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봐도 3년은 된
듯한 차' 르노삼성
SM3의 첫 인상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그랬다.
기대가 지나쳤던 탓일까? SM3는 첫 만남에서 그다지 깊은
인상을 남기지 못했다.
7월 3일 오전 10시반 부산 강서구 신호동 르노삼성자동차 공장에서
열린 SM3 신차 발표회장을 들어서는 순간 가슴은 가볍게 두근거근렸다.
98년 SM5의 발표 당시처럼 흥분에 가까운 상태는 아니었지만 현대와
기아가 독식하다시피 하고 있는 소형차 시장에 큰 파문을 던질 수 있는 '비밀 병기'가 탄생했으리라는 기대감 때문에 심장은 제멋대로 박동수를 빨리하고 있었다.
탤런트 박소현씨가 사회를 맡은 이날 행사는 SM3의 개발컨셉에 대한
소개를 시작으로 제롬스톨 대표이사의 문답시간과 이미지 광고상영
순서로 진행됐다. 여느 자동차 발표회와 마찬가지로 업체의 설명을
듣자면 마치 SM3는 지구상 최고의 자동차였다. 하지만 판단은 우리의
몫인 것을...
어쨌든 북소리와 시끄러운 음악이 울려퍼지는 가운데 무대 위의 스크린이 올라가고 드라이아이스 안개가 자욱한 속에 화려한 조명을 받으며 국내에서 처음보는 오렌지펄 색상의 신차가 공개됐다.
▼첫 인상▼
'SM3' 신차가 아니라 어디서 많이 본
듯한 모습이었다.
물론 이미 일본과
미국 유럽 등에서
판매되고 있는 닛산의 블루버드 실피(미국 수출명 센트라)를 그대로 들여온 모델이니 낯이 익숙한 것은 당연하지만 그래도 오늘 아침 아파트
주차장에서 본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것은 왜일까.
곰곰이 살펴보니 프론트는 아반떼XD와 베르나를 합쳤고, 루프는 아벨라 혹은 리오, 리어는 아우디 A4와 누비라2를 섞은 듯했다. 거기에다 패밀리룩의 이미지를 구축시키려는 의도인지 SM5의 얼굴과도 비슷했다.
물론 사람마다 보는 시각이 틀리겠지만 첫 대면 후 3초만에 이런 느낌을 준다는 것은 분명히 디자인면에서 신선함은 없다는 사실을 반증하는 것이다.
이미 자동차 디자인은 한계에 왔다고 말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지금과 같은 엔진과 실내배치로는 디자이너가 그릴 수 있는 기본적인 구도가 모두 나왔다는 얘기다.
아무리 그렇더라도 SM3의 첫 인상은 너무 심심했다. 하지만 SM5를
처음 보는 순간도 그랬었다. 단순한 라인업을 가진 르노삼성으로서는
실험적이거나 찬반양론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디자인은 모험이 아니라 위험이다.
현대의 경우 아반떼XD 4도어 모델이 너무 답답하다고 느껴지면 스포티한 5도어 모델도 있고 좀더 기분을 내면 투스카니까지 넘볼 수도 있다. 경제성을 따지면 베르나 혹은 클릭으로 눈을 돌릴 수도 있고 같은
회사가 된 기아의 비스토 리오 스펙트라 등 다양한 라인업이 있다.
그러나 중형 SM5, 준중형 SM3의 너무 단순한 라인업으로는 튀는 디자인을 만들 수 없다는 아픔이 있었을 것이다. 달랑 2가지 모델 뿐인
르노삼성에서 모델의 실패는 단순히 손실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기업의 생존과 직결되기 때문.
거기에다 블루버트 실피의 바디라인 안에서 디자이너가 아무리 재주를 부려봐야 거기서 거기가 아니겠는가. 하지만 평범한 디자인이 오히려 장점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SM5가 처음 출시될 당시 경쟁차종이었던 EF소나타나 그랜저XG에 비해 디자인이 밋밋해 실망하는 사람이 많았지만 5년이 지난 지금도 크게 싫증을 주지않고 판매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SM3도 길거리에서 쉽게 지나치는 이웃집 아저씨의 얼굴처럼 처음에는 아무런 감흥도 없지만 시간이 지나도 싫증을 주지 않는 편안한 '친구' 같은 차종이 될지도 모른다. 다만 SM5처럼 품질이 따라줘야 가능한 문제다.
▼실내▼
SM3의 실내는 좁다는 느낌이 먼저 다가온다.
