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무엇인가요? 무수한 철새가 하늘을 점점이 물들이며 날아와 갈대숲에 착지하는 모습이 떠오르지 않으시나요? 매년 철새가 우리나라에 올 무렵이면 낙동강부터 소개되곤 했는데, 그만큼 철새들에게 낙동강이 매력적이라는 이야기겠지요.
<갈대숲은 새들을 부르는 자석> 사진 : 한국관광공사)
물론 낙동강이 가진 장점은 이 외에도 많습니다. 자잘한 장점들은 제쳐두고라도, 낙동강에는 우리나라 베스트 3가 모여 있답니다. 하나도 둘도 아니고 세 개나? 하며 고개를 갸웃하시는 분들께, 지금부터 낙동강 자랑을 펼쳐놓겠습니다.
-기나긴 낙동강 따라 음식 냄새 솔솔
우리나라에서 가장 긴 강이 어디일까요? 아마 열에 여덟은 한강을 말씀하실 것 같지만, 정답은 압록강(803km)입니다. 그렇다면 2등은 역시 한강일까요? 아닙니다. 정답은 낙동강! 입니다. 낙동강은 506km로, 유로를 연장한 한강(481km)보다 훨씬 길지요. 꼬불꼬불 영남을 헤엄치며 금호강, 황강, 남강, 밀양강 등으로 제 몸을 쪼갠 후, 부산에 이르러 남해 푸른 물에 뛰어드는 것으로 낙동강의 여정은 마무리됩니다.
이렇게 몸이 긴 낙동강이지만, 그 동안 낙동강에는 많은 아픔이 있었습니다. 낙동강 인근에 산업단지가 몰려 있다 보니, 낙동강 곳곳이 수질오염에 신음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번 4대강 계획에서 낙동강 수계 22개 권역 중 10개 중권역이 중점관리유역으로 선정될 정도였다는 점에서 그 심각성을 알 수 있습니다. 이런 구역이 점점 늘어나게 된다면 나중엔 철새 도래지처럼 자연이 잘 보존된 곳도 사라질 우려가 있기에, 앞으로도 낙동강은 지속적으로 관리되어야 할 것입니다.
낙동강을 따라 배치되어 있는 도시들에는 맛집이 많아 여러분께 꼭 소개해드리고 싶답니다. 긴 낙동강을 따라 음식문화가 서로 섞이며, 다른 곳에선 맛볼 수 없는 매력적인 음식들이 이곳에서 많이 고안되었거든요. 낙동강 권역에서 음식으로 유명한 곳은 대구와 울산, 부산인데 부산은 워낙 유명한 터라 이번에는 대구와 울산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대구의 유명한 음식은 막창구이입니다. 1970년대에 소 막창을 구워 먹는 문화가 대구에서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그간 소 막창이 비싸서 이제는 돼지 막창으로 선호도가 옮겨졌지만, 그러면서 오히려 인기가 더욱 올라갔지요.
(사진:Flickr@ì •í˜¸ì”¨)
대구 안지랑역 3번 출구로 나오신 후 원불교 쪽으로 가시거나, 성당못역 3번 출구로 나오신 후 왼쪽 편으로 가시면 막창골목이 나오는데, 서울의 1인분 가격으로 3~4인분 가격을 먹을 수 있다니 꼭 가볼 만한 곳입니다.
울산에는 다른 곳에서 맛볼 수 없는 별미가 있습니다. 바로 장생포 고래고기! 사실 고래를 잡는 건 금지되어 있기에, 여기 올라오는 고래는 모두 그물에 걸려 죽은 고래랍니다. 그래서 가격은 쇠고기의 10배나 되지요. 그렇지만 뼈와 이빨을 빼고는 버릴 게 없는 고래라는 말이 있는 것처럼, 고래고기의 맛은 12종류나 된다고 합니다. 게다가 고래고기는 영양학적으로 최고의 식품이기 때문에 모든 사람이 고루 즐길 수 있습니다. 고래고기가 처음이신 분께 추천할 만한 곳은 ‘장생포 고래고기 원조할매집’으로, 장생포 부두에서 장생포 초등학교 방향으로 쭉 가시면 해양수산청 근처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모듬으로 시키시면 여러 양념을 가져온 후 부위별로 먹는 방법을 설명해 준다고 하니, 고래고기 베테랑처럼 맛있게 드실 수 있겠지요?
