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1회 청마백일장 입상 작품
초등부(저)
<장원>
교통신호
최영훈 (경주초등 1-3)
우리 집에는 교통신호가 있다.
우리 엄마는 빨간색 불
가끔씩 화를 내고 숙제해라
잔소리를 할 때
내 마음엔 빨간불이 켜진다.
우리 아빠는 초록색 불
우리 아빠는 아들 잘하네
칭찬을 많이 하신다.
그래서 내 마음엔 초록색불이
켜진다.
우리누나는 노란색 불
우리 누나는 마음이 변덕쟁이
같아서 내 마음엔 노란색불이 켜진다.
나와 우리 동생은 무슨 불일까?
<최우수>
교통신호
황윤재 (용황초등 3-2)
교통신호는
색깔 형제
빨간 불, 초록불, 노란불 등
다양하지요.
빨간 불은 “가지마!”
하고 소리치고
초록불은 “가면되요.”
하고 알려주네.
노란불은 “빨간불온다!”
하고 주의 준다.
교통신호는
교통사고를 줄여주는
안전한 길을 안내해주는
교통 알림이.
<최우수>
교통신호
신지혜 (용강초등 3-4)
지각할까 무서워서 뛰어가는데
빨간불이 켜져서
“이놈, 무단횡단은 안돼!”
지각할까 무서워서 뛰어가는데
초록불이 켜져서
“얘야, 빨리 가렴.”
지각할까 무서워서 뛰어가는데
노란불이 켜져서
“얘! 노란불은 빨간불로
바뀐다는 신호야!
빨강아저씨가 혼낸다.“
빨강, 노랑, 초록불
다, 뜻이 다르네.
빨강, 노랑, 초록불
다, 뜻이 다르네.
<최우수>
교통신호
김재은 (계림초등 3-1)
깜빡깜빡 안전대장
빨강초록 교통신호
빨간불은 화난불
ᄈᆞᆯ간불이 화가풀리면
기분좋은 초록불로 변신
빨간등 화냈다.
초록등 웃으면
지팡이 짚은 할머니도
개구쟁이 우리들도
하하호호 인사하네
밤낮 없이 잠도 자지 않고
열심히 일하는 교통신호는
부지런한 우리 아빠 닮았네
내친구 교통신호야
내일은 내가 먼저
방긋 웃어줄게
<가작>
교통신호
김규현 (용강초등 3-3)
초록불은 아빠
빨리 가, 가자라고 하지요
아빠가 좋아하는 산처럼 푸르네요.
빨간불은 엄마
잠깐, 멈춰 라고 하지요.
엄마 입술처럼 빨갛죠
우회전불은 형아
오른쪽으로 가, 옆으로 가라고 하네요
좌회전, 우회전불은 꼭
형아가 게임하는 모습을 닮았네요
나는 누구일까요
바로 아빠를 많이
도와주는 주황색불이에요.
<가작>
교통신호
박시현 (황성초등 2-3)
교통신호는
잔소리쟁이 우리엄마 같아요.
엄마가 아침에 빨리 일어나라고 하고
어서 자라고 하는 것처럼
교통신호도 가라하고 서라하고
차들에게 계속 잔소리를 해요.
내가 우리엄마의 잔소리를
들으면 화가 나서 얼굴이
단풍처럼 빨게져요
그럼 엄마도 얼굴이 화산처럼
새빨게져요.
차들도 교통신호등 말을 잘 듣지
않아서 교통신호도 얼굴이
빨게졌을까요?
<가작>
교통신호
박지우 (유림초등 2-6)
교통신호는
밝은 마음
맑은 눈을 가졌어요
빨강 눈을 부릅뜨고
정지!
초록색 깜박눈은
안전!
주황색 비춰주며
준비하세요
사람들을 도와주는
밝고 맑은 약속!
나는 교통신호를
잘 지키는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요.
<가작>
교통신호
손우영 (동천초등 3-2)
우리 학교 앞에는
교통의 신이 있다.
차가 오는 걸 어떻게
알고 그러는 걸까?
차가오면 깃발을
내리고 안오면 올린다.
우리가 도와주지 않아도
둘이서 거뜬히 해낸다.
자동차들도 깃발 하나만
세우면 겁을 먹고 멈춘다.
우리 학교 앞에는
깃발이 교통신호다.
