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은 참으로 특이한 금융상품 입니다. 금융상품은 금융상품인데, 이 금융상품에서 보험사가 사업비(회사경비) 명목으로 갖고 가는 수수료 비율을 보험소비자들이 잘 모른다는 것 입니다. 보험사들은 이 수수료 비율을 소비자들에게 잘 알려주지도 않습니다. 금융상품 중에서 금융상품에 들어있는 수수료(사업비) 비율을 철저하게 숨기는 건 아마 보험상품 밖에 없을 것 입니다.
<유상원 중앙일보 이코노미스트 기자, bestwiseman@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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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금융상품들은 수수료 비율이 다 공개가 된 상태 입니다. 일례로 전국민의 필수품처럼 되어 버린 주식형 펀드는 연2.5% 정도를 각종 보수 명목으로 펀드 판매사와 운용사가 갖고 갑니다. 최근 몇차례에 걸려서 이에 대한 내용을 이 뉴스레터 지면을 통해서 소개하기도 했었습니다.
보험사들이 갖고 가는 이 예정사업비는 사실 중요한 투자요소 이기도 합니다. 사업비가 많이지면 나중에 보험가입자에게 돌아올 몫이 줄어드는 건 당연하기 때문 입니다. 특히 사업비를 뺀 돈으로 투자운용을 해야 하는 변액보험의 경우 더더욱 그렇습니다. 투자금액 자체가 줄어들면, 수익이 더 적게 돌아올 확율이 더 높아진다는 얘기 입니다. 그래서 보험사들은 가능하면 이 사업비 부분을 외부에 공개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일부 보험전문가들이 이를 추적해서 가끔 공개를 하곤 합니다. 한 예를 들어 봅시다. 보험소비자연맹이 2007년5월에 국내에 있는 생명보험사의 변액유니버설 상품과 예정사업비을 조사해서 공개한 적이 있습니다. 이 자료를 보면 이 예정사업비 비중이 보험료 납입 원금 중에서 만만치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변액유니버설보험에 가입을 하고, 월 100만원씩 보험료를 냈고, 20년간 납입을 했다고 가정을 해봅시다. 그러면 1년에 1200만원이고, 20년이면 2억4000만원을 보험사에 낸다는 얘기 입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2억4000만원짜리 금융상품을 하나 산다는 말과도 같습니다.
하지만 예정사업비는 보험사마다 제각각 입니다. 보험소비자연맹에 따르면, 가장 많이 받는 생명보험사는 PCA생명이고 그 금액은 3476만원 입니다. 이 예정사업비 3476만원은 보험료 납입금액 2억4000만원의 14.48%에 해당하는 금액 입니다. 가장 적은 보험사는 SH&C생명이고, 금액은 1140만원 입니다. 예정사업비가 가장 많은 생보사와 가장 적은 생보사의 차이는 2336만원이나 됩니다.
재미있는 점은, 변액유니버설보험도 보험의 일종이라는 것 입니다. 그래서 보험가입 초기에 예정사업비를 적지 않게 보험사에서 갖고 간다는 것 입니다. 얼핏 생각하면 이 예정사업비가, 마치 펀드에서 보수 돈이 빠져나가듯이 매년 고르게 나갈 것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다릅니다. 보험상품 가입 초기에 각종 사업비가 많이 빠져 나갑니다. 보험가입 초기에는 이같은 예정사업비 비중이 크기에, 초기에 보험계약을 깨버리면 보험가입자에게 돌아올 몫이 적어지는 것은 아주 당연합니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사업비가 집중적으로 빠지는 보험가업 초기 기간인 7~10년 동안은 보험을 해약하지 말라는 조언을 하기도 합니다. 이 때 해약을 하면, 예정사업비로 이미 돈이 많이 빠져 나간 상태이기에 해약환급금이 원금보다 훨씬 더 적을 수도 있다는 겁니다.
정부에서도 이같은 사업비의 문제점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금융위원회는 11월3일날 보험사를 상대로 일정 범위에서 보험료 금액을 협상할 수 있는 보험판매 전문회사의 설립을 허용하는 내용의 보험업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고 밝혔습니다.
이 보험판매 전문회사는 보험 상품의 원가에 속하는 사업비를 대상으로 해서 보험사와 보험료 인하협상을 할 수 있다는 얘기 입니다. 이같은 협상을 통해서 사업비가 낮아지면, 소비자들이 부담해야 하는 보험료 금액이 줄어든다는 건 당연한 이치 입니다. 보험가입을 원하는 이들은 보험사업비 비중과 속성을 알고서 가입하는 게 현명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