<맛 따라 먹는 방법도 다양한 고래고기> (사진 : 한국관광공사)
이렇게 낙동강 지역 경제를 살리는 데 일조하셨다면, 이번에는 눈과 마음을 호강할 수 있는 곳으로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철새들의 천국 을숙도에서 낙동강의 내일을 꿈꾸다
영화가 시작하기 전에 우리는 / 일제히 일어나 애국가를 경청한다. / 삼천리 화려 강산의 / 을숙도에서 일정한 군을 이루며 / 갈대숲을 이륙하는 흰 새떼들이 / 자기들끼리 끼룩거리면서 / 자기들끼리 낄낄대면서 / 일렬 이열 삼열 횡대로 자기들의 세상을 / 이 세상에서 떼어매고 / 이 세상 밖 어디론가 날아간다……
-황지우, <새들도 세상을 뜨는구나> 중-
황지우 시인이 이 시를 쓴 것은 1983년입니다. 당시 영화관에서는 영화 시작 전 애국가를 틀어주었는데, 애국가 영상에는 을숙도에서 비상하는 새떼들이 있었습니다. 그 자유로운 비상을 동경하며, 그러지 못하는 자신들을 자책하는 시인의 모습에서 안타까움이 느껴집니다.
이 시의 무대인 을숙도는 낙동강 하구에 있습니다. 다행히 이곳까지는 오염이 되지 않았기에, 을숙도는 오래 전부터 ‘동양 최대의 철새 도래지’란 명성을 얻고 있습니다. 매년 10만 마리에 이르는 새들의 쉼터와 잠자리가 되고 있다니, 생각만 해도 장관입니다. 이를 관리하고자 을숙도 에코센터가 개관하여 생태체험 프로그램, 단체 맞춤형 프로그램 등 여러 가지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사진:Flickr@VoIPman)
이 곳(http://wetland.busan.go.kr/renew/01travel/04_01.jsp?PageNum=1&SubNum=4)에서 프로그램들을 확인하실 수 있으니, 을숙도의 다양한 모습들을 몸으로 느끼고 싶으시다면 예약하신 후 즐겁게 다녀오세요.
<한가롭게 쉬고 있는 철새들> (사진 : 한국관광공사)
만약 새들의 모습을 더욱 가까이서 접하시고 싶으신 분들은 낙동강유역 환경청 낙동강을숙도생태안내소(051-201-5212)로 미리 연락하시면 하루 한 번 새들에게 먹이를 줄 때 동행할 수 있습니다. 철새들은 11월 초에 날아와 3월 초에 시베리아로 떠나는데, 먹이가 귀해지는 1월부터 본격적으로 이곳에서 철새들의 먹이를 챙겨준다고 합니다. 만약 여기에 동행하시게 된다면 화려한 색깔의 옷이나 짙은 화장 등 철새들이 경계할 만한 외양은 삼가시고, 쌍안경과 수첩을 준비하시는 게 좋을 것입니다.
이곳은 하구언도로를 경계로 북쪽은 사람을 위한 공간, 남쪽은 새들을 위한 공간입니다. 그렇기에 새들이 머무는 동안 그곳은 오롯이 자연에 속한 땅입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철새들에게 뭔가를 기대하며 흙발로 그곳에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멀찍이 서서 올해도 수많은 철새가 찾아와줬다는 사실 자체에 감사해야 합니다. 이는 낙동강이, 그리고 우리나라가 아직까지 살 만하다는 자연의 공식 인증일 테니까요.
-해 지는 낙동강 강변에서 유학을 말하다
낙동강 동쪽에 자리 잡은 안동은 조선 유학의 중흥지로 널리 알려졌습니다. 조선을 주름잡은 퇴계 이황이 자리잡았던 이곳에는 지금도 도산서원과 병산서원, 그리고 유교 정신이 고스란히 살아 있는 하회마을이 남아 옛 영화를 떠올리게 합니다. 특히 퇴계의 학문은 오늘날 일본을 비롯한 여러 나라에서 활발히 연구되고 있어, 이곳을 동양 유학의 성지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그럼 이 중에서 가장 유명한 하회마을부터 먼저 둘러볼까요?
