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에서 휴전선과 가장 가까운 터미널은 어디일까?
유명한 군사지역들이 후보로 속속 꼽히겠지만, 그 중에서도 와수리가 압도적으로 꼽힐 것이다.
동송 14km, 화천·원통 20km, 양구 25km 떨어진 반면,
와수리는 직선거리로 약 9km밖에 떨어지지 않은 진정한 최전방 터미널이다.
와수리뿐만 아니라 문산(파주), 대진(고성)도 비슷하게 떨어져 있는데,
문산은 수도권인데다 택지지구 조성, 경의선 연결 등이 이뤄지면서 최전방 이미지에서 조금씩 멀어지는 중이고,
대진의 경우는 영동 지역인지라 화진포 등 '관광지'의 이미지도 같이 함유하고 있다.
그러나 와수리는 순전히 군사적인 기능만을 하는 군사지역으로서,
그 어느 곳보다도 전방 이미지가 강하게 각인된 곳이다.
그래서인지 와수리터미널을 비롯한 주변의 느낌도 예사롭지 않다.
조금만 벗어나도 곳곳에 자리하는 군부대와 방호벽 등부터 시작하여,
살짝만 올라가도 보이는 '지뢰(MINE)' 표지판과 민통선, 철조망 등등...
정말로 위압감을 느낄만한 경관을 한 몸에 느낄 수 있는 곳.
그런 곳에서 근무했던 수많은 국군 장병들에겐 잊을 수 없는 추억을 안겨주는 곳.
바로 와수리터미널이다.
와수리를 비롯한 전방의 터미널들은 대체적으로 생김새가 비슷하다.
터미널 주변으로는 마을 골목이 바로 이어지고,
주차장은 제대로 관리가 되지 않아 이 곳 저 곳 움푹 패어있다.
마치 마을 한가운데의 넓은 공터를 빌려쓰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터미널 건물도 크기가 왜소해 왠만해서는 찾아보기가 힘들다.
하지만 터미널이라는 것을 정확하게 눈치채주는 것이 하나 있으니,
건물 사이로 버스 차량들이 들어가 있는 모습이다.
회차해서 출발하기가 아주 편리한 구조일 뿐더러,
한 눈에 터미널이란 것을 보여주므로 참으로 참신하고 색다른 구조라고 생각된다.
강원고속 차량과 선진고속 차량이 나란히 붙어있는 모습.
와수리도 철원에 속하는지라 수도권 회사와 강원권 회사가 나란히 들어오는데,
대체적으로 같은 노선을 공유하기 보다는 행선지에 따라 회사가 명확히 갈리는 편이다.
선진고속 대우 로얄럭셔리 구형차, 강원고속 기아 그랜버드XD 신차.
각각 수유역과 동서울로 향하는 시외버스라는 점에서 미묘한 공통점과 차이점이 느껴진다.
와수리 수요를 양분하는 두 노선이 나란히 박혀져 있으니...
미묘한 느낌의 차이는 가히 상상 이상이다.
와수리터미널 내부는 매우 좁고 어둡다.
대부분은 휴가나온 군장병들과 군인을 면회오는 가족·연인으로서,
와수리 자체가 군사적인 목적에 의해 인위적으로 형성된 마을이라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하는 광경이다.
아마 분단이 되지 않았더라면 이런 터미널도 와수리가 아닌 김화읍내에 있었겠지.
물론 여기서 말하는 김화읍내는 학포리의 읍내가 아니라,
학포리에서 동북쪽으로 좀 더 올라가면 나오는 민통선 내부의 '읍내'를 뜻하는 것이다.
'철원군'이 아닌 '김화군'의 중심지로서 와수리도 그쪽 생활권에 속하는 한적한 농촌마을이었을 것이다.
뭐... 하지만 어디까지나 분단이 안 되었다는 전제로 예측한 것일뿐,
실질적으론 휴전선에 근접한 군사도시의 역할을 맡고 있다.
와수리는 전방의 끝에 자리잡기 때문에 모든 버스가 기·종점으로 삼는 곳이다.
그 중에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뭐니뭐니해도 동서울행으로서,
대부분이 직행으로 운행하며 신수리, 이동, 일동을 경유해 곧바로 동서울터미널까지 들어간다.
배차는 다소 불규칙하지만 시간당 2~3대 정도가 운행되고 있다.
얼마 전부터는 청주-대전행 노선도 하루 3회 개통되었다.
와수리가 가지는 또다른 특징인, 철원에서 화천으로 넘어가는 길목에 있다는 점이다.
그 때문에 철원-화천을 연결하는 모든 국도가 와수리를 지나가는데,
지리적인 유리함 때문인지 화천으로 넘어가는 시외버스도 다양하게 운행된다.
