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국사
대전터미날에서 기다리던 곰발톱님 차로 이원까지 가고, 택시로 영국사를 향하면서 삐쭉삐쭉한 암봉들로 솟아있는 갈기산과 월영산을 바라본다.
텅 비어있는 주차장에서 빈 매표소를 지나 넓직한 길을 올라가니 거대한 은행나무가 나타나고 천태산자락에 몸을 의지하고 있는 천년고찰 영국사가 보인다.
정상까지 최단거리로 이어지는 A코스를 따라 삼단폭포를 지나고 나무계단을 밟으며 암릉들을 올라가면 간밤에 쌓인 신설에도 어느틈에 발자국 하나가 찍혀있다.
밧줄들을 잡아가며 미끄러운 암릉길을 올라가니 깍아지른 75m 대슬랩이 나오고 지금까지 이어지던 발자국은 뒤돌아갔는지 사라져 버린다.
(은행나무와 영국사)
(얼어붙은 삼단폭포)
(옥새봉뒤로 보이는, 갈기산과 월영산)
- 천태산
우회로도 있고 눈이 덮혀있어 위험할수도 있지만 천태산의 가장 멋진 구간인지라 장갑을 벗고 굵은 밧줄을 잡으며 바위를 올라간다.
수직절벽을 한걸음 한걸음 힘쓰며 올라가면 눈 녹은 물은 비위고랑으로 줄줄 흘러 내려오고 밧줄은 살얼음이 깔려있어 놓칠까 조심스러워진다.
세피치의 바위절벽을 오르고 사고가 나서 폐쇄되었다는 구간을 우회해 암봉에 서니 마니산이 지척이고,각호산에서 민주지산을 거쳐 삼도봉으로 흐르는 산줄기가 정면으로 서있으며, 겹겹히 솟은 산봉들 사이로 덕유산줄기가 아련하게 보인다.
아무 흔적도 없는 신설에 발자국을 찍어가며 아기자기한 바위지대를 따라 천태산(714.7m)에 오르면 돌탑들이 서있고 정상석 옆에는 특이하게 방명록도 놓여있다.
몇평 안되는 정상에 서니 북쪽으로는 대성산과 장용산으로 달려 나가는 산줄기가 뚜렸하고, 북서쪽으로는 가야할 서대산이 한발짝 비껴 높게 솟아있으며, 진악산으로 흐르는 산줄기 또한 당당하게 보인다.
(슬랩지대를 오르는 곰발톱님)
(천태산 정상)
(천태산에서 바라본 서대산)
(천태산에서 바라본, 맨뒤의 대성산)
- 706봉
대성산을 향해서 가파르고 미끄러운 눈길을 나뭇가지를 잡아가며 내려서고, 우회로를 피해서 소나무들이 어우러진 암릉들을 오르니 새파란 하늘아래 조망이 시원하게 트여서 가슴이 확 뚫린다.
험한 암봉이 나타나고 오른쪽으로 형성된 크랙지대를 밧즐을 잡고 조심조심 내려가니 또 수직암벽이 나오는데 미끄러지지 않게 신경쓰며 어렵게 통과한다.
신안사 갈림길을 지나고 녹은 눈이 질퍽거리는 바위지대를 따라 710봉에 올랐다가 국사봉 갈림길을 지나친것 같아 되돌아 간다.
양지바른 바위에 앉아 곰발톱님이 민주지산에서 사왔다는 감칠 맛나는 동동주를 나눠 마시고 서쪽능선으로 내려가다 느낌이 틀려 이내 되돌아 온다.
되돌아섰던 710봉으로 가서 한구비 더 치고 잡목들이 베어져있는 706봉에 오르니 비로서 국사봉쪽으로 능선이 갈라지며 2-3년전 선답하신 강산에님의 표지기가 길을 확인해준다.
- 국사봉
서쪽 능선으로 꺽어져 들어가면 제법 뚜렸한 길이 이어지지만 경사가 심하고 신설이 미끄러워서 나뭇가지를 잡고 천천히 내려간다.
신안과 명지목을 잇는 시멘트도로를 건너고 산으로 붙으니 급사면이 이어지고 거센 잡목들을 헤치면 팔에 금방 상채기가 난다.
돌무더기들이 널려있는 520봉을 힘겹게 오르고 이리저리 갈라지는 지능선들을 조심하며 무명봉에 오르니 임도가 가깝게 지나가는데 오른쪽 사면으로 잘못 내려가다가 되돌아 온다.
임도를 비껴가는 낮은 능선을 타고 내려가다 다시 가파르게 무덤이 있는 봉우리를 오르고 암봉을 우회하면서 안부로 내려서니 까시덤불들이 꽉 차있다.
까시에 찔리고 긁혀가며 된비알을 올라 615봉에 서면 그제서야 뾰족한 국사봉이 앞에 보이지만 벌써 출발한지 5시간이 넘어가고 오르락 내리락하는 봉우리들에 힘이 빠진다.
빽빽한 소나무들을 헤쳐가며 삼각점이 있는 국사봉(667.5m)에 오르니 표지기도 두개나 붙어있고 메덕이마을이나 발군산쪽으로 이어지는 남서쪽 등로도 뚜렸하다.
햇볕이 따사하게 내리쬐는 좁은 정상에 앉아 김밥에 남은 동동주를 마시며 한담을 나누고 있으니 한결 가까워진 서대산이 어서오라 손짓을 한다.