<가작>
교통신호
오선우 (경주초등 3-6)
건널목에서
가라 서다 말해주는 신호등
계속 기다리라 한다.
바쁜데
마음대로 바뀌지 않는다.
내마음에도
신호등이 있다.
긴장되는 시험 날에는 빨간불
즐거운 소풍날에는 초록불
그저 그런 날에는 노란불
늘 즐거운 초록불이 될 수는 없을까?
내가 경찰이 돼서
내 마음의 신호등을
마음대로 조정하고 싶다.
초등 고학년부
<장원>
축구
남소원 (부산 오륙도초등 5-2)
신나는 체육시간에는
나도 축구선수가 된다.
동글동글 공은 자꾸만
발끝에서 미끄럼을 타고
바람을 따라가듯이
먼곳으로 숨바꼭질한다,
슛~골인 점수에는 욕심나지만
뻘뻘 땀 흘리며 힘들어
얼굴은 사과처럼 빨개져도
네편 내편 모두 하나가 된다.
공은 삐딱한 내 심술처럼
이리저리로 도망 다녀 속상해도
자꾸만 뛰어가고 싶은 내 마음
하늘을 뛰어다니는 기분이 된다.
<최우수>
박지수 (유림초등 6-2)
하늘을 들었다 놓는 함성
우레같은 박수 갈채
한.일전 운동장은 지금
끈 바짝 조인 큰 북 같다.
혼다 게이스케의 발리 슛
잔디북을 울리면
맞은편 붉은 악마군단
휘오
지성오빠 코너킥이 포물선을 그리는
동안
큰 운동장 북은 쥐죽은 듯 고요하다
와아아 두두둥둥
슛 골인! 대한민국
관중들은 거대한 대취타 군단
축구는 사람들의 마음을 들었다 놓는
위대한 악기다.
김연경 (유림초등 5-7)
제각기 다른
열하나의 마음들이
축구장에 모이면
커다란 하나의 마음이 됩니다.
스물 두 개의 발들이
동그란 공 하나를 굴릴 때면
관중들의 손에 땀이 차오릅니다.
골망을 갈라놓은
‘골인’이라는 환호성에
잠자던 하늘까지도
깜짝 놀라 잠을 깹니다.
어느듯
90분의 시간이 흐르자
수천개의 마음은
한마음 한뜻이 되어
서로 얼싸안고
얼굴에는 승리의 기쁨에
파아란 웃음이 피어납니다.
임재윤 (불국사 초등 5-2)
못생긴 주먹밥 축구공
날센 발들에게
통통 차여도 괜찮아
슝하고 저멀리 날아가서
아무도 안 찾아줘도
괜찮아
동글동글한 모양처럼
축구공의 마음도
동그란 것일까
하루는 엄마처럼
하루는 친구처럼
늘 괜찮다고 하는
고마운 친구 축구공아
<가작>
김재향 (계림초등 5-1)
맑은 하늘이 웃어주는
즐거운 체육시간
1반 2반 모두모여
축구시합을 하네
1반이겨라 2반이겨라
선생님은 누구편을
들어야 할지 고민고민
힘찬 발걸음으로 뻥뻥
하늘을 나는 공
나는 박지성이 되고
친구는 차두리가 된다.
송글송글 이마에 맺힌
구슬땀 옷소매로 씨익닦고
오늘은 모두가 국가대표
이겨서 기분 좋고
져서 화도나지만
돌아서면 모두가 내 친구
서로서로 꼭 안아주며
우리의 꿈을
축구공에 실어 골대에 넣는다.
최준 (모화초등 5학년 1반)
박지성 아저씨의
강력한 슛을 보며
나도 슛돌이의
꿈을 키워봐요
골목길에서 만난
정묵이의 힘찬
발차기를 흉내내며
돌아나가는 걸음걸음
나는야 초딩 슛돌이
축구공을 향한
내 마음의 불꽃 슛
언제쯤 커다란
무지개를 만들 수 있을까요?
박서희 (황성초등 4-7반)
오늘도 푸른 희망틀에 모였네.
손에는 둥근 희망 덩어리
사각 골대를 향해 힘껏 달리네.
축구는 응원
힘들고 지칠 땐
박수와 함성으로 이기네.
축구는 태양
모든 사람들 마음을 환하게 하네.