육단리-다목리-사창리-어리고개를 경유해 춘천으로 넘어가는 노선이 하루 4회 운행하고,
마현리-산양리로 넘어가는 노선은 오후 시간대만 8회나 집중되어 운영되는데,
아이러니하게도 화천읍내까지 직접 연결되는 노선은 단 한 편도 없다.
와수리터미널 전면의 생김새는 이렇다.
중간에 버스가 주차된 것만 아니면 그냥 평범한 카페같은 느낌이다.
터미널이라고는 믿겨지지 않는 포근한 건물.
군사도시라는 이미지에 걸맞지 않게 따스하게도 생겼다.
하지만 읍내의 모습은 전형적인 군사도시의 이미지를 취하고 있다.
건물마다 보이는 군인상점, 음식점, PC방, 여관 등등...
어딜 내놔도 빠지지 않는 전방의 이미지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휴전선에서 가장 가까운 터미널.
터미널 자체만 보면 그런 느낌은 다소 적지만,
주변의 분위기를 보면 그 어느 곳보다 휴전선이 가깝게 느껴지는 곳이다.
첫댓글 강원도에 거주하지만 출장중 1년에 1번정도 지나치는 와수리 터미널을 맥시멈님의 자세한 설명과 분석으로 잘보고 갑니다 /앞으로도 좋은기행과 건승하십시요
앞으로 기회가 닿을 때마다 강원도에도 자주 방문하려 합니다. 충남/전북권에만 너무 신경을 쓴 탓인지 강원도 게시물이 굉장히 드무니, 지속적으로 신경을 써야 겠습니다.
읍내리..제가 있던 gop부대에서 철조망 하나만 넘으면 읍내리였죠. 제대한지 이제 한달밖에 안됐는데도 와수리 사진만 봐도 그리움이 묻어나네요. 잘봤습니다
한 때는 삼각지대를 잇는 군의 중심부였는데, 이제는 철원의 구석에 박힌 민통선 내부의 사라진 유적지나 다름없으니... 참 안타까울 뿐입니다.
예전에 군 생활 할 때가 생각이 나네요. 그 때는 수유리행 보다 동서울행을 많이 선호 했습니다. 왜냐 하면 동서울행을 타면 자등리에 헌병초소가 하나 밖에 없고 동서울 에서 지방 가는 노선이 연계가 되니까 많이 선호 하였습니다. 수유리행은 헌병초소가 많고 이용 하는 사람만 이용 했습니다. 그 때는 수유리행 직통 노선도 있었습니다. 주요 경유지는 신철원과 운천만 경유 하였습니다. 다른 곳은 경유 하지 않았습니다. 영종여객 시절 이었습니다. 동서울행은 신수리 이동 일동을 경유 하었고 그 때가 9년 에서 10년 전 이었습니다. 예전이 그립네요
10년 전쯤만 해도 수유리 직행노선이 있었군요. 신철원, 운천만을 정차하고 나머진 전부 통과했다니 참 신선했겠습니다. 동서울이 아무래도 거대한 터미널이 있다보니 인기가 더 좋을 수 밖에 없었겠죠. 뭐 지금은 상권이 발달한 수유리로도 상당히 많이들 가긴 합니다만...
영종여객 직통노선은 회사가 선진고속으로 바뀌자마자 없어졌죠. 그게 2005년 3월경인데, 윗분께서 말씀하신 대로 수유역-(성모병원)-운천-신철원-와수리 또는 수유역-(성모병원)-운천-동송에서만 정차했죠. 포천? 어림도 없었습니다. (...)
^^저도 운천에서 수유리행 직통을 이용했던 사람으로써 영종여객 시절이 그립네요, 휴가 나갈때 맨뒷좌석에 기념품을 숨겨갔었던 기억이 납니다. 군시절 만들었던 여러가지들을 헌병한테 고스란히(!!!)빼앗겼던 고참들이 많거든요.
^^좋은 사진 잘봤습니다.동서울에서 와수리.사창리 노선엔 신형 뉴 그랜버드가 주로 투입되더군요.. 12월 2일 와수리에 갔을땐 춘천-와수리(진흥고속 로얄 럭셔리), 운천까지 선진고속 차량을 탔었지만 나중엔 동서울에서 뉴 그랜버드를 노려보려구요.. ^^메리 크리스마스!!!!
강원고속 뉴그랜버드 지붕부분이 승차장 천장에 닿일것 같네요.
선진 럭셔리 구형은 아니고 FL되기 전버전 아닌가요.. 차량옆에는 럭셔리2로 되있던데
F/L 되기 전 버젼의 럭셔리2가 맞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