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레터 [따뜻한 사.연 제 100호] 2017.12.14
북녘에도 따뜻한 소식이 전해지길
12월 00일 “춥다”란 말이 입가를 떠나지 않습니다. 온 몸을 꽁꽁 싸매고 나갑니다. 찬바람이 콧등을 세게 때립니다. 손이 시럽다 못해 아립니다. 영하 15도! 오늘이 올 들어 가장 춥다고 합니다.
양지바른 곳에 봉사자들을 모아놓고 오티를 합니다. “연탄 전달하는 방법에는 두 가지가 있는데….. 연탄도 봉사자도 다치지 않게 안전을 제일로 연탄 봉사를 시작 하겠듭니다” 말 하는데 너무 추워 말이 꼬입니다. 매운 날씨 때문인지 봉사자들도 앞치마, 토시, 장갑을 끼면서 연신 몸을 움직입니다. 쌓아 놓은 연탄이 얼어붙어 서로 부딪쳐 깨트릴 정도의 충격을 줘야 떨어집니다. 오늘 같은 날은 연탄이 꽁꽁 얼어 깨질 일이 없습니다. 빙판길에 넘어질까 살살 다니라 하여도 봉사자들은 신이 나서 뛰어 다닙니다. 그렇게 두 시간 남짓 산더미처럼 쌓여 있던 연탄이 바닥을 들어냈습니다. 몸에 열이 나고 이제 할 만한데 끝났다며 호기 부리는 분도 계십니다. “그럼 연탄 100장 만 더 주문할까요?” 라고하면 웃으며 손사래를 칩니다. 이런 혹한 날씨에 연탄봉사는 몇 배의 보람을 느낍니다. 추운 만큼 수혜자들이 따뜻한 겨울을 보낼 것을 생각하면 맘이 뿌듯해지기 때문입니다. 연탄 인형을 주면서 “리필 받으러 내년에 또 오실 거죠?” 하면 “네!” 하는 합창 소리가 맘을 따뜻하게 합니다. 겨울 내 물론 이렇게 보내는 것은 아닙니다. 일 년에 몇 차례 혹한기 훈련하듯 모질게 추운 날이 있습니다. 봉사자들도 춥다며 적게 오면 더욱 당황하게 되지요. 예상했던 시간 안에 끝내야 하는데 사람이 적으면 봉사시간이 길어지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그런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아저씨는 뭐해요?"
올 겨울의 거의 처음이었던 연탄봉사를 진행하는 날, 그 날은 공교롭게도 제 생일이었습니다. “ 인생에서 가장 많은 사람과 함께하는 생일이 될 것 같다.”고 농을 한 뒤에 진행한 첫 봉사가 끝나갈 즈음이었습니다. 간식시간을 틈타 한 아이가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제게 질문을 던졌습니다.
“아저씨는 뭐해요?”
아이스크림을 베어 먹으며 난데없이 질문을 던진 아이의 의도는 대략 ‘당신은 연탄 안 나르고 뭐하는가?’ 정도였겠지만, 저에게 그 질문은 조금 다른 형태로 남았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받아들인 질문은 올 겨울을 보내는 저에게 종종 가볍지 않은 화두가 되었습니다.
‘나는 뭐하는 사람인가?’
광화문역에서 서촌 <사랑의연탄> 사무실로 걸어오는 출근길에 종종 이 질문을 곱씹습니다.
