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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배낭길잡이★ 유럽 배낭여행 원문보기 글쓴이: 네비게이터
독일 여행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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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00종 이상의 맥주가 생산되는 맥주의 본고장이자 2006 월드컵이 열리는 독일. 독일은 유럽에서도 독특한 색깔을 지닌 나라다. 아름다운 중세의 거리에서 산책을 하고, 소시지 안주 삼아 맥주를 원샷 하고, 때론 라인강변에 앉아 대문호 괴테의 문학정취에 흠뻑 빠져볼 수 있다.
#로텐부르크
독일 로텐부르크는 중세에서 시간이 멈춘 도시다. 15세기 독일의 모습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고도. 그곳에 다녀온 사람들은 서로 약속이라도 한 듯 한결같이 동화나라에 다녀왔다고 말한다.
실망스럽게도 로텐부르크에 도착한 날 추적추적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자욱한 안개와 오가는 행인없이 적막한 거리. 그러나 음산한 날씨 속에서도 그곳은 진짜 동화나라였다. 집집마다 장난감 같이 얹혀진 파스텔톤 지붕은 스며든 빗방울에 더욱 빨간 색채를 띠고, 바닥에 깔린 자갈길은 비를 머금은 채 반질반질 윤기가 난다.
어슴푸레해지는 조용한 저녁거리를 산책하다보면, 중세 망토를 입고 한손에는 촛등을 든 채 딸랑딸랑 종을 흔들며 지나가는 사람과 문득 마주치게 된다. 그 옛날 종소리로 저녁임을 알렸을 중세 수도승처럼, 그는 점잖은 미소로 눈인사를 던지고는 희뿌연 안개 속으로 총총 사라진다.
혹시 비에 젖은 로텐부르크가 음산한 마녀의 잠자는 숲같이 느껴진다 하더라도, 조금만 인내심을 갖고 기다려보자. 독일의 하늘은 고지식한 독일사람들의 성격과는 정반대로 무척이나 변덕스럽다. 새파란 하늘에서 갑작스레 비를 뿌리다가도, 몇시간 후엔 언제 그랬느냐는 듯 선글라스가 필요할 정도로 따사로운 햇살이 내리쬘 테니.
이곳의 정식 명칭은 ‘타우버강 위의 로텐부르크’(Rothenburg ob der Tauber). 타우버강에서 보면 푸른 숲속에 둘러싸여 공중에 둥실 떠있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도시 남쪽의 타우버 리비에라 산책로를 걸으며, 아름다운 타우버 계곡의 풍광을 내려다봐도 좋다. 졸졸 시냇물 같은 타우버강에 굽이굽이 휘감긴 채, 소담한 나무에 둘러싸인 빨간 마을은 머리 속으로나 그려봤던 그림동화 모습이다.
로텐부르크의 타임머신을 도시의 기원까지 거꾸로 돌리면 9세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오래된 역사만큼이나 삐걱거리는 나무계단을 밟고 마르크트 광장의 시청사(Rathaus) 탑 꼭대기까지 올라가면 도시를 감싼 12세기의 성벽과 돌로 만들어진 길과 다리, 동화 같은 집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벽돌 하나까지도 중세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기 위해 이곳 사람들은 창문 하나도 허락없이 교체할 수 없다고 하니, ‘중세의 보석’이란 별명이 괜히 붙은 것이 아니다. 그래서 로텐부르크는 독일 내에서도 최고의 신혼여행지로 손꼽히는 도시이다.
로텐부르크에서는 1,000년 된 자그마한 술집에서 맥주를 마시며 친구들에게 동화나라에서 부치는 엽서 한장 써보는 것도 각별한 추억이 될 듯하다.
#프랑크푸르트
만약 중세에서 다시 21세기의 독일로 돌아오고 싶다면 기차를 타고 조금만 거슬러 올라가 경제·금융의 도시 프랑크푸르트에 들러보자. 하늘을 찌를 듯한 최첨단 빌딩과 전통가옥들이 공존하는 독일의 현재 얼굴을 감상하는 것도 또다른 재미이다.
