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제일 좋은 길은? 그건 바로 친정 가는 길!
7월 26일 토요일 친정엘 갔다. 가는 길에 의령 시장안 오래된 소바집에서 칼칼한 온면을 먹고, 바로 앞의 떡방앗간에서 의령 특산물인 망개떡도 샀다.
친정 갈 때마다 대체로 읍내 들를 일 없이 양천강 건너기 전 외곽도로로 다니곤 했는데, 옆지기가 낚시 미끼를 사야한다기에 초등학교 앞 다리를 건넜다.
그런데, "앗, 스톱!"
다리를 건너자마자 내가 소리쳤다.
오른 편에 있는 둑길이 눈에 들어온 것이다.
삼가읍내를 빙 둘러 감싸고 있는, 길 양편에 벚나무가 늘어서 있던 내 기억속의 둑길.
예전에는 차가 다닐 수 없었던 비포장 길이었는데, 말끔하게 포장된 낯선 모습이 염천 햇살에 이글거리고 있었다.
다리 옆에 차를 세우고 둔치가 있는 눈아래 강을 보니 한 낮의 다리 위를 염소 세마리가 유유히 걸어가고 있었다.
둑길에서 내려다 본 삼가 중학교. 얼마만에 보는 것인지......
2학년 때 교실이 있던 자리는 테니스장이 되었고, 중3을 보낸 운동장 저쪽 건물도 없어지고 대신 강당인 듯한 파란 지붕의 건물이 보인다.
방학 중인 학교가 무척이나 심심해 보였다.
운동장도,축구골대도,나무도 모두 너무너무 심심해 보인다.
오래된 수양버들이 즐비하게 서 있던 둑길을 새떼들 같이 떠들며 등교하던 모습이 설핏 떠올랐다.
중학교 교문이다. 방향도 약간 달라졌고 면모도 바뀌었다.
수양버들 사라진 휑한 둑길이 이쪽에서 봐도 확인되네.
도처에서 만나는 나무 한 그루의 가치를 가벼이 여기는 공사 편의주의.
예전엔 '폭력없는 우리학교 교실마다 웃음가득' 이라는 펼침막 있는 쪽에 교문이 있었고
그 왼쪽에 문구점이 하나 있었는데......
중학교 교문 앞에서 보이는 이 골목길을 한참 바라보았다.
그다지 달라지지 않은 모습이 반가웠다.
이 골목을 꺾어들어 조금만 가면 길 오른쪽에 친구 Y의 집이 있다.
한 번 걸어 들어가보고 싶은 마음 이는 인적 없는 골목길을 그냥 가만히 마음에 담았다.
아하, 교문 왼쪽에 있던 그 문구점이 오른편 약간 아래쪽으로 옮겼구나.
아저씨 성함이 박문열씨였지 아마.
처음 중학교에 들어가서 문구점엘 갔는데
아저씨가 말끝마다 This is를 붙여 우스워 죽는 줄 알았다.
"이거 얼맙니꺼?" "디스이즈 오백원." 이런식이었다.
어떤 모습으로 늙으셨을까?
워낙 유머 많으신 분이었으니 어쩌면 세월이 비켜갔는지도 모르겠다.
경전 여객 정거장. 진주나 대구를 갈 때는 여기서 버스를 탔다.
한일수퍼 앞 쪽으로 쭉 가면 면사무소 넓은 마당이 나오고,
다시 오른쪽으로 가면 중국집도 있고, 색시들이 있는 술집, 목공소 같은게 있었지. 그리고 시장으로 연결되었는데......2일과 7일은 내 고향 장날!
요기는 부산 가는 버스를 타는 천일 정거장.
천천히 걸어서 기웃기웃 둘러보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해 아쉬웠다.
언젠가 한 번 날잡아 여행하듯 느릿느릿 걸어봐야겠다.
어쩌면 기억 저편 오래된 누군가를 만나게 될지도 모를 일.
수정다방이 아직도 있잖아! 우체국 옆 이 다방이 삼가 다방 1호인지도.
고등학교 졸업하고 친구들과 이곳엘 갔는데,
어떤 남자친구 담배 피우는 모습 채점해 준 기억이 난다.
잃어버린 동화같은 그 추억, 그 친구도 기억하려나.
우체국 앞 정자에서 여름 한낮을 소일하고 계신 어르신들 모습 달리는 차 안에서 퍼뜩 잡았다.
예전부터 이 자리에 정자가 있었던가? 왠지 아슴아슴......
아무도 이길 수 없는 최후의 승자는 '시간'이라고 '그리스로마 신화'에서 읽었던가. 사라진 것은 사라져버린대로, 예전 그대로인 것은 또 그대로 마음 속에 물결을 일으키는 주마간산의 고향 둘러보기였다.
첫댓글 어,어 저기 우리집 보이네...가축병원
생생하게 삼가일대를 두루 두루 담아왔구나. 중학교 앞 그 골목길로 들어가면 우리집 나오는데...!!! 내가 참 많이 다뎠던 길이야. 결혼하기 전까지... 사진으로 보니 참 좋네. 심심한 고향 삼가를 참 아름다운 모습으로 담아왔구나 . 사진작가 해도 손색이 없겠다야. 오늘 아침 뭔가모를 뭉클함이 가슴속 깊은데서 치고 올라오는것 같다. 오랫만에 느껴보는 감동이다.다음에 날잡아 우리 한번 가서 수정다방에서 차한잔 하자. 참고로 박문열 아저씨는 돌아가시고 아들이 하고 있단다.
아저씨가 돌아가셨구나. 마음 다해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둑길로 해서 한 바퀴 빙 두르면서 몇 컷 담았는데, 나도 아쉬움이 많았어. 다음에 수정 다방 가서 차도 마시고 한 번 옛동산 거닐어보자구나.
디스이즈[박문열씨]참 좋은신분..아마 제생각에 가게 뒷쪽 단감 나무가 있는걸 생각나네요 학교 담쪽으로 올라가서 단감 따먹다 들켜는데[가비.순곤이 사석이,나]가게에 들어가면 우리들보고 웃으면서 감따먹은놈 이라고 졸업할때까지 항상 그랬는데...친근감이 넘치는 아저씨...
디스이즈 아저씨의 인간미가 새삼 확인되는 에피소드네. 감 따 먹은 놈들!^^
하도 가 본지 오랜 탓인지 고향의 길들을 생각해보니 눈 앞이 뿌옇게 변해 오네요. 그래도 내가 아는 길도 있고, 정자도 있고, 외가집 갈때 버스타던 경전여객 정류소도 있고.....
토토로님의 부지런함에 감탄먹었슴다....! 님덕택에 카페가 활기를 띄는것 같네요. 잘보고 갑니다....
상 드려야 될 것 같지 않습니까? 사진도 좋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