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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 바둑기사 태석(정우성)은 내기 바둑에서 형을 잃는다. 게다가 형을 죽였다는 누명까지 쓰고 복역한다. 교도소에서 태석은 바둑 실력을 연마하고 무술 실력도 갈고 닦는다.
태석은 형을 죽이고 자신의 삶을 엉망으로 만든 살수(이범수)에게 복수하고자 묵묵히 모든 것을 감내한다.
출옥한 태석은 살수와 대결을 위해 전국을 수소문해 내로라하는 선수들을 모으고, 단 한번이라도 지면 절대 살려두지 않는 악명 높은 살수와 그의 일당을 향한 계획을 차례차례 실행해 나간다.
바둑이라는 소재를 다루지만 명확히 잔혹 액션영화다. 사각의 바둑판에서 벌어지는 숨 막히는 대결보다는 피가 낭자하고 몸 곳곳에 칼이 꽂히는 잔인함만이 잔상을 남긴다. 가장 정적인 바둑과 동적인 액션의 만남은 흥미롭지만 결국 방점은 동적인 액션에 찍힌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식의 복수는 이러한 잔혹함에 긴장감을 더한다. '딱밤 열대'와 '겨울 멋쟁이 얼어 죽는' 태석의 복수는 차마 눈뜨고 보기 어려운 지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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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신의 한 수> 스틸컷.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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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작 <퀵>에서 한눈 팔지 않는 장르영화를 만들어냈던 조범구 감독은 한층 더 몰입도를 높이며 대중적 취향을 정확히 꿰뚫었다. 복수해야 하는 대상과 분명한 이유, 케이퍼 무비(범죄 행위를 상세히 보여주는 영화)의 묘미인 '전문가'들의 능청스러운 여유, 여기에 권선징악의 명쾌한 결말까지 러닝타임이 어떻게 흘러갔는지 모를 지경이다. 멀티 캐스팅을 통한 배우들의 시너지 극대화와 쉴 새 없이 몰아치는 잔혹한 액션은 감독의 '신의 한 수'라고 할 수 있다.
바둑판에서 벌어지는 '신의 한 수'를 끝내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바둑을 고차원적 두뇌 게임이라고 하지만 <신의 한 수>에서 바둑은 훈수만 두고 속임수만 난무하는 도박판에서 한치도 벗어나지 않는다.
화투만큼 대중적이지는 않지만 상대와 거리 45cm, 반집 차이로 승부가 갈리는 바둑판에서도 신명나게 놀았더라면 <신의 한 수>라는 제목이 민망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원래 하수가 걱정이 많지. 고수에게는 놀이터요, 하수에게는 생지옥 아니던가."
주님(안성기)과 허목수(안길강)가 인생을 초월한 듯 주고받는 바둑의 철학을 담은 대화는 피로 물든 흑백의 돌 주변을 겉돌 뿐이다.
결국 칼부림을 할 것이면서 왜 굳이 바둑으로 전초전을 삼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신의 한 수>는 고수도 하수도 모두 즐기지 못하는, 잔혹하기만 한 '복수혈전' 딱 거기서 멈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