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답사 25＞ : 충북 ‘보은’의 국도를 걷다

[흐르는 등불]

충북 ‘보은’의 국도를 걷다

1. 보은 ‘대청호 오백리 16구간’을 걷기 위해 회남면사무소에 차를 주차했다. 출발점에서 이어지는 연결 코스를 찾기 어려웠다. 대신 주변 물가에 조성된 테크를 걷다 이번에는 국도를 따라 ‘보은’의 중심지까지 걷기로 했다. 거리는 약 20km가 조금 더되어 보였다. ‘국도 걷기’는 오래전부터 ‘걷기’의 기본적 패턴이었다. 과거 대학생 시절 전국 답사를 계획했을 때의 코스도 바로 ‘국도’를 따라 걷는 것이었다. 국도를 따라 걸으면 멋진 풍경이나 아름다운 장소를 만나지 못할 수도 있지만 걷는 그 자체가 우리 국토의 살아있는 모습을 생생하게 확인할 수 있다. ‘생활 속의 사람들’을 만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과거’에는 지속적으로 시도하지는 못했다. 길이 정돈되지 않았고 국도를 달리는 차들의 난폭 운전에 상당한 위험을 동반했기 때문이었다. 오늘 아직은 청량한 바람이 부는 ‘보은 국도’를 걸었다. 충북의 전형적인 산과 길 그리고 들을 보면서 회남면에서 ‘보은’ 터미널까지 이동했다.

2. 국도를 걸으면서 달라지는 장면은 마음들의 모습이다. 마을 입구에 세워진 안내판이 마을의 개성을 알려준다. 농부들은 곳곳에서 농사일에 한창이다. ‘생명’을 만들고 ‘생명’을 이어가기 위한 ‘생산’의 현장이 펼쳐지고 있다. 허리가 구부러진 늙은 농부들의 어깨가 무거워 보인다. 묵묵히 땅과 함께 하는 이들의 삶에 경의를 표하고 싶다. 벼를 키우는 논보다 다른 작물들의 경작지가 더 많이 눈에 띈다. ‘수익’을 위한 농사의 변화를 확인한다. 보은읍으로 가기 위해 고개를 넘어야 했다. ‘고개’를 넘으면서 바뀌고 있는 수많은 마을들의 전환을 흥미롭게 바라본다.

3. 재미있는 ‘장소’를 발견했다. 텅 빈 운동장에 세종대왕과 이순신 장군의 동상만이 서있는 폐교이다. 최근 ‘폐교’들이 다양한 문화적 공간으로 변모하고 있는데 이곳은 여의치 않았나 보다. 운동장에는 풀과 꽃들이 가득하고 오래된 건물은 이제 원래의 형태도 잃어가고 있었다. 외롭게 서로를 의지하고 서있는 두 개의 동상만이 이곳이 과거 학교였음을 알려준다. 작고 소박한 청동상과 낡은 건물들이 이곳을 거쳤던 사람들 뿐 아니라 유사한 기억을 가진 또 다른 사람들의 순수했던 기억을 떠오르게 한다. 운동장을 채우고 있는 들꽃들이 아름다웠다.

4. 4시간 30분 정도 걸은 후 도착한 ‘보은읍내’는 조용하다. 터미널 앞에 주차한 택시들은 오늘 몇 번의 운행을 할지 기약 없다. 터미널에서 매표원들은 사라지고 무인티켓 박스만이 남아있다. 배차 시간이 지워진 ‘운항표’는 하루에 이동하는 버스들이 얼마 되지 않음을 말해준다. 사람들은 줄고 사람들의 이동도 줄며 거리는 활기는 잃어가고 있다. 버스 정류장에서 옹기종기 모여앉아 버스를 기다리는 할머니들의 모습들만이 지방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보보]

ㅡ 운동장을 채우고 있는 들꽃들이 아름답다!!!

[보보]

ㅡ 외롭게 서로를 의지하고 서있는 두 개의 동상!

ㅡ 우리들의 모습이라고 해도 좋을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