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2회 산행일지 : 경기의 설악, 운악산
(경기도 가평군 운악산)
일시 : 2010년 5월 1(토)
날씨 : 맑음
길었던 겨울 (날씨만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슬펐던 일들)이 빨리 끝나고 새봄이 오기를 많은 사람이 기다렸다.
오월 첫날이다. 깃대봉과의 순서를 바꾸어 오늘은 100명산 경기도의 종점, 운악산행이다.
사실 우리에게 서울의 산들(관악, 북한, 도봉)만이 숙제는 아니다.
지난 1월 도봉산을 끝으로 서울 숙제를 마무리 하였었지만 따지고 보면 경기도의 산들도 버금가는 부담이 되어왔었다.
그래서 어떤 때는 2박을 하면서 세 산을 다녔고 당일에 무리하면서도 두 산을 오른 적도 있었다.
총무 喬梅가 운악산을 추천하기에 그래도 경기도 한 곳은 남겨두고 강원도의 한 곳을 가야하는 것이 아닐까도 했으나 한편으로는 부담지우기의 측면에서도 오히려 잘된 일이라고 여겼다.
그러나 결론적으로 운악산은 지금껏 서울 경기의 산들과는 전혀 다른, 다시 찾고 싶은 산중의 하나 정도로 여겨질 만한 그런 곳이었다.
길이 멀기에 7시 30분 서대구 IC에서 만나 연두색 산색을 맞으며 북상한다.
대구의 낮기온이 25℃로 예보된 모처럼 5월다운 맑은 날씨이다. 충주휴게소에 들러 아메리카노를 한잔씩 들고 안마의자에 줄지어 앉았다.
목사님 사모님 닮은 판매원이 눈치를 주었지만 꿋꿋하게 5분 정도 지속되는 코스를 마치고 일어섰다.
매송은 두 번째 앉았는데 그 판매원이 ‘시원하면 사야지’ 하고 매송은 ‘살 나이가 아직’이라며 일어선다.
호법을 지나 중부고속도로에서 광주 IC를 나와 팔당댐을 가로질러 북한강을 거슬러 올라간다.
모처럼 날좋은 날의 휴일이어서 그런지 정체가 다소 심하다.
강촌과 함께 MT의 또 다른 대표장소인 대성리에는 대학생 무리들이 많다.
청평을 지나자 길이 뚫렸지만 예상보다 늦은 11시 20분, 하면 하판리 주차장에 차를 대었다.
총무가 라면을 사오지 않아 안성탕면 대신 신라면을 사서 넣었다. 11시 50분 산행시작.
산행길 들머리 좌우에 식당들 뒤편에 줄지은 목련은 이제 꽃망울을 터트리고 있다.
입장료를 받지 않는 입구를 지나 산으로 들어서면 좌측의 화강석에는 운악산 만경대, 현등사 범종소리, 백년소 무우폭포를 노래하는 시조가 새겨져 있다.
운악8경을 소개하는 산행안내 이정표를 보며 오늘 산행은 눈썹바위-만경대-정상-절고개-현등사 코스의 원점회귀형으로 정하고 줄지은 연등아래 현등사 방향의 너른 길로 오른다.
하판리 안내로소로부터 470m 지나면 우측 만경로 방향으로 꺽어 들면 보다 산속이란 느낌이 온다.
계단도 있고 경사도 있으나 600여 미터를 오르면 곧 능선을 만난다.
그러나 기대와는 달리 능선길도 그리 호락하진 않다.
잠시 쉬었다가 일어나니 곧 눈썹바위에 닿는다.
이곳만 이르면 정상까진 다소 편안한 능선으로 이어질 것처럼 아래에선 보였는데 올라와 보니 그게 아니다.
아래로 펼쳐진 골프장이 시원해 보이지만 저곳에서 운동하는 사람들보다는 내려다보는 내가 더 행복한 것 같다.
큰 눈썹바위를 왼쪽으로 돌아 안부에 오르는 길도 힘들거니와 안부의 높이도 해발 572m, 정상까지의 거리도 1.5km 이상이나 남았다는 표시가 약간은 원망스럽다.
점심시간도 지나 배도 고프지만 점심자리를 찾는 것도 여의치 않다.
오히려 거대한 슬라브가 시위하듯 앞을 가로막으며 다가온다.
밥먹을 틈이라도 있을까 하여 이곳 저곳을 기웃거려 보지만 정말이지 빈틈없는 거대 슬라브다.
이곳을 비켜 지나도 높은 봉우리가 또 가로막고 정상으로 보이는 곳은 아직도 저만치에 처음처럼 그대로 있다.
한봉우리를 지나 우측으로 잠시 내려서서 점심을 해결하니 2시.
