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유산은 흰 모자 벗으셨는지 서봉에서 향적봉까지 푸른빛으로 선명하다.
의상봉과 장군봉으로 이어지는 암봉이 그야말로 공룡처럼 아름다운데 하늘높이 솟구친 의상봉의 기세가 대단하다.
의상봉 오르면서 보니 의상대사께선 우리들이 접근할 수 없는 곳까지도 가실 수 있는 능력이 있었나 보다.
설악산 비선대 금강굴도 오르셨고....
정상은 속세와의 인연이 일시에 단절되고 거대한 암봉들이 호위하고 있으니 그야말로 신선의 경지임에 틀림없다.
햇님은 어느새 서쪽 하늘에 계신지라 발걸음 재촉해 장군봉 찾아 가니 엄청 거대한 바위봉이 장군봉이라며 반겨주시는데 역시 떠받들고 있는 바위들의 기세가 대단하다.
산줄기 윤곽이 빠른 속도로 뚜렷해지면서 산 전체가 붉은 기운이 감돌기 시작하고 디카도 기운이 소진되었는지 주물러줄 때만 작동된다.
바래봉 올라서니 햇님은 백두대간 넘기 직전에 갸날픈 빛으로 하산 서둘러라 하신다.
곧바로 명령하니 힘겹게 렌즈만 나오고 화면이 열리지 않는다.
장갑 속에 넣고 좀 더 주물럭거리다 보니 햇님은 대간 넘어로 꼴깍하시고 가냘픈 여운만이....
이렇게도 빠르게 사라지시다니...
온종일 강한 빛으로 밝혀 주셨건만
잠시 붉은 빛으로 약해지는 듯 하더니만 서쪽 하늘금에 다가갈수록 더욱 빨라지셨으니...
사람의 마지막 모습도 이와 같지 않을까?
안부로 떨어지니 부드러운 흙길이라 편안해진다.
참았던 곡주 김치 안주로 모두 마시고 마을 쪽 오솔길 따라 달려가는데 산돼지가 방금 휘젓고 지나갔는지...
숲을 빠져 나오니 서쪽 하늘 높이 금성과 화성이 유난히 밝은 빛으로 반짝이고
가조읍내 불이 밝혀지면서 마을이 가깝다.
산악회 버스들이 줄줄이 어둠속을 빠져 나가고 읍내 도로는 썰렁한데
아침에 뵈었던 둥근 달님이 우두산 넘어 오시며 잘 가고 또 오라하신다.
대구행은 19:40 이다.
가조 막걸리와 추어탕 들면서 가조읍민 한분과 이런 저런 이야기 나누어 보니
우두산 찾아오는 산님은 많지만 급히 떠나신다며 섭섭해 하신다.
가조는 알아주는 맛있는 돼지 요리도 있고,
농주 맛의 향토 막걸리도 좋고, 대구분들이 즐겨 찾는 온천도 가조IC 부근에 있다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