#비스바덴
프랑크푸르트 바로 옆의 비스바덴에 들러 온천욕을 즐기며, 시대를 뛰어넘은 긴 여행의 피로를 풀어보는 것은 어떨까. 아름다운 자연풍광과 온천으로 유명한 비스바덴은 ‘황제들이 사랑한 도시’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특이하게도 산 정상에 야외풀장이 있는 네로부르크산 정상에 오르는 것도 잊지 말자. 산위에서 비키니 입고 주황색 지붕 빼곡한 아름다운 마을 전경을 내려다보며 선탠을 하는 모습이 재미있다. 산 정상까지는 설치된 지 100년도 넘은 케이블 열차가 지금도 운행된다. 그 옛날부터 비스바덴의 자연을 보호하기 위해 전력이 아닌 수력으로 움직이게 만들었다니 부러울 뿐이다.
#하이델베르크
하이델베르크도 프랑크푸르트에서 불과 1시간 거리다. 이미 ‘황태자의 첫사랑’으로 너무나 유명한 이곳은 그 어느 곳으로 시선을 돌려도 그림이 된다. 괴테와 실러, 헤겔 등이 산책했다던 철학자의 길은 이 지역 주민들의 조깅코스로 활용되는 모양이다. 철학자의 향취를 조금이나마 느껴보려 이 먼곳까지 찾아온 사람들이 볼 땐 그 아름다운 길에서 운동복 차림으로 조깅하고 있는 그들이 넘치는 호강을 하고 있는 셈이다.
중간중간 도시마다 술집에 들러 그 지방 고유의 맥주맛을 감상하는 것도 반드시 넣어야할 여행코스. 분위기가 무르익어 누군가 노래를 부르기 시작하면 모두 함께 합창하며 호쾌하게 맥주를 들이켜는 독일인의 모습에서 낯익은 친근감이 느껴질 테니 |
괴테는 “하늘이 어딜 가나 푸르다는 사실을 아기 위해 세계일주 여행을 할 필요는 없다”고 했다. 그 말을 빌린다면, ‘괴테가 위대한 문호라는 사실을 알기 위해 괴테가도를 여행할 필요는 없다’는 말인가. 그러나 그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특별한 과거로의 여행은 또다른 상상력을 불러일으킨다. 더구나 괴테가도는 루터와 바흐의 발자취와도 겹쳐, 문학·종교·음악 각 분야를 대표하는 인물 탐구기행 코스이기도 하다.
#프랑크푸르트-대문호의 질풍노도기를 엿보다
괴테가도는 괴테가 태어나 16살까지 살았던 도시 프랑크푸르트에서 출발한다. 번화한 도시 한가운데 자리한 ‘괴테의 집’은 신기할 정도로 보존이 잘 돼 있다. 2차대전 때 폭격을 받았지만, 시민들의 노력으로 복구됐으며 가구들은 미리 안전한 곳에 옮겨놓아 무사했다고 한다. 이곳엔 괴테가 친필로 남긴 습작노트, 절친한 친구였던 쉴러와 주고받았던 편지, 심지어 조그마한 쪽지까지 고스란히 보관돼 있어 대문호를 아끼는 독일인들의 정성이 느껴진다.
18세기 복장의 가이드는 방 구석구석을 안내하며 마치 자신이 괴테인 양 “아버지는 제가 법률가가 되길 원했지만 전 이미 셰익스피어에 빠져 있었다”고 천연덕스럽게 설명한다. 괴테는 이 집 3층의 왼쪽 방에서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파우스트’의 초안을 구상했다고 전해진다.