이정훈 (유림초등 5-6)
축구는 한마음이다
각자의 일들로 따로따로인 가족들이
한 목소리 한 마음으로
소리치게 만드는
작지만 커다란 희망의 동그라미다.
축구는 즐거움과 합동이다
속상할 때도 화가날 때도
공을 몰고 다녀보면
어느새 사라지고
마음 속에 남는 건
새로운 즐거움과
행복한 마음이다,
방규태 (경추초등 5-1)
비그친
운동장에서
축구를 한다.
내가 찬 축구공은
대포알처럼
날아간다
친구가 찬
축구공은
빗물 고인 웅덩이에
다이빙
아이들
신발은
진흙 투성이지만
얼굴에는 꽃이 핀다.
중등부 당선작
<장원>
분수대
김민욱 (월성중 1-1)
그는
언제나 남들과
다르게 생각한다
부드럽고 힘없는 이들의
칼자루가 되어
금강석으로도 못베는
가장 굳센 칼로 태어나게 해주고
위에서 아래로 흐른다는
그들의 거짓된 믿음을 깨트리고
아래에서 위로
솟구치게 한다.
그러나
항상 뒤에서만
밀어주는 그
앞으로 나서지 않고
오직 뒤에서만
도와주는 그
아무튼 오늘도
시원하게 물을 뿜어내며
파아란 하늘을 올려다 본다
조금 뒤에서
일곱빛깔 무지개 뜬 하늘을
올려다 본다.
<최우수>
권문주(선덕여중 2-3)
시원하게 뿜어대는
분수옆에 앉아
한 소녀는 눈을 감는다.
생각에 잠긴다.
“엄마, 고래좀봐.
엄마보다 크다!“
아무것도 모르던
철부지 어린 소녀는
고래를 보고 깔깔대며
그 품안에서 춤을 춘다.
얼마쯤 흘렀을까
다시 찾아온 고래 앞에
소녀는 향긋한 미소 한 줌
빛나는 눈빛 한 줄기
머금고서 그저 바라만 본다.
그 소녀는 마음 속에
차오르는 무언가에
지난날 나약했던 자신을
뒤돌아 본다.
손을 건넨다.
힘차게 뿜어올리는
고래의 열정에 자유에
소녀의 마음은
벅차올라 가득 채워진다.
시원하게 뿜어대는
분수옆에 앉아
한 소녀는 눈을 감는다
그리고 두 주먹을
불끈 쥐어본다.
최명환 (월성중 2-1)
장마철 빗줄기 아래
서러움의 눈물
내뿜었지만
따가운 햇살 아래
지독한 쓸쓸함
쏟아냈지만
이제
황금빛 들판 사이로
노래를 뿜어낸다
스쳐지나가는 계절
텅 빈 하늘로 솟구치는
노래
한 줌.
남승은(부산 오륙도 중 1-6)
햇살이 금빛으로 찬란할 때
솟아오르는 분수대는 꿈을 꾼다.
무지개빛 화려함을 숨기고
투명한 물빛 맑은 마음을 뿌린다.
아래로만 흐르는 물들이
하늘을 향해 날아오르듯이
꿈을 꾸면 하늘도 만난다.
바람이 은빛으로 속삭일 때
솟아오르는 분수대는 노래를 한다.
엄마의 다정한 목소리처럼
물로 꽃을 피우며 토닥인다
분수대는 물로 피는 맑음의 꽃이다.
<가작>
장은민 (근화여중 1-6)
시민운동장을 등지고
곧게 높게 선 소나무와
겹치듯이 뿜어져 나오는 물도
지나가던 구름을
구멍 낼 듯 한 기세로
하늘을 향해 솟구치면
물든 단풍잎이 내려앉은
하늘과 땅 사이를
받치는 기둥
가끔은 가끔은
놀고 있는 아이들을
간질이고
가끔은 가끔은
살랑히 불던
낙엽을 적신다.
사람들이
하나 둘 떠나가면
조용히 천천히
흥건한 물을 말리겠지
김미현 (불국중 3-2)
시원하게 용솟음치는
깨끗한 구름사이로 솟아오르는
은빛 물줄기
저기 저 바람사이로
저기 저 햇살사이로
숨가쁘게 뛰어오르는 너의 물방울
자유로운 환희를 위한 발돋음일까
답답한 어느 곳에서 벗어나고 싶은
몸부림일까
이제는 무지개 빛 찬란한
네 꿈들 이루고
내려와라 내려와라
어서 내려와서
숨어있는 물방울에게도
보이지 않는 물방울에게도
너의 꿈을 전해줘야지
또 다시 뛰어오를
그날을 기다리며
나는 너를 보낸다.
