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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무대 적응을 마친 수원의 에두는 올 시즌 K리그의 유력한 득점왕 후보다.(사진 김수홍) |
‘푸른 날개’ 수원 삼성이 힘차게 날아오르고 있다. 4월 11일 현재 정규리그에서 3승1무(득실차 +7)로 FC 서울(+4), 인천 유나이티드(+4)와 어깨를 나란히 했으나 득실차에 앞서 1위다.
컵대회에서도 2승으로 A조 중간 선두다. 수원은 이날 현재 K리그 14개 팀 가운데 유일하게 패배가 없다. 수원의 고공 행진에는
차범근(55) 감독의 유연한 전술 운용, 안정된 미드필더진과 수비진,
박현범(21)과 조용태(22) 등 신인선수들의 기대 이상의 선전 등이 뒷받침됐다.
그리고 브라질 출신 골잡이 에두(28)의 활약을 빼놓을 수 없다. 에두는 올 시즌 6경기에서 5골 2도움(경기당 평균 공격포인트 1.17개)을 올렸다.
개막 1달 만에 지난 시즌 득점(34경기 7골)의 71%를 거뒀다. 수원은 에두가 공격포인트를 기록한 5경기에서 모두 이겼다. 에두는 올 시즌 수원의 해결사이자 승리를 부르는 파랑새다.
골 못 넣는 공격수수원은 1996년 K리그에 참가한 이후 비탈리(39), 샤샤(36), 산드로C(28), 나드손(26) 등 외국인 공격수로 재미를 톡톡히 봤다. 그러나 2004년 정규리그와 2005년 컵대회 우승을 이끈
나드손 이후 외국인 골잡이의 맥이 끊겼다.
이따마르(28), 올리베라(27), 실바(33) 등을 데려왔으나 해결사로 제 몫을 하지 못했다. 지난해 나드손을 다시 불러들였으나 잦은 부상으로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 새로운 해결사를 구하지 못한 수원은 2005년 컵대회를 끝으로 정상과 거리가 멀어졌다.
에두도 입단 초기에는 이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에두는 지난해 1월 독일 분데스리가 FSV 마인츠05에서 수원으로 둥지를 옮겼다. 기대를 한 몸에 받았으나 7골을 넣는 데 그쳤다. 수원의 기대치에 크게 밑돌았다.
에두는 경기마다 공격수를 1~3명으로 번갈아 기용하는 차감독 전술에 적응하지 못했다. 안정환(32), 나드손 등 공격수가 넘쳐 공격진의 변화가 많은 가운데 에두는 제자리를 찾지 못했다. 열심히 뛰어 다녔으나 실속이 없었다.
드리블은 지나치게 길었고 골문 앞에서 불필요한 동작이 많아 슈팅 타이밍을 번번이 놓쳤다. 상대 팀 수비수와 몸싸움에서 쉽게 밀렸고 지나친 개인플레이로 동료 선수들을 활용하지 못했다.
그래서 지난해 수원 팬들은 골 못 넣는 공격수 에두를 가리켜 “음식물을 입에 넣어 줘도 소화하지 못한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수원의 한 관계자는 “지난 시즌 에두가 기대와 달리 골을 넣지 못해 코칭스태프가 속앓이를 했다”고 털어놨다.
K리그 적응 끝그런 에두가 올 시즌 180도 달라졌다. 움직임이 간결해졌고 활동 반경은 넓어졌으며 뛰는 양도 늘었다. 투톱을 내세운 차감독의 전술에 적응하며 나 홀로 플레이도 사라졌다.
에두는 이관우(30), 신영록(21) 등 동료 선수들과 패스 플레이를 펼치며 상대 수비진을 무너뜨렸다. 상대 수비수들의 집중 견제에도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는 등 정신적으로도 성숙해졌다.
부산 아이파크의 황선홍(40) 감독은 4월 5일 정규리그 수원전에서 오른쪽 수비수에 이정효(33) 대신 심재원(31)을 선발로 내세웠다. 키가 크고 빠른 에두를 막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에두는 전반 18분 심재원의 실수를 놓치지 않았고 골키퍼 서동명(34)의 움직임을 끝까지 살핀 뒤 침착하게 결승골을 넣었다.
