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무엇이 바 뀌었나?

[포휴]

무엇이 무엇이 바뀌었나? 우리 나라가 개발 도상국이던 1980년대 초와 개인주의가 팽배한 2004년 현재는 달라도 한참 다르다. 그리고 그 차이는 아파트 구조에서도 드러난다. 3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무엇이 도입되고 무엇이 사라졌을까? 같은 평수의 다른 아파트 구조를 전격 비교 분석한다. ⓒmaison에디터/정윤주(메종) 일러스트레이터/조금선 아파트 내부 구조의 변화는 곧 시대의 변화를 대변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1980년대와 2000년대의 아파트 구조가 확연히 다른 것은 대가족에서 핵가족으로 바뀐 가족 구성원의 변화와 여성의 사회적 지위 향상, 자녀의 수가 감소하는 현상, 단체 생활보다 개인 생활을 중시하는 풍토 등의 사회현상에서 기인했다는 것. 첫째로 가족 구성원의 변화를 보자. 부모를 모시며 3대가 함께 살았던 과거와 달리 지금은 핵가족에 자녀의 수도 줄어 외동으로 자라는 아이들이 늘고 있다. 나이 든 부모가 안방을 사용하며 부모 위주로 공간을 구성하던 것이 자녀 위주의 구조로 바뀌고 있으며 자녀에게 안방을 양보하는 부모도 늘고 있다고. 날이 갈수록 과열되는 과도한 입시 경쟁의 여파도 한몫을 했다. 자녀를 우선하는 생활 방식이 곧 공간에도 영향을 끼친 것이라 하겠다. 둘째로 개인주의적으로 바뀐 생활 패턴이다. 거실에 모여 함께 TV를 보고 전화도 한 대밖에 없던 것이 휴대폰 사용과 인터넷의 발달 덕분에 한 사람당 휴대폰과 컴퓨터를 한 대씩 가진 세상이 되었다. 인터넷으로 TV도 보고 게임도 하고 공부도 하니 가족간에 대화가 단절되는 건 시간 문제. 이런 현상은 거실을 가족 공간보다 집을 방문한 손님을 맞는 공간으로 변모시켰고 거실이 집에서 가장 큰 공간이며 메인인 공동체적인 구조에서 거실이 축소되고 방이 커지는 개인주의적 구조로 바뀌는 계기가 됐다. 욕실의 수가 늘어난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요새는 20평형에도 욕실 두 개가 기본이다. 말이 나온 김에 날이 갈수록 초고속으로 변한다는 인터넷이 보이지 않는 구조 변화에도 한몫 했다고 덧붙이고 싶다. 한 사람당 컴퓨터가 한 대씩 필요하다 보니 한창 인터넷 망이 확장될 무렵에는 방마다 전화 코드를 연결하느라 부산을 떨었다. 하지만 요즘 신축되는 아파트는 초고속 인터넷 무선 랜(Lan)이 아예 설치되어 있단다. 각종 기계 설비도 바뀌고 있다. 과거의 가전 제품은 거의 1백 10볼트였지만 요즘은 2백 20볼트가 대부분이다. 보일러 역시 연탄 보일러에서 기름 보일러, 가스 보일러 순으로 바뀌었다. 셋째는 여성의 사회적 지위 상승이다. 옛날 옛적 기와집, 초가집의 부엌을 생각해 보라. 가장 낮은 지대에 위치했으며 환기도 잘 되지 않았다. 우리 어머니의 어머니는 겸상도 차마 하지 못하는, 남녀가 유별한 분위기에서 자랐다. 그러나 지금은 어떤가. 집을 선택하는 주체가 여자다. 20년 전의 부엌은 주부가 등을 돌린 상태에서 음식을 만들고 설거지를 해야 하는 구조였다. 하지만 1990년도 초반부터 건설 업체들이 부엌에 신경을 쓰기 시작하면서 주부의 눈 높이에 창문을 만들고 부엌 환기에 공을 들였으며 라디오를 설치하는 등 부엌을 즐거운 노동 공간으로 변화시키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개수대를 거실 쪽으로 설치해 가족과 대화하며 설거지할 수 있는, 당시에는 다소 파격적인 구조 변경도 이때쯤 처음 선보였다. 