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두 닦는 소년 정호승 구두를 닦으며 별을 닦는다 구두통에 새벽별 가득 따 담고 별을 잃은 사람들에게 하나씩 골고루 나눠 주기 위해 구두를 닦으며 별을 닦는다 하루 내 길바닥에 홀로 앉아서 사람들 발 아래 짓밟혀 나뒹구는 지난밤 별똥별도 주워서 닦고 하늘 숨은 낮별도 꺼내 닦는다 이 세상 별빛 한 손에 모아 어머니 아침마다 거울을 닦듯 구두 닦는 사람들 목숨 닦는다 목숨 위에 내려앉은 먼지 닦는다 저녁별 가득 든 구두통 매고 겨울밤 골목길 걸어서 가면 사람들은 하나씩 별을 안고 돌아가고 발자국에 고이는 발바람 소리 따라 가랑잎 같은 손만 굴러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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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두를 닦으며 별을 닦는 소년이 있었다. 사람들은 소년이 나누어주는 별을 품으며 발아래 짓밟혔던 꿈도 하늘에 숨어 있던 빛도 되찾을 수 있었다. 그런데, 그 소년이 보이지 않는다. 구두를 닦으며 새벽별 가득 구두통에 담아주던 소년이 보이지 않는다. 도대체 어찌 된 일인가? 어렵사리 고개 들던 꿈은 다시 먼지를 먹고 길바닥에 나뒹굴며 빛을 잃었다. 사람들은 더 이상 구두를 신지 않았다. 구두가 없어도 신을 것이 무한정 쏟아져 나오는 휘황찬란한 시대 속에서 소년도 잊고 구두통도 잊고 새벽별도 잊었다. 그러나 그들은 소년을 구두통을 새벽별을 잃은 줄을 몰랐다.
※ 이 글은 한국성서대학교 <코코스>지에 ‘임경미의 토닥토닥 시’라는 제목으로 연재하는 임경미선생님의 칼럼으로, 2020년 12월호의 내용입니다. |
첫댓글 별을 잃은 사람들에게
~ 나눠주기 위해~
하나씩 골고루 나눠주기 위해
구두를 닦으며 별을 닦는다
사람들 발 아래 짓밟혀 나뒹구는
~
하늘 숨은 낮별도 꺼내 닦는다
~~ 골고루 나눠주기 위해 ~~
그런데
그들은
소년을
구두통을
새벽별을
잃었다는 ~
그 러 나
그들은 그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는 ~
뒷 말이
성탄의
계절을 보내는
이 시점에서
내 몸
한쪽 구석을
묶어놓고 있네요
목사님^^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를 이렇게 헤아려주시니 어찌나 감사한지요...
코로나19로 잃어버린 우리의 일상, 더 나아가 잊지 말아야 할 소중한 십자가의 삶,
그러나 이제는 잊혀지는 것이 익숙해져버린... 안타까운 우리들의 일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