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 ㈜영주정밀 사옥. 국내 몇 안 되는 자전거 부품 생산업체다. 198.348㎡(60평) 크기의 작은 공장에서 우병선(44) 사장이 막 생산된 크랭크를 검사하고 있었다. 다른 직원들은 크랭크에 연신 나사를 조이고 있었고 가로 10m, 높이 1m짜리 금속연마기는 굉음을 내며 부품을 깎는 중이었다. 우 사장은 “그나마 국산 부품 생산업체의 자존심을 지킨다는 생각에 어려워도 힘을 낸다”고 말했다.
2000년 말에 설립된 영주정밀은 사장을 포함해 직원이 10명이다. 인라인스케이트를 주로 생산하다가 2004년부터 자전거 부품 제작에 뛰어들었다. 연매출 6억원 중 자전거 부품이 4억원가량이다. 우 사장은 “그래도 국내 자전거 부품 업체 중 가장 큰 규모랍니다”고 설명했다. 국내 부품 업체는 10개 내외로 대부분 영세하다. 자전거 본체와 체인을 연결해 움직이게 하는 크랭크가 영주정밀의 주력 생산품이다. 바이퍼(VIPER)라는 상표로 팔린다. 크랭크 외에 헤드셋 등 14종의 부품을 더 만든다.
그는 “국내에 공공 자전거가 연간 2만 대 필요하다는데 여기에 맞춰 부품을 2만 대 분량으로 만든다고 사준다는 보장이 있느냐”고 되물었다. 이어 “최소한 정부기관이나 지방자치단체에서 공공 자전거를 구매할 때만이라도 국산 부품의 사용 비율을 의무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부품 산업에 대한 지원 필요성도 제기했다. 우 사장은 “부품을 만들어도 국내에서 테스트받고 인증받을 곳이 없다”고 지적했다. 2007년 크랭크를 자체 개발했지만 공인 테스트 기관이나 장비가 없었다고 한다. “백방으로 뛰어다니며 하소연한 끝에 국민체육진흥공단에서 크랭크 실험장비를 들여와 인증을 해준 덕분에 본격 생산이 가능했다”고 한다.
영주정밀의 크랭크는 60만원대. 품질 좋고 가격이 저렴하다는 입소문을 타면서 자전거 매니어들 사이에서 제법 인기다. 일본의 시마노사 제품은 80만~90만원대. 그러나 판매량은 한 달에 100개 정도에 불과하다.
영주정밀은 국내보다는 해외 수출을 노리고 있다. 하지만 이도 쉽지만은 않다. 국산 부품에 대한 인식이 너무 낮은 데다 정부의 수출지원책도 없기 때문이다. 우 사장은 “3월에 자비를 들여 대만 바이크쇼에 나갔더니 ‘한국에서도 자전거를 만드느냐’며 신기한 듯 쳐다보더라”고 말했다.
자전거의 국내 생산을 너무 서두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우 사장은 “당장 단가를 정해놓고 공공 자전거를 만들라고 하면 중국과 대만산 부품만 쓰지 않겠느냐”며 “크랭크·프레임 같은 고부가 가치의 핵심 부품은 3~5년 정도 육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자전거 공업단지를 만들어 줬으면 한다”는 말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