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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작가 제임스 매슈 배리의 동화 '피터팬'에는 자라지 않는 아이들의 세상, '네버랜드(Neverland)'가 나옵니다. 피터팬과 요정 팅커벨이 사는 곳이죠. 어른이 되기를 거부하는 사람들의 심리를 '피터팬 증후군'이라 부르듯 네버랜드는 늘 동심으로 살고 싶었던 마이클 잭슨의 바람이 투영된 이름입니다.
마이클 잭슨의 네버랜드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타바버라 지역에 조성한 놀이공원 같은 저택입니다. 규모는 여의도의 1.25배 크기인 1012만㎡. 잭슨은 88년 골프 코스였던 이 지역을 1700만달러에 사서, 회전(回轉)식 관람차·롤러코스터·범퍼카 등 24개의 놀이시설을 들여놓고, 호랑이·기린·라마·앵무새도 길렀습니다. 잭슨과 함께 침실과 욕실을 같이 썼고 '문워크'를 배웠다는 소문까지 있는 침팬지 버블스도 그중 하나였습니다.
잭슨은 이곳에 수시로 아이들과 그 가족을 초청해 즐거운 시간을 가졌습니다. 하지만 바로 이곳에서 아동 성추행 논란이 불거지고, 잭슨의 이미지는 추락합니다. "내 성추행 혐의를 입증하기 위해 난입한 수십명의 경찰이 네버랜드를 파괴했다"며 애통해한 마이클 잭슨은 2005년 이곳을 떠났고, 관리직원들도 이듬해 대부분 철수합니다.
당시 네버랜드 자산가치는 1억3000만달러로 추산됐습니다. 네버랜드 소유권은 작년 11월 시카모어 밸리 랜치 컴퍼니로 넘어갔습니다. 마이클 잭슨은 사망 직전까지 LA의 벨 에어(Bel Air)에서 월세 10만달러인 저택에 세들어 살았습니다.
잭슨의 유가족 일부는 시신을 네버랜드에 안장하고 싶어했지만 시는 허가하지 않았습니다. 가족들은 엘비스 프레슬리의 묘소가 있는 테네시주 '그레이스 랜드'의 경우를 염두에 둔 듯합니다. 프레슬리는 그레이스 랜드에서 살다가 지난 77년 8월 16일 사망해 그곳에 묻혔고, 매년 60여만명의 관광객이 여전히 몰려들고 있습니다.
조선일보 2009.7.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