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앞서의 실효환율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미국과 EU, 일본, 한국의 4개 지역의 실효환율과 대외교역간의 관계를 살펴보기로 하자.
먼저 아래 <도표1>에 나타난 미국의 실질실효환율은 미국 수입액의 90% 이상을 커버하는 26개국 통화를 기준으로 FRB가 산출한 것이다. 미국의 실질실효환율은 2003년부터 달러 약세 기조가 지속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달러 약세의 주원인은 유로화에 대한 약세에 기인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명목GDP대비 경상수지 적자 비중이 6%에 달할 정도로 대외교역 면의 불균형이 심화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미국의 실질실효환율은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가 상당 폭 개선될 때까지 대폭적인 약세가 불가피하다고 할 수 있다.
<도표1> 미국의 교역불균형과 실효환율 추이
(주) 각종 자료로부터 KSERI 작성
특히 대규모 경상수지 적자를 보이고 있는 일본 엔화와 중국 위안화의 평가절상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미 달러화의 실질실효환율은 2007년 5월 현재 93을 기록하고 있는데, 1차로는 위안화 환율조정이 지속될 경우 1979년의 제2차 오일쇼크 때와 1995년 초엔고 때의 87수준까지 약 6.5% 가량 추가 하락 가능성이 높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대규모 경상수지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80 내지는 70선까지도 달러화의 실질실효환율이 떨어져야 할 것으로 보이지만 실현 가능성은 미지수라고 할 수 있다. 다만 예전과는 달리 최근 부시 정부 내에서 달러 강세정책 고수라는 말이 거의 자취를 감추어 버린 것은 주목할만한 점이라고 할 수 있겠다.
다음에 <도표2>에서 유로화의 실질실효환율은 유로 수출의 61%를 커버하는 12개국 통화를 기준으로 유럽중앙은행이 산출한 것이다. 이 도표에서 유로화의 실질실효환율과 경상수지 불균형 추이를 살펴보면, 2007년 4월 현재 유로화의 실질실효환율은 지난 1980년대 초반 이후 역사적 고점에 도달하고 있다. 1999년 유로화 출범 직후 유로화 실질실효환율이 약세를 나타내고 있는 것은 이 기간 동안의 경상수지 적자를 반영한 것이라고 할 수 있으며, 2002년부터 2004년까지 기간 동안에 유로화 실질실효환율이 강세를 나타낸 것은 이 기간 동안에 경상수지 흑자를 반영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 기간 동안 유로화는 거의 대부분의 통화에 대해 강세를 보였다. 또 2005년부터 최근까지 유로화의 실질실효환율이 역사적 고점에서 횡보를 보이고 있는 것은 경상수지가 균형상태에 도달해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도표2> EU(12개국 기준)의 교역불균형과 실효환율 추이
(주) 각종 자료로부터 KSERI 작성
<도표3>의 일본의 실질실효환율은 일본 수출의 87%를 커버하는 15개국 통화를 바탕으로 일본은행이 산출한 것이다. 지난 호 <경제시평>에서도 언급한 바 있듯이, 2007년 5월 현재 일본 엔화의 실질실효환율은 1985년 플라자합의 이후 역사적 저점에 도달해 있는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경상수지 흑자는 계속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다. 즉 일본의 대외 경상수지 흑자는 일본 엔화의 약세에 기인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2007년 일본의 대외 경상수지 흑자는 올 4월까지의 추세대로라면 명목GDP대비 5%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처럼 일본 엔화의 극심한 저평가 불균형 상태가 일본정부의 시장개입 없이도 유지될 수 있는 것은 이미 여러 차례 지적한 바와 같이 초저금리 등을 배경으로 한 달러화의 대미 환류에 기인한다고 할 수 있다.
<도표3> 일본의 교역불균형과 실효환율 추이
(주) 각종 자료로부터 KSERI 작성
마지막으로, 한국의 실효환율과 경상수지 추이에 대해 살펴보기로 하자. 이에 앞서 각국 중앙은행들은 자국 통화의 실효환율 통계를 발표하고 있으나 한국은행은 이를 발표하지 않고 있다. 어쩔 수 없이 우리 연구소가 한국 수출의 65%를 커버하는 5개국 통화(미국, 일본, 중국, EU, 홍콩)와 관련데이터를 수집하여 한국의 실효환율을 직접 추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민간의 소규모 연구소가 이런 통계지표를 추정하는 데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소요된다. 한국은행의 통계부실은 시급히 개선되어야 할 일이다. 법인기업 대차대조표나 손익계산서 등 경영통계의 경우에도 미국과 일본은 분기별 통계를 그때그때 발표하고 있으나 한국은행은 고작 2년 시차가 있는 연도별 통계를 발표하고 있을 뿐이다. 단지 손쉬운 설문조사인 BSI정도만을 하고 있을 뿐이다. 이런 통계로는 기업들의 실제 경기동향을 제대로 파악할 수 없게 된다.
<도표4> 한국의 교역불균형과 실효환율 추이
(주) 각종 자료로부터 KSERI 작성
상기 도표에서 한국의 실질실효환율은 지난 IMF사태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1995년 1월을 기준시점(=100)으로 할 때, 1998년 원화의 실질실효환율은 이전의 절반 이하인 45까지 뚝 떨어졌다가 2001년에는 80으로 회복된 후 다시 2002년에 70으로 하락하였다. 그러나 2003년부터 2005년까지 3년 동안 경상수지 흑자가 지속됨에 따라 실질실효환율도 2005년부터 상승하기 시작하여 2006년부터는 83 수준에서 횡보를 계속하고 있다. 그 결과 2006년부터 경상수지 흑자가 줄어들어 균형상태로 환원되고 있는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이렇게 볼 때, 당분간은 환율급락시 정부개입이 있을 것을 전제로 달러당 930원 전후 수준에서 횡보를 계속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국내 수출기업은 올 연말까지는 내부 목표환율을 달러당 930원 수준에서 경영계획을 수립해도 환율변동으로 인한 큰 위험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미국의 대외교역 불균형 시정을 위해 추가적인 달러 약세 조정과 동시에 위안화와 엔화의 강세 조정도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일본은행의 금리인상에 대한 내외의 압력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엔화 역시 강세로 반전될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런가 하면 위안화 평가절상 문제에 관해서는 이미 미의회 등 미국 내에서 감정적 문제로까지 번지는 강경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어 지금보다도 절상속도가 더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점들을 감안하면, 국내 수출기업들은 중기 경영전략 차원에서 내년 말까지 원화의 실질실효환율을 90선 즉 달러당 850원 전후 수준을 내부 목표환율로 정하여 대책을 마련해갈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기술개발 등을 통해 원화 강세에도 수출가격 경쟁력을 충분히 확보해갈 수 있도록 미리 대비해두지 않으면 기업의 경영악화뿐만 아니라 한국의 경상수지도 적자로 전락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내년 말까지 실제 환율이 달러당 850원 선까지 가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기업 입장에서는 손해 될 일이 없다. 그만큼 초과수익을 얻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비 없이 환율변동에 노출된다면 치명적인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