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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스테리는 자궁에서 온다?
여자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월경기간 중에 괜히 짜증이 나고 정서적으로 예민해지는 경험을 해보았을 것이다. 심하면 그 기간 중에만 도벽 증세를 보이는 경우도 있을 정도다. 그래서 그때라는 것을 알면 주위에서 어느 정도 이해해주는 게 당연지사로 여겨진다. 왜 사람들은 월경 중에 여자들이 정서적으로 불안해하는 것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걸까?
해답은 자궁의 고대 어원에서 찾을 수 있다. 영어로 자궁을 ‘uterus(유터러스)’라고 하는데 이는 그리스어의 ‘hysterie(히스테리)’에서 온 말이다. 현대에서도 자궁을 들어내는 자궁적출술을 ‘hysterectomy’라 부른다. 우리말로 직역하면 ‘히스테리를 잘라내는 것’쯤 되겠다.
아마도 고대 그리스인들은 ‘자궁’을 여성의 정서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생각했던 것 같다. 고대 중국에서도 자궁이나 임신과 관련하여서 정서적인 변수가 상당히 작용하는 것을 체계적으로 구분하고 그에 해당하는 치료법을 자세히 기술하고 있다.
최근 미국의 새러 버거 박사는 불임환자를 두 개의 군으로 나누어 한쪽은 심리·행동요법을 행하고, 다른 한쪽은 방치하는 임상실험을 진행했다. 그 결과 심리·행동요법을 통해 정신적 스트레스를 해소해준 환자들의 임신율이 높게 나타난다는 것을 밝혀내, 정신적 스트레스가 불임의 원인이 된다는 결론을 학계에 발표한 바 있다.
사실 한의학에서는 불임의 원인 중에서 심리적 요인만을 따로 분류하여 각기 어떤 감정에 의해 불임이 야기되었나를 살피기도 한다. 노(怒, 화를 많이 내는 것), 사(思, 너무 많이 고민하는 것), 우(憂, 우울증 상태에 있는 것), 공(恐, 공포에 시달리는 것) 등으로 나누어 각각 그 치료법과 치료 약물을 달리하고 있는 것. 이쯤 되면 불임과 정서적인 변수에 관한 한 한의학이 서양의학보다 몇 수 위가 아닐까 생각한다.
한편으로는 자궁에 병이 생긴 자궁질환으로 인해 정서장애가 나타나기도 하므로 어느 쪽이 비중이 큰가에 의해 한방치료의 큰 틀이 결정된다.
실제로 자궁근종, 자궁선근증, 자궁내막증, 난소낭종 등 자궁난소질환이 있는 환자들을 치료하기 위해 한약을 투여하게 되면 그 질환의 주요 증상인 월경통, 월경과다, 성교통, 만성골반동통, 월경시의 덩어리 피, 종양의 발육 ·증식·크기의 감소와 소멸 등의 치료뿐만 아니라 평소 느꼈던 정서적·심리적인 증상들이 대부분 해소된다.
대표적인 정서적·심리적 증상들로는 두통과 어지러움, 가슴 답답함과 두근거림, 불안함과 입면장애(잠이 잘 들지 않는 것), 천면(잠이 깊이 들지 않아 자주 깨고, 바스락거리는 소리에도 깨는 것), 다몽(꿈이 많은 것) 등을 들 수 있다. 자궁근종, 자궁선근증, 자궁내막증 등의 치료 약물을 통해 이들 증상들이 함께 개선되는 것이다.
자궁적출술과 폐경도 정서장애 유발의 한 원인
자궁적출술을 받고 나면 자궁적출술 후 증후군이라 하여 성욕 감퇴, 우울증, 성교통, 분비물 감소로 인한 성교곤란증 등이 나타날 수 있다. 이들 증상을 겪는 사람은 수술 환자의 ⅓ 정도나 된다.
또한 여성으로서의 아이덴티티 상실감으로 인해 무기력해지고 때로 불안해하며 열이 얼굴 위로 확 달아올랐다가 땀이 쭉 흐르는 불쾌한 증상이 일어나기도 한다. 또 계속해서 땀을 줄줄 흘리거나 불면증으로 고통스러워하기도 한다. 그리고 도둑질을 하다가 들킨 사람처럼 가슴이 두근두근하고 답답한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물론 자연적인 폐경에 의해서도 이러한 증상이 나타날 수 있는데 폐경에 의해 생긴 갱년기 장애는 한방 약물 치료를 약 45일 정도 받으면 거의 대부분 모든 증상이 없어지게 된다. 반면 자궁적출술에 의해 생긴 후유증은 90% 내외 정도 회복되는 것에 만족해야 하고 치료기간도 대개는 조금 더 걸리게 된다. |
우울증, 불안증의 또 다른 원인 갑상선질환
이유 없이 쉽게 흥분하고 신경이 예민해지고 감정의 기복이 심하고 쉽게 화를 낸다면 ‘갑상선 기능항진증’을 의심해보아야 한다. 말이 많아지거나, 잠을 잘 못 이루고, 꿈을 많이 꾸며 잠을 자도 잔 것 같지 않고, 심하면 손이나 다리 또는 전신을 떠는 경우도 생길 수 있다.
갑상선은 우리 몸의 목에 있는, 갑상선 호르몬을 분비하는 작은 내분비기관으로 체내의 요오드 성분으로 이루어진 티록신(T4)과 트리요도티로닌(T3)이란 호르몬을 분비한다. T4, T3 이외에 이 호르몬을 분비하도록 자극하는 호르몬인 TSH가 있는데 이 호르몬은 뇌하수체에서 분비된다. T4 호르몬인 경우 혈액 100ml에 4~12나노그램, T3 호르몬은 80~120나노그램이 정상 범위.
갑상선 기능항진증은 갑상선 호르몬의 분비가 과다하여 심장이 빠르게 뛰어 가슴이 두근거리게 되고, 신경이 예민해지는 증세로 나타난다. 또 배가 자주 고파 많이 먹지만 체중이 자꾸 줄어들 수도 있다. 갑상선 기능항진증 환자는 열 대사가 급격히 증대되어 온몸이 화끈거림을 느끼게 되고, 손발이 화끈거리며 손바닥·발바닥이 축축해지고 땀도 많이 흘려서 항상 피곤하게 된다. 여성 환자들은 생리가 불규칙해지고 월경 양이 줄어들거나 희발월경(월경이 몇 개월에 한 번씩 있는 것)이 나타나며 심지어는 폐경이 되기도 한다.
갑상선 기능항진증은 여성이 남성보다 5배 정도 많고 임신 중이나 수유기에 쉽게 발병하거나 악화된다. 서양의학에서는 이 병의 원인을 갑상선 자체의 이상이나 갑상선 자극 호르몬을 방출하는 뇌하수체 이상에서 찾는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