정상 전 900여 미터, 이제부터 펼쳐지는 운악의 바위는 이곳이 소금강이라고도 불리는 이유를 단번에 설명해주고도 남음이 있다.
병풍바위는 배경으로 담기에 좋을 만큼 전망대를 두었는데 지나는 모든 이가 이곳에서 포즈를 취한다.
우리도 예외없이 한 컷, 매송은 셀카놀이에 정신없다.
이곳 병풍바위 주위는 애국가의 배경으로 나온다니 달리 설명이 필요할까?
미륵바위 아래를 지나 다시 오르면 미륵바위 표지석과 함께 미륵바위를 조망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
이제는 거의 정상이다.
군데군데 무리를 지은 노랑제비꽃밭을 지나고 잘 박힌 앵커와 쇠로우프의 도움을 받으며 절벽 구석에 남아있는 잔설(殘雪)과 함께 좀 더 오르면 만경대이다.
이곳은 실질적인 운악산 정상이다.
화악산, 명지산, 연인산 등 주위의 명산들이 한눈에 조망되는 곳이다.
우리가 올라온 능선과 봉우리들도 아득하게 멀다. 만경대에서 지척인 운악산 정상은 올라온 거리나 혹은 소요시간으로 봐서는 무척 높은 것처럼 여겨지나 해발 937.5m로 그리 높은 산은 아니다.
정상은 마당처럼 흙으로 평평한데 주위로 자란 관목들로 인해 조망권이 다소 제한된다.
가운데에는 작은 정상석과 새로 장만한 듯한 큰 정상석이 나란한데 아마도 하나는 포천시, 그리고 다른 하나는 가평군에서 세운 것인 듯 하다.
큰 정상석 뒷면에는 백사 이항복의 운악산과 현등사의 자연을 노래한 싯구가 새겨있는데 백사의 아래에는 괄호로 ‘포천출신’이라고 적혀있음을 보니 아마도 큰 정상석이 포천시에서 세운 것임에 틀림없다.
앞면으로 돌아와 보면 정상석 기단에 쓰인 지자체의 이름이 누군가에 의해 짓이겨져 있는데 전후 사정과 주변 이정표 등을 고려하면 이 글씨는 ‘포천시 화현리’가 틀림없어 보인다.
가평군과 관련있는 이들이 부린 행패일까?
잠시 머물다 현등사 방향으로 하산 시작, 600여 미터 내려와 네거리를 만나는데 여기가 절고개이다.
현등사 1km 이정표 방향으로 좌측 급경사 돌길로 하산을 하면 곧 코끼리 바위를 만나고 아직 피어 있는 생강나무 꽃들을 지나 아득한 절고개 폭포를 만난다.
이 폭포에서 물을 마시고 정상에서 빙벽로 방향으로 내려오는 계곡과의 합수지점에서 탁족.
아직은 발을 담그고 잠시라도 견디기 힘들 정도로 물이 차다.
현등사는 규모가 큰 사찰로 보인다. 주변 고목들에 핀 여린 잎은 아직 연두색이고 목련은 아직 봉우리외투 속에 흰 속살을 감추고 있다.
젊은 남녀가 손을 꼭 잡고 올라오다 내려오던 우리를 피해 우측의 계단길로 오른다.
새 봄, 깨끗하고 아름답다.
하산을 완료하니 16시 40분, 대로변 어느 식당입구에 모든 요소를 갖춘 사실적이며 거대하게 조각된 화강암 남근이 보기에 민망하다.
더구나 그 가운데서 뿜어져 나오는 물이 식수인지 빨간 플라스틱 바가지도 놓여있다.
저 물에서는 밤꽃향기가 날지도 모를 일이다.
가까운 테이블에선 아주머니 서넛이 유쾌한 모습이다.
주차장 옆 가게에서 아이스크림을 하나씩 물고는 애마에 올랐다. 청평까지 나오는 길에 체증을 만났다.
청평서 춘천 방향의 46번 국도를 타고 강촌을 지난다.
춘천 IC 입구에서 좌회전하여 막국수 간판보고 정차하였는데 단체 손님이 많아 다시 시내방향으로 진입,
닭갈비 간판만 보고 우측으로 돌았더니 여기가 식당골목이다.
손님이 많은 집을 골라 3인분 + 사리 2 + 밥2을 시켰더니 양이 만만챦다. 동치미 맛도 참 좋다.
식당을 나오면서 주변을 보니 이곳이 춘천 순복음교회 뒤편이다.
밤길을 달려 안동휴게소에서 쉬었다가 10시 40분이 되어서야 교매댁 앞에 이른다.
나의 목감기는 산을 다녀왔는데도 죽 계속된다.
登?苦?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