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인류가 자연과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생태주택은 바로 한옥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20세기 유행처럼 번져갔던 전원주택과 생태주택은 어떻게 다릅니까?"
"자연 속에 인간의 주거시설이 들어있다는 점에서 전원주택과 생태주택은 같습니다. 전원주택에는 천연재료가 인공재료와 함께
쓰이고 거기에 사는 사람도 꼭 친생태적일 필요는 없습니다. 생태주택은 한옥처럼 흙과 나무 등 천연재료만 쓸 뿐만아니라
거기에 사는 사람도 친생태적인 가치체계를 갖추어야 합니다. 이런 조건을 동시에 갖추고 있는 한옥이라고 생각합니다."
6년 전 한국을 방문한 독일의 생태학자가 창덕궁 후원 한옥 연경당에 대한 설명을 듣고 나누었던 대화의 일부이다.
조선전기 때 재실이 있던 곳이다.임금님 살림집을 그 곳에 지은 게 연경당이다.연경당 뒤 북쪽 산은 만든 인공산이다.
풍수를 따져 비보(裨補)를 위해 만든 가산(假山)이다.서북날에서 타고 내려온 물도 집으로 끌여들인 뒤 길을 내 물줄기를
연지를 거쳐 애련지로 흐르게 유도,그곳에 가두도록 하였다. 연경당은 창덕궁 안에 지은 유일한 민가형식의 한옥으로
단청무늬가 없다. 조선후기 사대부 주택을 잘 보여주고 있다.
연경당을 들어가려면 작은 개울을 건너야 한다. 이 물은 첫째 건너는 사람들에게 정화기능을 해준다.
악기(惡氣)를 막아주는 벽사기능을 한다.또 그 물은 기(氣)를 조절해준다.물이 풍수를 만나면 기를 조정해준다.
기가 모이는 곳이 혈처(穴處)이다. 물은 재화를 상징한다.물을 그냥 흘러보내지 않는다. 연지로 모이게 만들었다.
그렇다고 물을 연지에 가둬 놓지는 않는다. 넘치면 흘러가게 했다.연경당 앞에는 서북쪽에서 내려온 물줄기는 이 집으로
들었다가 동쪽으로 흘러 애련지로 내려가면서 명당수의 기능을 한다.
연경당 앞을 흐르는 개울물은 은하수의 상징이다. 이 개울을 건너는 작은 돌다리는 오작교이며 금천교이다.
돌다리를 건너면 영원히 늙지않고 영원히 근심걱정없이 살 수 있는 월궁(月宮) 바로 천궁(天宮) 연경당이다.
연경당의 입구에는 숨겨진 상징들로 가득하다.개울을 건너기 전 돌다리 죄우에 괴석이 여럿 서 있다.
그 괴석들 가운데 연경당으로 들어가면서 바로 왼편에 괴석을 담은 석분을 만날 수 있다.
석분 네 모서리에는 두꺼비 네 마리가 양각되어 있다. 재미있는 것은 두꺼비의 앙증맞은 모습이다.
세 마리는 기어 나오려고 버둥거리고 있고 한 마리는 기어 들어가려고 애를 쓰고있다.
다리 셋 달린 까마귀 삼족오(三足烏)는 해(日)를 상징한다. 두꺼비는 달나라 월궁(月宮)에 사는 것으로 전한다.
석분 달나라에서 자라고 있는 괴석은 집을 짓기에 가장 좋은 최상 나무 계수나무로 인식되어 왔다.
계수나무는 상상의 나무이다.이상적인 집을 짓는 데 쓰이는 가장 이상적인 목재이다.
이 목재로 환상적인 집을 지어 살고 싶은 우리의 소망을 담고 있다. 그토록 평범한 소망의 집 한옥이다.
"달아달아 밝은달아
이태백이 놀던달아
저기저기 저달속에
계수나무 박혔으니
옥도끼로 찍어내어
금도끼로 다듬어서
초가삼간 집을짓고
양친부모 모셔다가
천년만년 살고지고
천년만년 살고지고"
옛날부터 전해오는 달노래의 한 귀절이다.
달 속에다 상상의 나무 계수나무를 그리고는 초가까지 짓는다.
가장 좋은 계수나무로 초가삼간을 지어 양친부모를 모시고 사는 것을 이상으로 그린 셈이다.
양친은 친부모와 장인장모까지 모시고 살고 싶다는 뜻이다.
소박한 꿈이라고 하여 쉽사리 이룰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우선 부모가 다 생존해 야 할 뿐 아니라
자녀들도 배필을 만나 부부를 이루어야 가능한 일이다.
혼자 살 면서 양친부모를 잘 모실 수 없기 때문이다.
석함에는 토끼가 눈에 들어온다.토끼 역시 달의 정령이다.
석분의 두꺼비 상징은 연경당이 근심 걱정 없는 월궁(月宮)임을 암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