夏花明
韋應物
夏條綠已密 朱萼綴明鮮 (하조록이밀 주악철명선)
짙푸른 여름가지에 밝고 선명하게 달려있는 붉은 꽃송이
炎炎日正午 灼灼火俱燃 (염염일정오 작작화구연)
한낮 해는 이글이글 타고 화려하고 찬란한 불이 타오르는 듯
翻風適自亂 照水復成妍 (번풍적자란 조수복성연)
돌풍에 스스로 흔들리더니 물에 비치자 다시 곱게 빛난다
歸視窓間字 熒煌滿眼前 (귀시창간자 형황만안전)
돌아와 창문 사이 글자를 보아도 눈앞에 환한 빛만 가득하네
위응물의 하화명은 "여름꽃 환하게 피다" "환한 여름꽃"으로 풀이할 수 있다.
꽃피는 봄날에 피지 않고 무더운 여름에 피는 대표적인 꽃인 배롱나무꽃을 본 시인이 붉은 목본백일홍꽃의
강렬함에 화려하고 찬란한 불꽃이 타오른다고 읊었는데 참 시인다운 발상이라고 감탄한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여름에 피는 꽃 중 강렬한 꽃이 두어가지 정도 되는데 배롱나무꽃과 자귀나무꽃이라고
생각한다.
목본 백일홍꽃은 위 사진에 보이듯이 흰색꽃이 피는 것도 있다.
사진 중앙에 누런 열매를 달고 있는 마로니에(칠엽수)를 호위하듯이 피어있는 배롱나무꽃
이 삼복더위에 붉게 타오르 듯이 주위를 환하게 밝히는 저 배롱나무꽃을 보고 난 뒤
집으로 돌아와서도 그 환한 빛이 눈가에 가득하다고 하는 시인의 감성에 다시 한번 경외감을 느낀다.
어느 사찰에 가면 불꽃처럼 타오르는 멋진 배롱나무꽃을 감상할 수 있다는데
훗날 어느 더운 여름에 한번 가보고 싶다.
율하천을 산책하다가 만난 또다른 화려한 여름꽃인 자귀나무
어느 구순 노인이 정성껏 심은 나무인데 아직 어린 나무라서 수세가 약해 보인다.
<이준식의 한시 한 수에서 시를 인용합니다>
Dum Spiro Spero !
삶이 무료하고 지칠 때
일상속으로 시를 들여 놓으면 세상이 좀 환해 보이고
등이 휠 거 같은 삶의 무게를 잠시 내려놓을 수 있을 지도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