박세영 (경주여중 2-4)
황금빛 햇살보다 더 고운 빛을 내며
오늘도 하늘을 찌를듯한 위엄으로
자유자재 높이 오른다.
태평양을 헤집는 돌고래처럼
푸르디 푸른 강물의 연어처럼
솟아오를 듯한 내 마음 속 분수
저기 저 높게 날아오르는
저 새도 내마음 속 분수를
알 수 있을까
오늘도 어디로 뻗을지 모르는
내일의 희망을 위해
오늘도 열심히 노력합니다.
박은비(화랑중 2-2)
억센 갈대들이
몸을 뉘이고,
마른 하늘의
기침 속으로
퍼져나가는 가을의 향기.
가지 하나 없이도
나날을 견뎌내는
문인목을 바라보며
분수대 앞에서
조용한 침묵을 느껴본다.
불현 듯, 내 살갗에
스미던 분수 한줄기를,
한 줄기의 분수를
나는 기억하노라.
곧게 줄을 선
저 문인옥들처럼
다시금 내 마음에서
피어오른다.
깊게, 더 넓어져 갈
나의 삶을 그려보며
나를 흠뻑
적셔본다.
이우재 (경주중 2-5)
나는 언제부터 분수대였나?
언제, 무슨일이 재가되었음을 알고
바람에게 밀려오는 물결에
하늘을 향해 울음을 터트리는구나
길을 걷던 너희들은
언제부터 나무에 매달려있었는가
물가에 창백히 떨어진 낙엽을 품노라면
거꾸로 쏟아지는 고요한 눈물이
사방으로 흩어지노라고
혼미해져 붉은마음에
너희들은 뭐가 그리 아름다운지 모르겠다만
오늘도 서러워서 펑펑 울었다.
오늘도 한 잎, 한 잎 내 품에 안기어오기에
한 많은 너희들은 하늘 그 호수에 몸담그게
해주고 싶기에
힘들어도 매일, 열심히, 더 높이 뿜어내는 구나
그리고 다시,
너의 한은 나의 한이되어 터진다.
끝없이.
어느가을
가로수 아래서오는가?
코스모스향기,
그 고운 분홍빛 향기를 맞소라면
문득 드는생각.
나는 언제부터 분수대였나?
고등부 당선작
낙엽
<장원>
정선재 (문화고 2-4)
바람이 가을을 연주한다.
아버지는
키 큰 감나무를 한번 쳐다보고
다시 붉게 어지러든
감나무 이파리를 내려다보고
빗자루를 잡으신다.
어머니는
높은 감나무를 한참 올려다보고
다시 마당을 내려다보고
가을이라며 미소를 띠신다.
감나무는
긴 겨울을 살아남기 위해
낙엽을 만들어 아프게 떨구어내고
나는
빗자루를 든 아버지와
좋아하는 어머니와
아픈 감나무 사이에
서 있었다.
<최우수상>
이승현 (경주고 2-3)
가을나무는 물구나무를 서서 봐라
하늘에 뿌리를 박고
땅으로 가지를 뻗어내어
가장 풍성한 잎을 피워낸다,
아래에서 위로 솟아오르는
붉은 잎사귀의 춤사위에
더 없이 황홀한 바로 지금이
나무의 전성기이다
끝도 없이 이어진
대지와 잎이 군집을 이룬
가을나무는 물구나무를 서고 봐라.
전현종 (경주고 2-1)
노랗게 핀 수줍은 내 마음이
그녀의 소설책 속 책갈피가 되었을 때
소설책 속 사람이 이루어짐을 느꼈다.
반납된 그녀의 차가운 소설책처럼
노오란 내 마음도 검붉어져 떨어졌을 때
소설책 속 사랑이 끝났음을 느꼈다.
차가운 소설책이 누군가의 눈물 훔치고
검붉어진 내 마음이 떨어져 밟힐 때도
조금씩 늙어가는 내 마음은 푸르다는걸
하홍비 (근화여고 1-2)
마알간 청빛 하늘아래
마른 바람 이는 가을이 오면
회색빛 아스팔트 위를
따스한 봄이 내린다
노오란 은행잎
잎사귀 사이사이
동그라니 가을의 결실
발로 문지르면 퍼져나오는
가을의 구린내 주우시던
할머니!