#아이제나흐-아름답고 신비로운 성에 서다
아이제나흐부터는 구 동독지역에 속한다. 프랑크푸르트의 헤센주에서 튀링겐주 경계지역을 고속도로로 통과할 땐 동·서독을 갈랐던 옛 장벽의 흔적이 눈에 띈다. 그러나 오랜 분단기간도 훼손하지 못한 자연풍경만큼은 아직도 그 아름다움을 자랑한다. 고속도로 양 옆엔 푸른 들판과 샛노란 유채꽃밭이 보색대비를 이루며 바둑판처럼 교차돼 지평선 끝까지 닿는다.
아이제나흐는 특히 루터와 인연이 깊은 도시다. 루터가 1521년 성서를 번역했던 곳이 바로 이 도시의 바르트부르크성이다. 성 안의 박물관에는 루터의 친필메모가 담긴 성경 등이 전시돼 있다.
바르트부르크는 항상 안개에 둘러싸인 신비한 성. 1067년 루트비히 백작이 이 땅을 처음 발견하고 ‘기다려라(Wart!) 이 산에 나의 성(Burg)이 선다’고 말한 데서 이름이 유래됐다. 높은 산 위에 세워졌기에, 성의 장벽에서 내려다보는 전망 또한 일품이다. 이 성엔 하나의 전설이 전해내려온다. 13세기 초 성의 무대홀에선 미네징거(궁정연희가수)들의 목숨을 건 노래경연대회가 열렸다고 한다. 노래를 잘 부르지 못하면 바로 목이 날아가는, 처절한 대회였다. 이는 훗날 바그너의 ‘탄호이저’ 모티브가 된다.
#에르푸르트-나폴레옹과의 인연을 되새기다
에르푸르트는 나폴레옹이 자신의 관저로 괴테를 초대해 만났던 도시. 나폴레옹은 전쟁 중에도 ‘베르테르의 슬픔’을 손에서 놓지 않을 정도로 괴테의 팬이었다고 한다.
또 이곳은 1505~1511년 루터가 수도를 닦은 오거스티니안 성당으로도 유명하다. 루터가 명상을 하며 돌던 회랑과 그가 기도하던 제단도 볼 수 있다. 성당 안에는 여행객들을 위한 호텔도 있는데, 호텔 방에는 달랑 침대와 옷장뿐이다. TV, 전화, 라디오는 일절 찾아볼 수 없다. 저녁 8시에 취침, 새벽 2시에 일어나 기도했던 루터의 수도생활을 체험해 보라는 의도다.
크래머 다리도 놓칠 수 없는 에르푸르트의 관광명소. 다리 위에 도예나 레이스 공예품을 취급하는 작은 목조가게들이 늘어서 있어 그저 예쁘고 아기자기한 골목인 줄 착각하기 쉽지만, 터널처럼 보이는 골목 끝을 통과한 후에야 그것이 다리였음을 깨닫게 된다. 하천과 다리 주변의 잔디밭은 피크닉을 온 가족, 연인들로 항상 붐빈다.
#바이마르-은행잎에 깃든 사랑을 기억하다
괴테가도의 절정은 역시 바이마르이다. 괴테는 이 도시에서 그가 평생 사랑했던 두 명의 여성, 샤롯테와 크리스티아네를 만났다. 괴테의 사랑은 잎이 두개이자 하나인 은행잎으로 상징되는데, 지금도 바이마르 곳곳에선 은행잎 형상의 브로치·귀고리 노점상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괴테가 이곳에서 죽을 때까지 살았던 집은 박물관으로 꾸며져 있다. 괴테의 ‘색채론’에 기초한 컬러풀한 벽지, 이탈리아 여행에서 수집한 각종 예술품, 6,500여권의 책들로 가득한 서재, 그리고 그가 ‘파우스트’를 썼던 작업실은 세월이 무상하게도 원래 가구 배치 그대로 보존돼 있다. 눈앞에 괴테가 앉아 작품을 구상하고 있는 것처럼. 괴테는 죽을 때 “나에게 빛을 좀더”라는 말을 마지막으로 남겼고, 지금도 괴테가 태어난 날에는 그를 추모하는 사람들이 박물관을 방문해 촛불을 켠다.