실내수치로 따지면
동급인 아반떼XD와
거의 비슷하지만 느낌상으로는 약간 좁다. 특히 뒷좌석의
레그룸이 부족한 느낌이다. 그러나 소형차라는 것을 감안하면 그리
불편하게만 볼 수도 없는 일이다. 천장의 높이는 충분해 헤드클리어런스는 넉넉한 편이다.
최상위모델인 LE(Luxury)를 기준으로 실내의 구석구석을 살펴보자.
첫 느낌은 중형차 같다.
베이지색 가죽시트와 내장, 검은색의 대쉬보드는 적절한 조화를 이루며 중형차 수준의 품질감을 자아낸다. 전체적으로 곡면처리가 돼 있으며 부드러운 느낌을 준다. 그러나 대쉬보드의 재질은 딱딱한 플라스틱이어서 중대형차와는 구별된다.
특이하게 대쉬보드 중앙에 팝업콘솔이 크게 자리잡고 있는데 사실 이
자리는 닛산 실피에서 네비게이션 스크린이 차지하는 자리다. SM3는
가격 때문인지 네비게이션을 옵션으로도 선택할 수가 없어 그냥 남는
공간을 사물함으로 처리했다. 계기판은 평범한 스타일이며 속도계는
220㎞/h까지.
우드그레인은 SM5와 같은 무광처리이며 가죽 스티어링휠도 SM5와
공용으로 사용하는데 질감은 좋지만 약간 두꺼운 듯한 느낌이다.
▼편의-안전기능▼
소형차로는 과다할
정도로 풍부한 옵션을 자랑한다.
듀얼에어백에 사이드에어백까지 선택할 수 있고 탑승자의 무게에 따라 전후륜 브레이크의 배력이 조절되는
EBD-ABS브레이크도 마련돼 있다.
겨울철에 운전석과
조수석을 따뜻하게 하는 히팅시트와 전동접이식 사이드미러, 유해가스차단기능(AQS), 오토에어컨컨트롤러 등 중형차 이상의 편의기능이
곳곳에 숨어있다.
안전운전에 도움이 되는 휴대전화 핸즈프리와 급발진을 방지하는 시프트록 기능도 물론 포함돼 있다.
실내 도어손잡이와 윈도우 버튼, 사이드브레이크 손잡이, 자동변속기
커버 등도 크롬과 금속질감으로 도금이 돼있어 화려한 느낌을 준다.
다만 자동변속기 커버의 금속색깔 도색은 다소 싸구려 같다는 기분이
든다.
이밖에도 곳곳에 사물함을 배치해 운전자의 편의를 생각하고 있다.
천정에는 선글래스 홀더가 있고 스티어링휠 왼쪽 아래는 동전함과 교통카드를 꽂을 수 있는 카드홀더가 마련돼 있다.
실내공조장치 밑에 컵홀더가 있고 센터콘솔은 2단으로 분리돼 위쪽에는 휴대전화를 넣어둘 수 있도록 배려했다. 뒷좌석의 센터콘솔도 중형차 만큼이나 큼직하고 고급스러웠다.
특이한 것은 운전석 왼쪽 아래에 3단 접이식 우산이나 초소형 소화기를 놓을 만한 트레이가 있는데 실용도에는 의문이 갔다.
대쉬보드 중앙의 팝업콘솔도 동전이나 볼펜 등 딱딱한 물건을 넣어두면 잡소리의 원인이 될 가능성이 높아 과연 그 안에 무엇을 넣을 것인가를 운전자는 고민해야 할지도 모른다.
이처럼 부족할 것이 없는 사양이지만 요즘 나오는 준중형급이 대부분
가지고 있는 기능이어서 역시 신선감은 없다. 다만 전반적인 조립품질과 내장재의 질감에서 비교우위를 점할 수는 있을 것이다.
▼엔진-섀시▼
사실 이번 발표회는
시승행사가 아니어서 지금 쓰고 있는
글은 반쪽짜리에 불과하다. 그래서 시승기라는 글제목을
달지 못하고 탑승기라고 표현했다.
하지만 엔진음만 들어도 성능을 대충
파악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자동차 이야기를 쓸 자격이 있는 것이
아닌가. 그래서 기자는 "실내여서 안된다"는 주최측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시동을 걸었다. "크르르릉∼∼∼"
SM3의 1500cc DOHC엔진은 상당히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가속페달을 살짝 밟아 2000rpm 정도까지만 올려도 엔진은 듣기 거북할 정도의
신음을 토해낸다. 아무래도 엔진이 차가운 상태에서는 소음이 클 수도 있다는 생각에 행사장 제일 구석에 있는 SM3를 골라 시동을 걸어놓고 10분정도를 보냈다.