부산의 한 관계자는 “지난 시즌에는 (에두가)골문 앞에서 볼을 끄는 등 쓸데없는 동작이 많았는데 올 시즌에는 그런 게 없다. 경기 내내 에두를 막느라 고전했다”고 말했다.
에두는 올 시즌 상승세의 비결로 착실하게 치른 전지훈련과 K리그 적응을 들었다. 에두는 지난해에는 1월말이나 돼 선수단에 합류해 체력적으로 준비가 덜 된 상태였다. 그렇지만 올해에는 남해 등 국내 전지훈련부터 몸만들기에 들어갔다.
수원의 양대현 주무는 “에두는 전지훈련 내내 체계적으로 훈련했다. 그리고 부상도 없어 선수단 안에서 가장 많은 훈련량을 소화했다. 상대 팀과 상대 선수의 특성을 분석하는 등 올 시즌 개막을 앞두고 준비를 완벽하게 마쳤다”고 말했다.
올 시즌부터 바뀐 심판 규정 덕도 있다. 심판들은 빠르고 공격적인 경기를 위해 웬만한 몸싸움에는 휘슬을 불지 않고 있다.
수원의 한 관계자는 “에두는 플레이가 상당히 공격적이다. 어지간한 몸싸움은 인정하고 가급적 공격수에게 유리하게 판정하는 분데스리가와 달리 K리그는 조금이라도 신체 접촉이 있으면 파울을 불었다. 이 때문에 에두가 국내무대에 적응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나 올해 바뀐 심판 규정은 에두에게 날개를 달아 준 것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에두는 지난 시즌 파울 71개(경기당 평균 2.09개)로 최다 파울 공동 6위였다. 그러나 올 시즌에는 4월 11일 현재 8개(경기당 평균 1.33개) 밖에 되지 않는다. 최다 파울 공동 38위다.
날카로운 킬러의 발끝에두의 올 시즌 목표는 두 가지다. 첫 번째가 득점왕이다. K리그 외국인선수 득점왕은 1985년 피아퐁(49)을 시작으로 샤샤(1999년),
산드로C(2001년), 에드밀손(40,2002년), 모따(28,2004년), 마차도(32,2005년), 까보레(28,2007년) 등 7명이다.
에두의 득점왕 가능성은 충분하다. 득점 페이스가 빠른 데다 지난 시즌에 비해 슈팅 정확도가 상당히 좋아졌다. 올 시즌 슈팅당 평균 득점이 0.26골이고 19개의 슈팅 가운데 11개(유효 슈팅 비율 58%)가 골문으로 향했다. 에두는 지난 시즌 슈팅당 평균 득점이 0.10골에 그쳤고 유효 슈팅 비율도 40%로 높지 않았다.
한 축구 관계자는 “(에두의)슈팅 타이밍이 정확하고 빨라졌다. 또 골키퍼의 움직임을 역이용하는 등 상당히 영리해졌다”고 평가했다.
대전 시티즌의 수비수 김형일(24)은 “지난 시즌과 같은 생각으로 에두를 막았다가 놓치게 된다. 슈팅도 정확해졌다. 에두의 실력이 드러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에두는 3월 9일 대전전에서 전반 44분과 후반 50분 멋진 왼발 발리 슈팅을 모두 골로 연결하며 팀의 2-0 승리를 이끌었다. 양대현 주무는 정확해진 에두의 슈팅에 대해 “최근 워낙 컨디션이 좋기도 하지만 (에두가)팀 훈련을 마친 뒤 늘 마토, 이관우와 별도로 슈팅 훈련을 하는 데 그게 많은 도움이 된 것 같다”고 귀띔했다.
에두의 두 번째 목표는 수원의 우승이다. 에두는 “득점왕보다 팀 우승이 먼저”라며 우승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나타냈다. 에두는 브라질리그를 떠난 2003-04시즌 이후 한 차례도 우승의 기쁨을 맛보지 못했다. 수원 역시 에두가 2005년 컵대회 이후 끊긴 우승 행진을 이어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수원의 한 관계자는 “차감독이 에두의 활약에 크게 만족해한다. 에두가 잘하고 있기 때문에 나드손을 미련 없이 보낼 수 있었다”며 “어느 때보다 선수단 모두 우승에 대한 열망이 크다. 결실을 맺기 위해선 에두의 활약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SPORTS2.0 제 99호(발행일 4월 14일) 기사
이상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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