이곳의 가을은
쓸쓸한 바람 냄새
할머니의 가을은
광주리 가득 노란 봄이다.
한걸은 한걸음
발끝에서 피어나는
고향의 봄내음
오늘따라
고향의 누린내가
더욱 그리워집니다.
<가작>
김봉철 (경주고 2-1)
누군가에게 그리움의 조각이 되고
어떤 이에게 슬픔의 눈물이 되는
키작은 꼬마 춤꾼,
가냘픈 몸을 지닌 그 꼬마 춤꾼은
오늘도 살랑 바람에 실리어
길 가던 나그네의 발길을 잡는다.
“꼬마야, 넌 어디서 왔니?”
“세월의 숲에서 왔어요.”
“아름다운 춤사위는 어디서 배웠니?”
“숲 속 깊은 추억에서 배웠어요.”
대답을 한 꼬마 춤꾼은 미소짓는
나그네를 뒤로한 채
또다른 관객을 찾아 길을 나선다.
바람과 함께...
김정우(경주고 2–2)
지나가는 낙엽 한 닙
함부로 밟지 마라.
너는 누군가에게 이로운 사람이었느냐.
축구하는 아이들의 놀이터가 되고
순수한 연인들의 사랑이 되고
새내기 젊은 시인의 고뇌가 되고
풋풋했던 옛 사랑의 추억이 되고
지나간 세월의 황혼이 되고
외로운 누군가의 동반자가 되고
어린 영혼들의 따뜻한 잠자리가 되고
지나가는 낙엽 한 닙
함부로 밟지 마라.
너는 누군가에게 이로운 사람이었느냐.
서산(경주고 2-1)
높디높은 가을 햇살에 떨구는 나무의
눈물을 아는가
시원한 바람이 코끝의 묵은 땀방울을
걷어낼 때 즈음
살며시 눈감으며 낙하하는
발밑에 털썩 꼬꾸라질 아들과
어찌할 수 없는 이별을 하는 어머니
쓸쓸하게 말라버린 아들의 몸과 같이
떨어진 그 눈물방울
한해 한해 그 처량한 몸뚱아리 속에
박아넣는
가을이 한없이 매정한 어머니
허나 어쩌랴 눈물도 비와같이 돌고 도는 것인데
비와같이 언젠간 마를 테지
눈물은 비와같이 양분이 되어
나무는 험한 하늘 향해 꿋꿋하게 고개를
드는 것이다.
박준용 (경주고 2-1)
사락 사라락 낙엽 지는 소리
스륵 스르륵 울엄매 작업복 벗는 소리
낙엽아, 뭣하러 나물 위해 힘쓰다
떨어지는고
엄매야, 무얼 위해 애쓰다 땀과 눈물
흘리시는고
무정하도다 나무야, 잎들 놓지 마라
무거운 잎들 내리면 그것들 울엄매가 지나보다
엄매 어깨 자꾸만 내려가네
잎이 어여쁘게 물들어갈 때 울엄매
허옇게 바래가네
잎들 다 지고나면 언제 다시 볼까
울엄매는 지고나면 다시 볼 수 있을까
울엄매여 무엇 때문에 피고 무엇 때문에
지는고.
남승주 (예문여고 1-4)
가을 빛 온 몸에 무르익어
지상에 내려앉는다고
이쪽 가지에서 웅성웅성
저쪽 가지에서 수군수군
두려움에 바싹 말라가는 몸을
고집과 미련으로 꼭 붙잡던 두 손
자유로운 미래를 간절히 여기며
아득한 저 아래 낯선 대지로
영원할 것만 같던 뜬마음도
바스락, 어머 낙엽이 예쁘게졌네요.
희망 한 쪽 물들였던 탓인지
스산한 외로운 계절 속에서도
안으로 굽은 품 속에
파릇했던 새순일 적 기억이 남아있다.
일반부 당선작
산과 구름
<장원>
김상운 (건천읍 건천리)
태초에 나의 의미를 말하고 싶어
산으로 솟은지 너무 오래다.
긴 세월동안 자그마한 온갖 생명들이
내게로 온다만 나와의 소통은 멀기만
하구나.