#라이프치히-대문호의 대학시절을 상상하다
괴테가도의 끝인 라이프치히는 바흐와 멘델스존이 활약한 음악의 도시. 이곳 토마스 성당은 바흐가 1723년부터 세상을 떠나기 직전까지 오르가니스트 겸 합창단 지휘자로 근무한 교회이다. 해마다 5월엔 여기서 바흐 음악제가 열린다.
이처럼 화려했던 역사적 배경 때문에 통일 후 서독은 라이프치히 재건에 가장 많은 돈을 투자했다. 라이프치히 대학은 한때 괴테가 아버지의 강요에 못 이겨 법학을 공부했던 곳이기도 하다. 동독시절 ‘칼 마르크스 대학’이라 불렸던 라이프치히 대학은 동독이 무너지자 이름을 ‘괴테대학’으로 바꾸고 싶어했지만 이미 프랑크푸르트에 괴테의 이름을 딴 대학이 있어 어쩔 수 없이 포기했다고 한다.
독일의 자랑이자, 전세계의 자랑인 괴테. 괴테가도 여행에서 돌아온 후 제일 먼저 할 일은 사춘기 이후 한번도 꺼내보지 않았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다시 한번 들춰보며 먼지를 털어주는 일이 아닐까.
-알아두면 즐거운 독일여행 Tip-
▲일반정보 : 독일 날씨는 매우 변덕스럽다. 햇빛이 날 때는 땀이 날 정도로 덥다가도, 갑자기 비가 내리면 뼛속까지 추워진다. 여름에도 반드시 긴팔 겉옷과 우산을 준비해 가는 것이 좋다. 독일은 다른 유럽 국가와 마찬가지로 유로화를 쓴다. 환율은 1유로당 1,300원 안팎. 시차는 한국보다 7시간 빠르다.
▲레일패스출국전 여행사(레일유럽 02-3789-6100)에서 미리 끊어 가는 것이 편하다. 독일 기차를 허용된 기간 동안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어 경비가 절약된다. 월드컵 때 각 도시의 경기장을 순회할 사람에겐 더욱 좋다. 특히 2인이 같이 다닐 경우 트윈패스를 사면, 한사람의 요금이 절반으로 할인된다. 라인강 유람선과 유럽버스 요금도 무료이거나 할인혜택이 있다.
기차를 이용, 다른 도시로 이동할 땐 적어도 두번 이상 갈아탈 것을 각오해야 한다. 낯선 나라에서 시간과 플랫폼을 때맞춰 찾기란 쉽지 않은 일. 허둥지둥하느니 속편히 DB라 쓰여진 역 안내데스크에 가서 안내받는 것이 안전하다. 목적지를 말하면 갈아타야 할 열차번호와 플랫폼 및 시간이 적힌 리스트 종이를 뽑아줘서 편리하다.
▲항공권루프트한자(02-3420-0400)에서 운영하는 저먼윙스(www.germanwings.de)나 독일 최대 여행사인 투이여행사(www.hlx.de) 사이트에서 할인판매하는 값싼 항공권을 미리 사놓는 것도 절약의 지혜다. 독일내 이동시엔 목적지에 따라 비행기값이 19유로까지 내려가는 경우도 있다.
▲시내 교통패스하이델베르크나 프랑크푸르트 등 주요 도시에선 유효기간 동안 트램, 지하철, 버스 등 모든 교통수단을 마음대로 탈 수 있는 패스를 판매한다. 관광안내소나 지하철역의 자동판매기에서 살 수 있다. 호텔 체크인 카드가 지원되는 곳도 있으니 미리 알아보고 숙소를 정하는 것이 좋다.
출처 : 경향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