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화꽃으로 전한 안부
매화꽃은 겨울의 끝자락, 아직 찬 바람이 남아 있는 계절에 남몰래 꽃망울을 터뜨립니다. 앙상한 가지에는 나뭇잎보다 먼저 하얗고 연분홍의 꽃들이 피어나지요. 매서운 추위 속에서도 기어이 꽃을 피워 내는 매화의 모습은 참으로 강인하고도 고결합니다. 차디찬 공기 속에 은은히 퍼지는 매화 향기를 맡으면, 비로소 봄이 왔음을 온몸으로 느끼게 됩니다.
교관님께서 미국에서의 일정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가신 후, 몇장의 매화꽃 사진을 보내주셨지요. 직접 “잘 지내고 있느냐” 안부 인사를 건네는 대신, 활짝 핀 매화 사진으로 한국의 봄 소식을 전해 주신 교관님의 따뜻한 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뉴욕은 아직 쌀쌀한 초봄이라 창밖에는 앙상한 나무들뿐이지만, 교관님이 보내주신 사진 속 매화는 이미 봄을 가득 머금고 있었습니다. 그 사진을 보는 순간 마치 한국의 봄바람과 매화 향기가 제게도 불어오는 듯하여, 가슴 한켠이 따뜻해지고 뭉클해졌습니다.
매화꽃 사진을 마주하며 저는 교관님과 함께했던 시간을 떠올렸습니다. 추운 겨울에도 굴하지 않고 꽃을 피워 내는 매화처럼, 교관님께서는 낯선 미국 땅에서 저에게 언제나 굳센 정신과 따뜻한 격려를 보내 주셨습니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한결같이 올바름을 지켜 나가시는 교관님의 모습은 매화의 청아한 자태처럼 저의 마음에 깊은 울림을 주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교관님께서 보내주신 매화꽃 한 장에는 교관님의 그런 품격과 마음이 오롯이 담겨 있는 듯했습니다. 사진 속 만개한 매화에서 저는 교관님 특유의 온화한 미소와 굳은 신념을 함께 보는 듯하여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예로부터 매화는 군자의 지조와 절개를 상징한다고 하지요. 혹독한 추위를 이겨내고도 가장 먼저 맑은 꽃을 피워내는 매화의 기개에서, 옛 선비들은 불의에 굴하지 않는 굳은 절개를 떠올렸다고 합니다. 제게 교관님은 바로 그 매화와 같은 분이십니다. 교관님께서는 어떠한 어려움 속에서도 자신의 소신과 원칙을 지켜오시며, 우리 제자들에게 몸소 본보기를 보여 주셨습니다. 매화처럼 강인하면서도 향기처럼 은은한 교관님의 가르침이 있었기에, 저희는 맡은 바 임무를 꿋꿋이 이어나갈 용기를 얻었습니다. 그런 교관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마음 깊은 곳에서 우러나는 존경을 전합니다.
교관님께서 매화를 통해 전해 주신 그 마음을 저는 가슴 깊이 새기고 있습니다. 먼 타국에서도 한국의 봄과 교관님의 정성을 느낄 수 있어 얼마나 감사한지 모릅니다. 저도 앞으로 살아가며 매화꽃 같은 강인한 정신과 지조를 간직하겠다고 다짐해 봅니다. 매화가 찬바람 속에서도 맑은 꽃을 피워내듯, 저 또한 어떠한 시련 앞에서도 움츠리지 않고 제 삶의 꽃을 피워나가겠습니다. 비록 지금은 멀리 떨어져 있지만, 교관님께서 보내 주신 아름다운 매화꽃처럼 제 마음엔 벌써 따뜻한 봄이 찾아왔습니다. 다시 한 번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하며, 교관님께서도 늘 건강하시고 평안하시기를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