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에 다시 한번 생각해 봐야겠다고 했는데, 그냥 넘어가면 안 될 것 같고 계속 신경쓰여 컴퓨터 앞에 앉았습니다. 먼저 '동사인가 형용사인가'를 포함해 '사전의 품사 규정, 어떻게 할 것인가'를 풀어가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먼저 사전풀이를 정독해 보자.
“보조동사란 본동사와 연결되어서 그 풀이를 보조하는 동사(국립국어연구원 표준국어대사전), 독립하여 사용되지 못하고 원동사의 아래에 붙어 그 풀이를 보조하는 동사(민중서림 국어대사전)이고, 접미사란 파생어를 만드는 접사로 어근이나 단어의 뒤에 붙어 새로운 단어가 되게 하는 말(표준국어대사전), 어떤 단어의 끝에 붙어서 의미를 첨가하여 단어를 이루는 말(국어대사전)이다.”
가. 본동사의 풀이를 보조하는 게 아니다.
‘풍경을 그리려 하다’에서 ‘하다’는 동사 뒤에서 -으려 하다, -고자 하다 구성으로 쓰여 앞말이 뜻하는 행동이나 상태를 의도하거나 바람을 나타내는 말(표준국어대사전), 동사나 있다 계시다의 어미 -려, -으려, -고자 등의 아래에 쓰여 위의 동작을 실현시키려는 욕망을 나타내는 말(국어대사전)을 의미하는 보조동사다.
‘나는 그를 좋아하다’의 ‘-하다’는 ‘좋다’에 ‘부사형 어미 ᅪ ᅯ ᅡ ᅥ에 붙어 동사를 만드는 말’(국어대사전)인 접미사다. ‘형용사 좋다의 어근+부사형 어미 ᅡ+접미사 -하다’의 형태가 된다. ‘좋다’는 형용사에 ‘부사형 어미 ᅡ’가 붙어 ‘좋아’라는 부사어가 되고, 이 부사어에 접미사 ‘-하다’가 붙어 동사가 된 것이다.
‘그리려 하다’에서 ‘그리려’가 동사의 어간 ‘그리-’에 어미 ‘-려’가 붙어 본동사이지만 ‘좋아하다’에서 ‘좋아’는 형용사 어간 ‘좋-’에 어미 ‘아’가 붙어 본동사가 아니라 부사어다. 그러므로 ‘좋아하다’의 ‘하다’는 보조동사도 보조형용사도 아니다. ‘나는 그를 좋아해 왔다’에서 ‘좋아해’는 본동사이고 ‘오다’가 보조동사이지만 ‘-아해’도 보조동사라 할 수 있는가. 분명 아니다.
나. 형용사를 동사로 만든다. 즉 파생어를 만든다.
‘동사+하다’의 ‘하다’는 보조동사이고 ‘명사(명사형), 부사(부사어)+하다’의 ‘-하다’는 접미사다. 보조동사 하다가 와도 기존 동사는 변하지 않지만 접미사 ‘-하다’가 붙은 말은 명사나 부사에서 동사나 형용사로 변한다.
파생어란 실질형태소에 접사가 붙은 말이고, 합성어는 둘 이상의 실질형태소가 결합하여 하나의 단어가 된 말(표준국어대사전)이다. ‘좋다’의 형용사 어간(실질형태소) ‘좋-’에 접미사 ‘-하다’가 붙은 동사 ‘좋아하다’는 파생어다. ‘좋아하다’의 ‘하다’는 ‘사랑하다’의 ‘하다’와 같은 구실을 한다. 곧 합성어가 될 수 없다. ‘살아오다’는 ‘살다’의 본동사와 ‘오다’는 보조동사의 합성어다. 이때의 ‘-아’는 보조적 연결어미이다. 좋아하다는 ‘방긋방긋하다’처럼 ‘좋아’라는 부사어에 ‘-하다’가 붙어 동사로 변한 것으로 봐야 한다.
다. 절대 띄어 쓰지 않는다.
보조동사는 띄어 씀을 원칙으로 하고 경우에 따라 붙여 쓴다. 앞말에 조사가 붙거나 앞말이 합성명사인 경우에도 띄어 쓴다. 접미사 ‘-하다’는 접사이므로 반드시 붙여 쓴다.
하다가 보조동사일 때는 붙여 쓰거나 띄어 쓰지만 ‘좋아하다’의 ‘-하다’는 반드시 붙여 쓴다. 띄어쓰기를 보더라도 ‘-하다’는 보조동사가 아니라 접미사임을 알 수 있다.
라. 사전에 접미사로 규정되어 있다.
형용사에 ‘부사형 어미 ᅪ ᅯ ᅡ ᅥ에 붙어 동사를 만드는 말’인 접미사 ‘-하다’는 국립국어연구원 표준국어대사전에만 규정되지 않았지, 기존 국어사전은 다 규정하고 있다.
<덧붙임>
-지다도 -하다와 같은 형태는 보조동사가 아니라 접미사로 규정해야 옳다. 보조동사보다 접미사로 쓰임을 강하게 드러내고 있잖은가. 사전에 보조동사로 규정되어 있는데 접미사로 고쳐야 된다고 본다.
‘나누어지다’의 지다는 타동사를 자동사로 변하게 한다. 이때의 ‘지다’는 본동사 나누다의 보조동사로서 구실을 한다고 볼 수 있다. ‘어떤 현상이나 상태가 이루어지거나 나타나다’는 동사 본래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파생어보다 복합어로 쓰임을 보여준다.
하지만 ‘좋아지다’의 ‘-지다’는 ‘좋아하다’의 ‘-하다’와 같은 구실을 하므로 접미사로 봐야 한다. 한숨지다, 그늘지다, 값지다, 멋지다 등의 ‘-지다’는 명사를 동사나 형용사로 변하게 하므로 접미사다. ‘-지다’도 앞에 명사나 부사어가 오면 접미사로 봐야 한다.
저의 얕은 문법적인 지식으로 한번 정리해 보았습니다. 비전문가 냄새가 나고, 재미없고 답답하고 짜증나시죠. 읽어주신 분께는 참을성이 대단한 분이라고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지지부진하다’가 동사인가 형용사인가 다시 정리돼야 하는 것처럼, 사전에 헷갈리게 품사 규정이 되어 있음을 발견하게 됩니다. 또 품사가 사전마다 다르게 규정되어 있는 것도 있고요. 이게 글쟁이들의 연구대상이 아닐까요. 저 같은 보통사람들이 헷갈리지 않도록 내로라 하는 분들께서 전문적으로 연구해 정리정돈해 주시기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