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조 숙종때 이야기다.
여기에 사는 정재일이라는 사람이 나무를 하러 신봉동 뒷산에 올라갔다. 정재일이라는 사람은 부지런한 사람으로서 하루에 몇 번씩 나무를 했는데, 오늘도 서너 번 나무를 하기 위해서 바삐 지게를 짊어지고 내려오려 하고 있었다. 그때 어디선가 노루 한 마리가 상처를 입고 다리를 절며 자기 앞으로 다가오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는 이상하게 생각하고 바라보고 있는데, 그 노루는 몇 번이고 머리를 끄덕거리더니 막 지고 일어서려는 나뭇단 안으로 숨는 것이었다. 그는 이상한 일도 다 있구나 하고 망설이고 서 있었다.
그때 마침 숲을 헤치며 포수가 달려와서 여기에서 다리를 다쳐서 절뚝거리며 지나가는 노루를 못 봤느냐고 묻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는 그 노루가 지금 막 이 앞으로 지나서 저쪽 산으로 도망가 더라고 말하자 포수는 노루를 잡을 욕심으로 그 쪽을 향해서 달려가는 것이었다. 그는 포수가 산을 넘어 보이지 않을 때까지 서성거리다가 포수가 산을 넘어 보이지 않자 나뭇단을 헤쳐주니 그 노루가 나와서 고맙다고 몇 번이고 머리를 끄덕이는 것이었다.
그는 이쪽으로 도망가라고 포수가 간 곳의 반대방향을 가르쳐 주자, 노루는 또 알았다는 듯이 머리를 끄덕이더니 이번엔 자꾸 주둥이로 산봉을 가리키며 발로 땅을 파는 시늉을 하고 몇 번이고 땅에 누웠다, 일어났다. 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가 알았다는 듯이 머리를 끄덕이자 노루는 그가 가르키는 방향으로 달아나는 것이었다.
그후 그는 죽기 전에 자식들에게 유언하기를 자기 산소는 그 노루가 가르쳐 준 산봉을 가리키며 거기에 써 달라고 해서 그 산봉에 썼다 하는데, 지금도 그 산소가 산봉에 있으며, 그후 이곳을 가르켜 노루가 산소를 잡아 주었다 하여 '노루봉'이라 부른다.
유성문화원-유성의 역사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