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추녀는 사실은 굉장한 미녀다.
한옥을 가장 아름답게 하는 일등공신인 이쁜 부재를 왜 하필 추녀라고 했는지 모를 일이다.
지방에 따라서는 춘혀라고도 하고 그래서 한문표기를 봄 춘, 혀 설 해서 '春舌' 이라고 쓴다.
도리 받침재인 ‘장여’도 한자로는 '長舌'라 한다.
소리 나는대로 한자말을 따다 쓴 이두식 표기여서 한문자 만 가지고는 그 뜻을 헤아릴 수가 없다.
소설에 보면 추녀에 고드름이 열렸다는 표현이 나오기도 하는데 그것은 처마와 추녀를 혼동한데서
비롯된 것이 아닌가 한다. 고드름은 처마 끝에 달리지 추녀에는 달리는 경우가 거의 없다.
그 만큼 우리는 우리 전통 한옥에 저만큼 비켜 서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한옥 지붕의 처마 곡선은 추녀가 있으므로 나타나는데 추녀의 길이와 형태는 지붕 처마 곡선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 예로부터 목수에게 추녀는 비장의 기술이어서 그 비법을 아무에게나 전수하지 않으려고 했다.
어깨너머로 배우는 경우가 많았고 많은 경험을 통해서 나름대로의 비법을 개발해 나가는 경우가 많았다.
지금도 대목수는 추녀 먹을 한 쪽 구석에서 은밀하게 놓는 경우가 많다.
 추녀는 내목도리와 외목도리 위에 걸린다. @삼척동자
추녀는 우진각 지붕이나 팔작지붕의 모서리에 45도 방향으로 걸리는 긴 네모꼴 단면의 부재이다.
맞배지붕에는 추녀가 없다.
서까래를 걸치는 곳이 도리다. 기둥 위에 놓이는 도리를 외목도리라고 하고 안쪽 중 보에 걸리는 도리를 내목도리라고 하는데 도리와 도리가 건물 귀에서 직각으로 만나서 물리는 곳을 왕찌라고 한다.
이 추녀가 걸리는 곳이 바로 외목 왕찌 위와 내목 왕찌 위가 된다.
추녀가 외목 왕찌 밖에 걸리는 부분을 추녀 뺄목이라 하고 외목 왕찌 안쪽으로 걸리는 부분을
추녀 내목과 뒤초리 또는 안초리라 부른다.
지붕의 곡선을 내기 위해서는 추녀 뺄목과 내목이 갈리는 외목 왕찌에서 굴절이 되어 하늘로 치켜 올라가는 형상을 한다. 추녀가 굴절된 정도를 추녀곡이라고 한다.
 외목왕찌(아래)와 내목왕찌(위)-추녀는 왕찌 위 열십자 사이로 45도 각도로 놓인다.
@삼척동자
지붕 네 귀퉁이 모두 같은 모양의 자연목을 구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재목의 모양새는 다르더라도
귀처마의 솟아오름을 결정하는 추녀곡과 처마형태에 영향을 미치는 추녀 뺄목길이는 치목과정에서 기본적으로 같은 모양으로 다듬어 내야 한다.
추녀에는 귀서까래가 걸리는 무게와 기와, 흙 그리고 지붕 굴곡을 조정하기 위해 채워 넣는 적심목의 무게를 지탱하기 위해 그만큼 굵은 추녀가 요구된다.
지붕 곡을 크게 하기 위해서는 추녀 길이가 길어지고 추녀곡이 커져야 하는데 이렇게 되면 추녀 하중의 중심점이 외목도리 밖에 위치하여 추녀의 뒤초리가 들리는 현상이 야기된다.
추녀가 내목도리 쪽에서 들리는 현상을 막기 위해 추녀 뒤초리를 띠쇠로 고정시키기도 한다.
또 추녀가 처마 끝에서 밑으로 처지는 현상을 막기 위해서 부석사 무량수전에서처럼 추녀 뿌리를 받치는
기둥을 세우기도 하는데 이 기둥을 활주라고 부른다.
 솟을 삼문, 추녀가 8개가 걸린다.-무겁지 아니하고 날렵하다. @삼척동자
추녀의 단면은 정방형이라기 보다는 폭보다 높이가 약간 더 높은 역사다리 꼴로 다듬어진다.
그리고 추녀 머리는 직각으로 자르는 것이 아니라 약간 빗 자른다.
이것은 서까래도 마찬가지인데 건물을 올려다 볼 때 옆으로 퍼져 보이는 착시현상을 교정하기 위해서이다.
추녀 머리 밑쪽은 저고리 소매배래선처럼 둥글게 걷어서 날씬하게 하고 추녀 양 볼에는 골뱅이 조각을 하는데
흔히 용수각이라고도 한다.
이것 역시 둔탁해 보이는 것을 없애서 추녀가 날렵하고 역동적으로 보이게 하는 효과가 있다.
홑처마인 경우에는 추녀 하나면 되지만 부연이 걸리는 겹처마인 경우에는 부연 길이만한 짧음 추녀가 하나 더 올라가는데 이것을 사레라고 한다. 사레는 추녀와 같이 생겼으며 추녀 위에 올라간다.
한 집채의 처마곡선은 우리 고전 목구조 건물의 율동적 미감을 남김없이 보여준다.
처마는 벽면에 깊은 그림자를 떨어뜨려 공간감과 안온감을 주고 처마끝은 모서리 추녀까지 유연하게 휘어 올라가서 내리덮은 지붕의 중압감을 덜고 날으는 듯한 경쾌감을 준다.
지붕은 추녀 부분에서 휘어 오를 뿐만 아니라 평면적으로 약간 내밀고 있다. 이것은 추녀를 들어 올리면 안으로 들어가 짧게 보이는 착시현상을 시정하고 보다 약동하는 조형미를 자아내게 된다. 처마기슭이 휘어오른 것을 처마허리라 하고 처마기슭이 휘어내민 것을 처마안허리라 한다.
처마곡선은 처마허리와 안허리가 조화를 이루면서 집 전체의 입면을 3차원적인 선이 되어 아름답게 나타내고 있다. 그러기에 목수는 자고로 처마곡선의 조화에 모든 힘을 쏱아 왔던 것이다.
 바람의 소리 풍경 @삼척동자
한옥 지붕의 아름다운 곡선미의 근간이 되는 추녀 끝에 달려 있는 풍경소리는 어떠한가?
먼 첩첩 산이 어울려 베푸는 우아한 처마 곡선에 청아한 풍경의 바람소리가 어울리는 우리 한옥의 아름다움을
무엇에 비길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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