마지막으로 환경의 변화를 들 수 있겠다. 최근 한 TV 프로그램에서 방영된 ‘환경의 역습’은 청소만 열심히 하면 되는 줄 알았던 집 안 환경에 대한 무관심에 경종을 울리는 것이었다. 특히 새로 공사한 집에서 나온다는 유해 성분인 포름알데히드는 환기의 중요성과 함께 친환경 자재에 대한 관심도를 증폭시켰다. 이런 파장이 신축되는 아파트와 각종 자재에 발빠른 변화를 가져다 준 건 당연지사. 그래서 요즘 새로 선보이는 바닥재나 벽지는 포름알데히드를 방지하는 처리를 거치거나 친환경 재료를 사용한 것이 대부분이다(제품명에 웰빙이나 친환경이 포함되지 않은 제품이 없을 정도니). 환기 시스템이 강력 환기, 외출 환기 등으로 더욱 세분화한다거나 공기 청정 및 먼지를 두루 흡수하는 중앙 청소 기능을 더욱 강화하기도 한다. 이제는 well-living 아파트! 최근 아파트 브랜드인 래미안의 신상품 발표회를 가진 삼성 건설. 발표회에서 공개된 2004년형 아파트는 세계적인 트렌드인 웰빙에 바탕을 둔 ‘웰리빙(Well-living)’을 표방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친환경 자재’, TV를 통해 다양한 인터넷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는 ‘미디어 라이브 시스템(Media Live System)’과 ‘판상형 환기·청정 시스템’, 휴대용 리모컨으로 개폐할 수 있는 ‘유니버설 도어 락’등 네 가지 컨셉을 가진 신상품을 제안했다. 웰리빙 라이프를 꿈꾸는 래미안의 신상품은 실내 공기 오염을 근본적으로 줄이도록 처음부터 친환경 자재를 사용한다. 또한 포름알데히드가 바닥재 접착제에서 많이 나오는 걸 감안해 친환경 벽지와 친환경 도배풀, 친환경 접착제를 사용할 계획이다(심지어 타일에도 접착제를 쓰지 않을 예정). 특히 눈에 띄는 건 벽 모서리에 부착하는 판상형 환기 시스템. 휘발성 유기 화합물을 제거하는 전용 필터를 가진 똑똑한 환기 도우미다. 아파트 층고를 높이지 않고 환기 시스템을 설치할 수 있어 우리 나라 아파트에 딱 맞는 시스템인 것. 요즘 관심도가 더욱 높아진 정원도 다른 아파트와 차별되는 디자인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거실에 모이는 중앙 집중형 20년 전에는 거실이 집에서 가장 중요한 공간이었다. 직사각형 평면에 거실을 중심으로 세 면 귀퉁이에 방을 배치하는 구조가 대부분이었으며 거실에는 소파와 TV를 놓고 안방에는 침대를 놓아야 하는 공식 같은 인테리어를 할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당시에는 복도형 아파트가 많았기 때문에 요즘의 계단식 아파트에 비해 복도의 세 평 정도 되는 공간을 쓰지 못해 같은 평수라도 공간이 좁아 보인다. 또한 다른 공간에 비해 부엌의 수납 공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태이며 주부를 염두에 둔 부엌 설계가 아님을 볼 수 있다. 붙박이장이 많지 않거나 있어도 형식적인 데 불과해 수납 공간이 턱없이 부족하다. 1 부엌과 분리되지 않은 다이닝 룸 예전에는 다이닝 룸이라는 말 자체도 쓰이지 않았다. 부엌과 분리되지도 않았을 뿐 아니라 대부분 거실에 오픈된 구조였다. 