 검사를 받아볼 필요가 있다. 하지만 소변 색이 붉다고 모두 혈뇨는 아니다. 운동을 많이 했을 때 미세하게 근육이 분해되면서 소변에 섞여 나와 붉게 보일 수 있다. 결핵약 같은 특정 약물로 인해 소변이 붉게 보이는 경우도 있다. 요로 감염이나 요로결석, 전립샘 비대증으로도 혈뇨가 발생할 수 있어 검사가 필요하다.
최근에는 암 환자의 생존율이 높아지면서 수술 후 삶의 질이 중요한 요소가 됐다. 따라서 방광암 환자들에게 인공방광 수술이 희망이 되고 있다. 인공방광 수술은 환자의 소장 일부분을 이용해 새로운 방광을 만들어 정상적으로 소변을 볼 수 있게 만들어 주는 수술이다.
정상적으로 소변을 볼 수 있는 것은 물론 운동이나 성생활도 가능해 환자들의 만족도가 높다. 최 씨처럼 로봇 수술기를 활용해 근치적 방광 절제술과 인공방광 수술까지 시행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최소 침습 수술이어서 개복수술에 비해 출혈 위험이 적다. 로봇팔을 이용해 요도와 인공방광의 정밀 봉합이 가능해 장기 기능의 조기 회복 등 환자에게 도움이 된다.
정 교수는 “로봇 인공방광 수술은 고난도의 수술에 속하지만 숙련된 전문의가 안전하게 시행한다면 합병증을 최소화하고 수술 후에도 환자가 건강한 삶의 질을 유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차준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