<사랑의연탄> 간사의 역할은 다양합니다. 현장에서는 연탄배달이 수월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동선과 작전을 짜고 봉사자들에게 연탄 들어가는 댁을 안내합니다. 배달이 동시다발적으로 이루어질 때는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연탄이 잘 쌓이고 있는지를 확인하고 정체현상이 일어날 때면 좀 더 올바른 방법을 안내하여 상황을 해소합니다. 인원이 모자라 한 명이라도 더 연탄을 날라야 할 때는 같은 봉사자로 함께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그런 것보다 더 중요한 역할이 있습니다. 자원봉사자들이 찾아오는 것이 연탄을 받는 분의 입장에서 반가운 일이 되도록 하는 것입니다. 그런 연유로 항상 봉사 시작 전 당부의 말씀을 전달합니다. ‘연탄가루가 많이 떨어지니 되도록 릴레이를 하지 말라.’, ‘연탄만 나르지 말고 받으시는 분에게 환한 인사를 해주시라.’, ‘끝나면 떨어진 연탄가루를 꼭 청소해주시라.’ 등과 같은 안내 말씀을 드립니다. 그런 당부는 연탄봉사를 단순히 연말에 으스대는 일회성 행사가 아닌 지속성을 가지는 문화로 만들기 위한 작은 노력들입니다. 배달봉사가 연탄 때문에 성가시고 번거로운 일을 견뎌야 하는 행사로 전락해서는 안 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겨울의 가장 바쁜 12월을 보내면서 한편으로는 나 자신은 뱉은 말을 잘 지키고 있는지를 생각해봅니다. 매일 배달봉사를 진행하면서 그저 일 해치우는 데 매몰되어 있는 건 아닌지, 누군가의 말마따나 ‘좋은 일’이라는 포장 안에서 연탄 몇 장 전달하는 것으로 스스로를 위로하는 것은 아닌지, 또 그러면서 천사가 된 것 같은 도취감에나 빠져 있는 것은 아닌지 스스로 의심이 들기도 합니다. 인턴을 거쳐 정간사로 근무한지 세 달이 되어가는 시점에서 ‘몸과 마음이 모두 따뜻해지는 일석이조의 연탄봉사현장으로 봉사자들을 안내하겠다’는 다짐을 잘 지키고 있는지 경각심이 들기도 합니다.
‘아저씨는 뭐해요?’ 이 질문은 남은 겨울에도 저에게 중요한 화두가 될 것 같습니다. 연탄배달봉사가 연탄 때문에 성가신 뭔가를 견뎌야 하는 억지스러운 일이 되지 않도록, 참석하는 봉사자들이 진솔한 보람을 느낄 수 있도록, 그래서 무엇이 진정으로 이웃을 위함인가를 깨닫고 돌아갈 수 있도록 현장에서 더 노력하도록 하겠습니다. 올 겨울 연탄 나눔이 끝나는 2월의 끝자락에는 ‘나는 뭐하는 사람인가?’에 대한 더 명쾌한 답변을 내놓을 수 있는 성숙함을 가지는 현장의 간사로 거듭나겠습니다. <글: 기획홍보팀 간사 조민곤>
<지난 주 연탄나눔>12/4(월) : (주)엘지스포츠(LG트윈스)12/5(화) : (주)삼표에너지, 현대차투자증권주식회사, 한영회계법인 한마음나누미,에이치비인베스트먼트(주), (주)이랜드시스템스12/6(수) : 지에스칼텍스 (주), (주) 지에스리테일, 한국애브비 주식회사12/7(목) : (주)솔트룩스, 한국대학농구연맹, 디지비생명보험 (주), (주) 루트로닉12/8(금) : 주식회사 코리아폴리스쿨, (주) 에드링턴코리아, 두산베어스(서울시사회복지협의회),주식회사 이수엑사켐, SK건설 CSA실, 동국제약, 서울신용보증재단12/9(토) : 대륙학교, 봉생봉사, 수요포럼 인문의숲, 지붕위의 카페, (주) 아트박스, (주) 농심캐피탈,(사)리더십코리아반디봉사단, (주) 세중정보기술, 신한캐피탈 (주), 사당초등학교 동창회,재단법인이지웰가족복지재단, 삼우에레코 주식회사, 좋은사람들노동조합, 하님 주식회사,한세실업주식회사, 네이버인사쟁이, 구공백말때, 큰은혜교회, YOURLIF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