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기를 먹을 줄 아는 사람들은 두툼하게 썬 고기를 센불에 딱 한번 뒤집어 우물거린다. 물론 생등심의 경우다. 살짝 익은 살코기의 육즙이 설화처럼 피어오른 마블링의 고소함과 어우러져 몇번 씹지 않고도 금세 혀끝에서 사라지고 만다. 서울 왕십리-마장동 주변은 예로부터 고기집으로 유명한 거리다. 요즘에야 강남의 대형 갈빗집에 밀리는 감이 없지 않지만 그래도 고기 맛을 아는 이들은 꾸준히 이들 골목을 누빈다.청계 9가 양지사거리 인근 성동보건소(옛 경찰병원) 건너에 자리한 유래회관은 제대로 된 고기 맛을 느끼기에 꽤 괜찮은 집이다.
37년 전통(2대째)이 말해주듯 웬만한 미식가 치고 이 집의 쇠고기 등심 맛을 보지 않은 경우가 없을 정도로 이미 유명세도 얻고 있다.
이 집은 다른 집처럼 손바닥만한 등심 대신 나박김치처럼 조각조각 썰어 놓은 등심을 상에 올린다. 메뉴도 단 한가지 생등심(사진) 뿐이다. 투박한 불판을 달궈 비곗살로 기름칠을 한 뒤 구워먹는 한우 등심이 무척 부드럽다.
고기는 개업 이래 줄곧 충남 예산 것을 가져다 써 수십년 단골들로부터 "고기 맛이 한결같다"는 호평을 받고 있다. 요즘은 '토바우'라는 브랜드로 알려지며 횡성한우에 필적 할만 하다는 게 주인 박종현 사장(68)의 자랑이다.
고기를 구워 먹을 때 빼놓을 수 없는 게 파무침이다. 큰 비결은 없지만 양념이 고루 배일 수 있도록 충분히 숨을 죽인 후 상에 올려, 매콤 달콤 향긋한 게 별미다.
고기집의 평판은 된장국에서도 좌우된다. 이 점에서도 유래회관은 합격점이다. 익산에서 직접 담가다 쓰는 집된장에 통멸치와 통통한 우동면발을 넣고 끓여낸 된장국수(2000원)의 시원한 국물맛이 포만감과 개운함을 한꺼번에 가져다준다. 또 불판에 깍두기를 잘게 썰어 올린 후 국물이 졸아붙을 때까지 살짝 익힌 다음 밥을 볶아 먹는 매콤 꼬들한 복음밥(2000원)도 별미이다. 생등심 1인분 3만원(220g 기준)으로 다른 곳에 비해 결코 비싸지 않으면서도 양까지 푸짐하다.
오전 11시~오후 10시30분 문을 연다. 연중무휴. 40대까지 주차 가능한 전용 주차장이 있으며, 2~3층에 200평 규모의 널찍한 업장을 갖추고 있다. 전철 2호선 상왕십리역 2번 출구~청계방면 양지사거리~우회전. (02)2293-886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