마침 점심식사 시간이라 재즈밴드의 연주가 크게 흘러나왔기 때문에
그토록 오래 시동을 걸어놓고 있는 것을 눈치챈 사람은 별로 없는 것
같아 다행이었다.
냉각수가 정상위치로 올라가고 엔진도 제법 뜨거워졌길래 다시 운전석에 앉았다. 아까 보다는 훨씬 정숙했고 아이들링(공회전) 상태에서
스티어링휠의 진동도 거의 없는 수준이었다.
변속기를 R-N-D로 바꾸자 처음에는 차체에 조금 진동이 왔지만 잠시후 변속기도 충분히 예열이 되었는지 D포지션에서도 고른 숨결을 보였다. 정차상태의 정숙성은 전반적으로 만족스러운 상태였다. 그러나
가속페달을 밟자 여전히 거친 호흡을 하는 엔진에 실망감을 감출 수
없었다.
2000rpm에서부터 시작된 가쁜 숨은 3000rpm을 넘기자 내장재를 조금씩 떨게 만들었고 엔진음이 차체의 바닥을 타고 흘러와 엉덩이와 등
뒤까지 전해졌다.
밀폐된 실내라서 그랬는지도 모를 일이고, 실제 주행을 해본 것도 아니기 때문에 섣불리 판단하지 않고 여기까지만 생각해두고 정확한 평가는 시승이후로 미뤄두자. 동력성능은 크게 기대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
엔진은 100마력으로 경쟁차종과 거의 비슷하다. 최고속도 180㎞/h로
경쟁차종 보다 3㎞/h 정도 떨어지지만 대충 같은 수준으로 볼 수 있다. 연비도 국내 1500㏄급과 차별성을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SM5처럼 타이밍벨트 대신 체인을 쓰고 있어 정비비용이 줄어들 것을 예상할 수 있고 닛산의 자동변속기가 5만㎞만 넘기면 고장나기 일쑤였던 국산 자동변속기와 어떤 차별성을 보여줄지는 두고봐야
할 부분이다. 문제가 한 가지 있었는데 차체가 비틀어진 것처럼 문이
쉽게 닫히지가 않는다는 것이었다.
특히 뒷문은 애인이 심한 말다툼 끝에 토라져 차에서 내려버리며 문을 닫을 때와 같은 힘으로 내던져야만 닫혔다. 초등학생 미만의 꼬마들이 쉽게 문을 여닫기는 힘들어 보였다. 어린 자녀들이 혼자 차에서
내리지 못하도록 배려한 것일까?
▼총평▼
SM5의 고품질 마무리를 경험한 많은
사람들이 SM3를 기대해왔다. SM3만 나오면 바로 차를 계약하겠다고 벼르고
있는 주변 사람들도
여럿을 봤을 정도니까 자동차 소비자들의 기대치가 어느 정도였는지 짐작할 수 있다.
일단 수수한 외관에 꼼꼼한 마무리로 중형차의 품질을 보여 실망을
줄 수준은 아니지만 특출난 것도 없어 그 기대치를 충분히 만족시키기는 힘들 것 같다.
아직까지 주행성능을 평가해보지는 못했지만 제원을 보면 지극히 평범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이나 일본에서 블루버드 실피(미국명 센트라)는 1800㏄가 주력차종이고 일본은 4륜구동과 2000㏄ 모델까지
나오기 때문에 1500㏄로는 충분한 동력성능을 기대하기 힘들다.
동급차종과 비슷한 가격이라면 충분한 경쟁력이 있는 것은 확실하다.
그러나 1500㏄ 모델의 경우 일본내 평균가격은 1500만원이며 미국의
1800㏄는 1800만원에 이른다. 동급인 아반떼XD 1500㏄가 모델에 따라 900∼1200만원의 가격대이니 르노삼성이 어떻게 가격을 책정할지
궁금할 뿐이다.
SM520이 1500만원대부터 시작되기 때문에 분명히 200∼300만원의
차이는 두겠지만 적자를 감수하지 않는다면 현대나 기아 대우의 경쟁차종 보다는 다소 가격대가 높을 전망이다.
르노삼성은 9월부터 SM3의 판매를 시작해 올해 1만2000대를 판매하겠다는 목표를 세워두고 있으며 7월 15일부터 가격이 결정되지 않은
상태로 전국의 대리점과 고객상담센터를 통해 예약을 받는다.
[출처 : 오토쇼21 & 동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