조리 공간이 그대로 노출되어 있어 손님을 접대할 때도 음식 만드는 광경이 고스란히 보였다. 2 오픈된 현관 현관에서 내부까지 시원스레 뚫린 형태로 방음이나 프라이버시도 전혀 보장되지 않는 구조. 3 작은 붙박이장 과거에도 방마다 조그만 붙박이장이 있었으나 폭이나 내부 공간이 좁아 그리 많은 수납이 이루어지지 않았던 게 사실. 자주 입는 옷만 붙박이장에 수납하고 두꺼운 외투는 장롱에 수납하는 것이 보통이었다. 개인 생활을 즐기는 분리형 21세기의 아파트는 가족 전체를 위한 공간보다 구성원 개개인을 위한 공간을 위주로 한 설계다. 집에 들어섰을 때 대부분의 구조가 한눈에 보이던 예전과는 달리 공간을 최대한 실용적, 효과적으로 나누는 게 새로운 아파트 구조. 대형 아파트는 거의 미로 수준일 정도로 공간이 구획되어 있다. 최근의 집 구조는 두 세대 이상이 같이 살 때도 편리하다. 현관에서 양옆으로 공간이 나뉘어 있으니 한 집에 살면서도 자연스럽게 두 집 살림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삭막한 삶과 개인주의적인 삶은 종이 한 장 차이가 아니겠는가. 현관에서 바로 자신의 방으로 갈 수 있고 욕실도 따로 이용하기 때문에 이러한 개인주의적 생활을 보완하려면 패밀리 룸, 다이닝 룸 처럼 함께하는 공간을 활성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1 넓어진 수납 공간 예전에 방마다 작은 크기로 있던 붙박이장이 줄고 그 대신 메인 침실과 욕실을 연결하는 긴 복도에 별도로 드레싱 룸이 생겼다. 주 5일 근무제로 인해 레저 활동이 증가하고 취미 생활도 다양해지면서 수납해야 할 물건도 많아졌다. 과거에는 소모성 생활 필수품을 보관하려고 창고를 만들었다면 요즘은 내구성 생활 용품 또는 취미 용품을 보관하기 위해 만드는 셈. 2 욕실의 다양화 손님들도 이용하고 현관 쪽에 위치해 많이 오픈되어 있는 욕실은 샤워 부스를 설치하거나 변기와 세면대만 설치해 사용하고 부부 침실 옆의 욕실에는 월풀 욕조를 설치하고 프라이빗한 공간으로 꾸미는 등 두 욕실을 다른 스타일로 사용한다. 파우더 룸이 별도로 있는 것도 큰 변화. 3 D.I.Y. 공간 최근 새롭게 설계에 반영하고 있는 D.I.Y. 공간은 주인의 개성과 라이프스타일에 맞게 바꿀 수 있는 공간이다. 컴퓨터실이나 서재로 쓸 수도 있으며 피아노실, 홈 바, 트레이닝 룸, 수납 공간 등 내 마음에 맞는 공간으로 꾸미면 되는 실용적인 공간. 4 패밀리 룸 예전에는 거실이 가족실의 기능도 겸했다. 하지만 요즘의 거실은 단순히 손님이 왔을 때 접대하는 공간일 뿐 TV나 영화 감상은 따로 만든 A/V 룸이나 패밀리 룸에서 해결한다. 5 실용적인 현관 현관이 좁고 길어졌다. 불필요한 면적은 줄이고 현관이 갖춰야 할 최소한의 기능과 더욱 길어진 신발장만 남았다. 신발 두 개를 앞뒤로 수납해야 했던 기존의 신발장에 비해 일렬로 배치할 수 있어 신발이 한눈에 보인다. 더 넓은 평수는 전실에서 현관과 부엌으로 동시에 출입할 수 있는 ‘듀얼 웨이 시스템(Dual-way System)’ 개념을 도입하기도 한다. 주부의 라이프스타일을 배려한 구조다. 6 분리된 다이닝 룸 예전과 가장 확실히 달라진 건 다이닝 룸이다. 요즘은 부엌과 다이닝 룸을 다른 공간으로 인정해 간이 벽을 세우거나 별도의 다이닝 룸을 만들기도 하다. 출처-메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