진한 기다림에 지쳐
파란 하늘로 너를 부르면
너는 멀리서 구름으로 가까이선 운무로
내게 긷는구나.
먼 훗날 나는 점으로 너는 빛으로 어느
공간에서 하나의 점이 되어
다시 만나자.
<최우수>
이정임 (경주시 충효동)
먼 산 바라 본다
그 속에서는 길이 보였는데
멀리서 보는 산은
산뿐이다
그 곳에서의 시간은
한줌씩 살아가는 힘이 될 것이다.
소나무 향기도
이름 모를 들꽃의 기억도
내일의 내게는 양식이 될 것이다.
기대하던 생활보다
큰 키의 나무에서 하늘 보는
법을 배우고
떠도는 구름마냥 시간에
흘러다니던 생활보다
조용한 구름과 산을 덮어주던
그림자에게 묻어줄 수 있는
가슴을 배웠다.
나에게, 산 밖에서 하늘 아래
산과 구름을 담을 수 있게 하리라.
이미순 (경남 양산)
나는 오랫동안 찬바람 속을 다녔다.
자작나무 숲길 난 산허리 끼고
마을어귀 돌아 둥실 떠가면
밤마다 휘청한 불빛 넘쳐나는
도시의 화려함이 나를 껴안았다.
삐걱대는 소음들이 귀를 메우고
도무지 곁을 주지 않을 것 같던
똑똑한 건물들도 가슴을 어루만졌다.
나는 몸 속 문들을 열었다.
술에 멱살 잡혀 발버둥치는 소리들이
나를 벽으로 밀어부쳤을 때
그제야 캄캄한 먹구름, 내가 보였다.
눈물 고여 무거워진 몸.
아무리 뒤져도 양동이 하나 없었다.
동이 튼 자작나무 숲을 찾았을 때
내 속 깊이 새겨진 아버지 얼굴이
그 산에서 보였다.
내가 다시 찾은 따스한
풍경의 자리였다.
정순화 (경주시 용강동)
저만치 먼 산등성이
떠나려 하는 님을 붙잡고
잠시 머물러 있기를
간절히 애원 해 본다.
그 애틋함을 아는지 모르는지
외면한 채
유유히 떠날 길을 재촉하는 님들 뿐,
보내고 또 보내고
어느새 습관이 되어버린 듯
큰 아쉬움도 미려도 없다.
하지만,
이제는 그것을 알았다.
언젠가는 다시 다가올 것을....
<가작>
이은경 (경주시 충효동)
바람이 분다
의지와 상관없이
어디론가 흘러 간다
이젠 멈추고 싶은데
작은 움직임도 이기지를 못한다.
여기서도 무엇과 만나서
비도 되고 그늘 만들며
천둥과도 만나겠지만
이젠 그 분을 만나고 싶다
떠도는 나를 허리로 감싸 않으며
이젠 됐다
조용히 안아 주는
산과 같은 그 분을
만나고 싶다.
김성숙 (경주시 내남면)
촉촉이 젖은 녹음은
미명에 눈을 뜨고
하얀 양떼들은
긴 길을 오른다.
워이 워이 쉰소리가
빽빽한 가지를 메우고
토해 놓은 한숨은
절벽마다 바위로 앉는다.
긴긴 밤의 햇님은
긴- 시름을 태워
하아얀 구름을 남기고
어제 떠난 목동은
그 구름에 앉아
산등성이 미끄럼 타고
높고 낮게 내려온다.
박순희 (울산 북구)
산중턱에 걸터 앉은
시름 많은 저 구름은
고단한 내 삶의
좌표를 바꾸기 위해
거슬러 올라간다
부모 뜻 거슬러
행복을 품을 수 있으랴마는
철없던 젊은 시절의
행복을 뒤로 한 채
내 어머니 한을 담고와서
먹구름을 드리운다.
사랑의 노예로 산
세월만큼 성난 모습
가득 담은 먹장구름도
말없이 품어주던
석장처럼 서있는 산에게
큰 시름을 토해낸다.
무덤가에 핀 향기 없는
꽃에게라도 죄송한 마음으로
거스른 세월에 사죄하리라.
끝.
첫댓글 일반부 최우수 정순화 작품 중반부에 미련이 미려로 올려졋네요..이것또한 수정부탁할게요.수고하십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