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ck. 10 - Vincent
포크음악은 먼저 저항이라는 단어를 떠올리게 하지만
저항의 기치 속에서도 '순백의 인간미'를 담아 내는
포크송들은 늘 존재해 왔습니다. '싱어송라이터' 일군을 이루며
1970년대를 장식한 여러 포크 가수들은 사회보다는
개인의 내적 탐구에 골몰했습니다.
Don McLean은
1960년대의 분위기에 매몰된 인간을 구하고자 치열하게
노력했던 대표적인 뮤지션입니다.
1945년 뉴욕에서 태어난 돈 맥클린은
Buddy Holly의 음악을 들으며 음악가로서의 꿈을 키웠습니다.
1960년대 클럽에서 경력을 쌓아나가지만 가수로서의 데뷔는 쉽지 않았습니다.
주위의 많은 아티스트들로부터 인정을 받았음에도
34곳의 레이블에서 앨범 제의를 거절당한 후에야
겨우 데뷔 앨범 <Tapestry>
(같은 해 발표된 캐롤 킹의 히트 앨범과 타이틀이 같죠.)를 발표했습니다.
큰 성공을 거두지 못했던 이 앨범에는
이후 Perry Como가 다시 불러 1973년 차트 30위에 오른
스탠더드 명곡'And I love you so'가 수록되어 있습니다.
서정성이 도드라진 이 발라드는
Bobby Goldsboro, Ed Ames, Elvis Presley에 의해서도
리메이크된 바 있습니다.
1971년 돈 맥클린은 무명의 1960년대를 떨쳐내고
공전의 히트를 친 앨범 <American Pie>를 발표합니다.
동명 타이틀곡 'American pie'는
1972년 신년벽두에 전미차트 정상에 4주간 올라섭니다.
당시 3분 정도의 곡들이 라디오를 장악하고 있던 미국의 음악계에서
8분 27초 짜리 대곡이 라디오 방송을 정복한 것은 대단한 이변이었습니다.
돈 맥클린의 대표곡이 된 이 곡은
비행기 사고로 세상을 떠난 버디 할리를 그 소재로 한 곡으로,
그가 죽은 날을 'The day the music died(음악이 죽은 날)'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이 곡과 더불어 빈센트 반 고흐의 Starry Night이라는 그림을 보면서
영감을 받았다는 'Vincent'는 회화적 터치,
아름다운 멜로디 그리고 열정적 삶에 대한 희구를 담은
진중한 메시지로 또 하나의 명곡이 됐습니다.
이 곡은 처음으로 영국차트 1위에 올랐습니다.
<American Pie>에서의 뛰어난 작곡 실력과 은유적인 가사들로
Carol King, James Taylor 과 더불어 당대 최고의
싱어송라이터로 우뚝 선 맥클린은 1973년 자작곡이 아닌
애창곡들을 앨범을 꾸미는 변화를 시도합니다.
<Playin' Favorites>라는 이름으로 발표된 이 앨범에서는
그의 음악에 가장 많은 영향을 주었던 Buddy Holly의 곡이 다수 수록되었고,
버디 할리 원곡의 'Everyday', 'Fool's paradise'가 나름의 기를 누립니다.
돈 맥클린은 이후에도 종종 리메이크 앨범을 선사하며
대중들을 추억으로 안내했습니다.
1974년 <Homeless Brother>에서
'Wonderful baby', 'La la I love you'등이 인기를 누리지만
1977년 작 <Prime Time>은 과거의 빅히트를 재현하지 못했고
1970년대 후반에 접어들어선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합니다.
이렇다할 성공을 거두지 못하고 있던 그에게
재기를 안겨준 노래는 리메이크였습니다.
1981년 <Chain Lightning>에서 불렀던
Roy Orbison의 1961년 히트곡
'Crying'은 영국 차트정상과 미국 톱10에 오르며,
돈 맥클린과 로이 오비슨 모두에게
부활의 터를 마련해 주었습니다.
정상 재정복 이후
리메이크 앨범, 크리스마스 앨범, 베스트 앨범 등
많은 앨범들을 내놓으며 아직도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지만
1980년대 이후 특별한 히트곡을 전해주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아마도 그처럼 혜성처럼 등장하여 거장이란 인식을 심어주었지만
이후 급격히 위세가 떨어져 실망을 안겨준 아티스트도 없을 것입니다.
1999년 마돈나(Madonna)가 'American pie'를 리메이크한 것처럼 이제는
대표곡들만이 다른 가수들이 매만져 향기가 계승되고 있는 실정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