(국사봉)
(국사봉 정상)
- 방화봉
북쪽으로 방향을 잡고 완만한 능선을 내려가면 베어진 나무들이 능선을 막고있어 애를 먹이며 양지바른 곳은 어김없이 무덤들이 차지하고 있다.
두두리와 산안리를 잇는 2차선 포장도로가 지나가는 비들목재를 건너고 수로따라 올라가면 잡목과 까시덤불들이 무성하고 마구 베어진 나무들이 앞을 가린다.
길 흔적도 없는 급사면 오르막을 진땀을 흘리며 힘들게 올라서고, 참호들을 지나서 산불초소가 있는 방화봉(585m)에 오르니 억새와 잡목들이 무성하며 서대산이 바로 앞에 솟아있다.
낮으막한 능선을 따라 다시 산불초소를 지나고 산불지역을 통과해서 쓰러진 나무들과 억새사이로 희미한 족적을 따라간다.
오래된 삼각점이 있는 430.0봉을 지나고 좌우로 길이 있는 안부에서 직진하다 돌아와, 파란 표지기들이 촘촘히 달려있는 왼쪽 지능선으로 내려가지만 서대산과 이어지는 오른쪽 산줄기를 발견하고 되돌아 온다.
무덤가로 잘못 내려갔다가 사거리안부로 트래버스하니 430.0봉에서 오른쪽으로 꺽어지는 능선이 마치 끊어지는 것처럼 희미하기 때문에 길을 찾기 힘든 곳이다.
아깝게 30여분을 까먹고 베어진 나무들을 밝고 능선으로 붙으니 나뭇가지들이 갈기적거리기는 하지만 뚜렸한 등로가 이어진다.
(비들목재)
(방화봉 정상)
(방화봉에서 바라본 천태산)
(방화봉에서 바라본 서대산)
- 서대산
억센 관목들을 헤치며 바위지대가 있는 503봉으로 올라서니 천태산에서부터 이어지는 능선이 한눈에 들아오고 서대산을 감싸고있는 암벽들이 올려다 보인다.
소나무들이 빽빽한 산길을 지나고 말라 비틀어진 돌이끼를 잡아가며 급한 암릉을 올라가면 드디어 표지기들이 보이고 민재쪽에서 올라오는 서대산능선과 만나지만 주능선에도 발자국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넓직한 등산로를 올라가다 험준한 782봉을 길게 우회하고 나무와 바위들을 잡으며 급사면 흙길을 힘겹게 기어 올라간다.
계속 나타나는 바위지대를 통과하고 험한 암봉을 돌아 오르니 비로서 서대산 정상이 올려다 보이고 금속 이정판이 햇빛에 반사되며 반짝거린다.
억새들이 무성한 헬기장을 지나고 마지막 암릉을 넘어 서대산(903.7m)에 오르니 바위들사이로 돌탑들이 서있고 충남의 최고봉답게 사방이 시원하게 트인다.
넓은 정상에 서서 천태산에서 대성산을 거쳐 장용산으로 이어지는 산줄기를 바라보고, 길지는 않지만 오르락 내리락하며 생고생을 시켰던 국사봉능선을 되돌아 보며,하늘금을 그으면서 달려가는 금남정맥을 재삼 확인한다.
(503봉에서 바라본 서대산)
(서대산 정상)
(서대산에서 바라본, 천태산에서 장용산으로 이어지는 산줄기)
- 성덕리
저녁근무가 있는 곰발톱님은 급하게 개덕사로 내려가고, 지는 저녁해를 바라보며 소주한잔 마시고 운장산과 구봉산등 산줄기들을 기웃거리고 있으니 차가운 겨울바람이 불어오며 등을 떠민다.
북쪽 주능선으로 내려가면 올라올 때와는 달리 통행이 많았는지 발자국도 많고 눈길은 녹았다가 빙판을 이루고있다.
미끄러운 길을 천천히 내려가며 거대한 암봉들을 두번이나 넘는데 암봉을 직접 통과하는 바위길에도 표지기가 달려있지만 애써 못본척 우회로로 들어간다.
꾸불꾸불 돌아가는 눈길을 한동안 따라가며 서대산의 명물인 구름다리는 보지도 못하고 슬쩍 떠오른 둥근 달을 바라보며 하산을 서두른다.
컴컴해진 산길을 한동안 내려가면 공사를 벌이고있는 레저타운이 나오고 등로는 다시 희미한 숲으로 이어지지만, 시멘트도로 따라 전원주택을 끼고 나오니 길은 휘돌아 산으로 올라가 버린다.
논밭을 헤치고 과수원을 통과해 포장도로로 내려가니 곧 성덕리마을이 나오고 가게에서 캔맥주 하나 마시다 운좋게 마전 나가는 버스를 바로 만난다.
홀로 탄 버스에서 이것저것 짐을 정리하고 피곤에 절은 몸둥이를 기대고 있으니 어느틈엔가 차창밖으로 눈발이 하나 둘 날리기 시작한다.
첫댓글 힘들게 산행하셨다고 하나 킬문님의 글을 읽으면 왠지 쉽게 하셨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려운 코스 같은데 고수가 하니까 쉬워 보이는 모양입니다.^^ 제가하면 반 주검이 될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