(사진:Flickr@Clockwork Boo)
하회마을은 1984년 국가지정문화재로 선정되고 1985년부터 CF에 등장하기 시작한 이래 꾸준히 관광객을 끌어모았습니다. 그러다 모두가 기억하는 1999년 엘리자베스 여왕의 방문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얻게 되었지요. 그리고 2010년에는 경주 양동마을과 함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습니다. 이렇게 하회마을이 꾸준히 인기몰이를 하는 이유는, 이곳이 단순한 한옥마을이 아니라 옛 정신을 간직한 주민이 이곳을 지키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곳에 가시려면 중앙고속도로 서안동IC로 나온 후 예천 방면 34번 국도를 타고 가다 오른쪽의이정표를 따라가면 됩니다. 하지만 하회마을에 진입하기 전 명심해야 할 사실이 있습니다. 하회마을은 관광지가 아닙니다. 엄밀히 말하면 이곳은 주민들이 여전히 제 모습을 지키며 살아가는 마을이지, 담벼락 안으로 카메라를 들이밀고 마음대로 사진을 찍을 수 있는 민속촌이 아닙니다. 옛 모습 그대로를 유지하고자 음식점도 모두 마을 입구로 내보냈고, 관광객의 자동차 진입도 1km 앞에서부터 금지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곳에 가게 된다면 자신이 지금 조선 시대에 왔다고 생각하고, 당시의 방식을 생각하며 구경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런 마음이 없다면 하회마을에 들어갔을 때 구경거리도 없고 대문 안을 구경할 수도 없다고 투덜거리기에 십상입니다. 이곳은 여유를 갖고 찬찬히 거닐며 마주치는 마을 주민에게 가볍게 목례하는 그런 공간이란 사실을 기억해주셨으면 합니다. 대신 주말마다 하회별신굿탈놀이가 진행되고 있고, 1년에 한 번씩 안동 국제탈춤페스티벌이 개최되기도 하니 이곳에서 관광객 기분을 되찾으셔도 좋겠네요.
이어지는 코스는 서애 유성룡을 모신 안동 병산서원입니다. 병산서원이 아니라 ‘안동 병산서원’인 이유는 2010년도부터 문화재 명칭을 보다 알기 쉽게 정리하는 과정에서 지명을 덧붙였기 때문입니다. 이곳은 하회마을 조금 못 미친 곳에 있는데, 경북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으로 꼽히기도 합니다.
병산서원의 명물은 두 가지가 있습니다. 경내의 입구부터 시작해 곳곳에 자리잡은 배롱나무, 그리고 사방이 뻥 뚫린 만대루 강당 건물입니다. 이곳에서 공부하면 그야말로 자연 속에서 공부한다는 기분을 맛볼 수 있겠지요? 하지만 봄바람 불어올 때마다 밖으로 나가고 싶다는 충동을 다른 곳에서보다 강하게 느낄 것 같습니다
<배롱꽃 흐드러지게 핀 안동 병산서원> (사진 : 한국관광공사)
마지막으로 향할 곳은 안동 도산서원입니다. 그 이름처럼 안동 외곽에 자리잡은 안동 도산서원은 원래 퇴계가 세운 도산서당이었습니다. 퇴계가 1570년 사망하자 그의 문인과 안동의 유림들이 그를 기리고자 1574년에 서원을 세우고, 당시 왕이었던 선조가 이듬해에 한호의 글씨로 된 사액을 내려주었습니다. 살아있을 당시 이미 퇴계의 명성은 하늘을 찔렀기에, 그를 기리는 서원은 자연스럽게 영남 유학의 중심지가 될 수 있었습니다.
안동 도산서원은 오늘날까지 원형을 제대로 유지한 귀중한 유적입니다. 그 원형이란 실제로 보았을 때 화려하지 않고 질박한, 말 그대로 학문을 위한 장소라는 걸 느끼게 해 줍니다. 경내는 넓고 단청은 생생한 색을 간직하고 있지만, 건물들에서는 위압감 대신 정숙함이 느껴집니다. 특히 제자들의 기숙사를 열심히 공부하라는 의미로 ‘工’자로 짓게 했다니, 퇴계의 학문에 대한 열정이 대단합니다. 또 가뭄에도 마르지 않는 우물이 한 켠에 있어, 공부란 어떤 고난에도 끊기는 법이 없어야 한다는 교훈을 심어줍니다.
<도산서원의 마르지 않는 우물> (사진 : 한국관광공사)
낙동강은 과거 우리나라의 산업을 이끌었고, 이제는 그렇게 우릴 이끌어오다 생긴 무수한 상처를 치료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다행히 이젠 강에 대한 정비가 계속해서 이루어질 테니, 조만간 낙동강의 모든 구간이 온 가족이 모여 걷고 뛰며 즐기는 곳으로 바뀔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낙동강 가운데에 다붓하게 자리잡은 을숙도나 하회마을처럼, 우리들도 포근하게 낙동강에 안길 날을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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