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출발이다~
며칠 전 기상예보에서 부산과 인천 모두 비가 온다고 해서 걱정을 많이 했었는데
다행히 비가 오지는 않았다. 많이 덥지도 않은 화창한 날이어서 기분이 좋다.
벌써 1주일 전 준비를 마쳤다고 생각했는데도
막상 출발일이 다가오자 또 챙길게 생기고 점검할 부분이 생긴다.
특히 무선공유기는 전혀 생각도 하지 못 했는데
얼마 전 괜찮은 제품을 발견해서 주문을 했건만 아직 도착하지 않았다.
이 녀석만 있다면 좀 더 인터넷 환경이 나아졌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지만
원래 몰랐던 셈 치고 다녀야겠다.
아침에 11개월 된 조카 영채와 1개월 된 조카 제하와 인사를 하고
부산종합버스터미널로 향한다.
짐무게만 30kg가 넘어 비행기보다는 배를 택했다.
예전에 짐을 다 꾸렸을 때 보다 무게가 늘은 듯 하다.
페달링이 예전 같지 않다.
점심은 아름이와 먹은 터미널 롯데리아의 새우버거 세트 + 치즈스틱!
내가 제일 좋아하는 새우버거 ^^
새우 패티는 겉은 바삭하고 속은 참 부드럽다. 거기다 소스와 샐러드의 환상적인 조화란
정말 최고다!! 아- 또 먹고 싶다 ㅎ
이제 한동안 못 보기에, 연락 한번 쉽게 하지 못하는 곳으로 가기에
아름이에게 많이 미안했다.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웃으며 조심히 다녀온다는 말 밖에 없었다.
정말로 안 다치고 건강하게 돌아오기를 희망한다.
그럼 아름이 안녕-
눈 한번 크게 감고 뜨면 한국 돌아가 있을 거야!!!
인천버스터미널로 가는 도중 길이 많이 막힌다.
서울로 진입하는 부분에서 차가 왜 이리 많은지.
점점 해는 기울어져 가고, 결국 1시간쯤 도착이 늦어져 7시 정도에 터미널에 도착했다.
연운항 훼리 측에서는 늦어도 8시까지 제2국제여객터미널에 와야 한다고 신신당부를 했는데
벌써 7시다. 안돼안돼~ 또 다시 여행이 미뤄지긴 싫단 말이야!!
네이버 지도에서 봤던 기억을 더듬어 인천항으로 향한다.
중간 중간 시민들에게 도움을 청해서 제대로 된 방향을 잡았다.
하지만 웬걸? 인천항이라던지 여객터미널이란 이정표는 도무지 나오지 않는다.
아씨, 설마 이 길 아니면 어쩌지?
그러던 중 나온 인천항 이정표!!!
와 진짜 눈물 날 뻔 좋았었다 ^^
하지만 정말 눈물 날 뻔하게 좋았던 건 잠시 후 제2국제여객터미널 이정표를 봤을 때일 줄을 그때는 몰랐다.
잠시 신호 받아 기다리는 사이에 한컷!
길을 따라 쭉 가니 제1국제여객터미널 이정표가 보였다.
내 기억으로는 제1국제여객터미널 옆에 제2국제여객터미널이 있었다.
그래서 제1터미널을 지나고 나면 제2가 나오겠지 하는 심정으로 제1을 바라고 갔건만
아... 제길. 제2터미널은 저~ 멀리 있단다. 그때 시간이 7시 40여분.
다시 길을 물어물어 제2국제여객터미널로 향하는데 사람들이 그곳은 잘 모른다.
근처 ‘이마트’ 어딨냐고 물어보는 편이 빠르단다. 그리고 제2터미널은 그 앞에 있고.
12시에 먹은 햄버거는 이미 황천행으로 향하셨고
배에 계신 분이라곤 휴게소에서 산 옥수수수염차님 밖에 없으셨는데
이 분께서도 곧 황천행을 준비하고 계셨다.
정말 배 고프고 다리에 힘이 안 들어가지만
배를 놓치지 않겠단 절박함이 짐 싣고 시속 25km가 넘는 속도를 나게 해주었다.
절박한 심정이면 다~ 되는구나?
한참을 돌아돌아 만난 제2국제여객터미널 이정표.
그것도 나뭇가지에 가려져 있다. 아오!!!!
너무나 반가운 제2국제여객터미널 ^^ 안녕~ 나 왔어.
도착했을 때는 8시 3분 전.
예약할 때 도와줬던 누나가 내가 안 오길래 전화까지 주셨다.
표를 무사히 받고 한숨을 돌릴 여유가 생겼다.
하지만 식당은 문을 닫고, 근처에 뭐 먹을 데는 없고
배에 가면 식당이 있을 거라 생각하고 배로 향했다.
새벽 2시 출항이라 그동안 터미널에서 기다릴 시간 생각하며 걱정했는데
다행히 8시부터 배에 들어갈 수가 있다.
제2국제여객터미널 대합실의 모습.
중국인 보따리 상인들로 가득 차 있다.
수십킬로씩 되는 상자를 몇 개씩이나 들고 메고 끌고 배로 줄을 서 있다.
너무도 많은 짐들 때문에 자전거가 지나갈 수 없을 정도였다.
직원들이랑 실랑이도 벌이고 고성이 오가기도 한 정신 없는 곳이었다.
보따리 상인들의 모습.
상인들이 많이 없는 한쪽 구석에 가서 애마 ‘동끼리’를 한 컷!
자여사에서 클릭스탠드 후기를 보고 구매하게 됐다.
내가 산 모델은 투어링용(정확한 명칭은 기억이 안 난다)으로 일반 클릭스탠드보다 약간 더 무게가 나가지만 더 많은 무게를 지탱할 수 있다고 설명돼 있었다.
자전거 무게까지 약 50~55kg에 달하는 무게를 저 클릭스탠드는 거뜬히 지지한다.
약간 번거롭긴 하다.
브레이크 고무줄 같은 걸로 브레이크를 먼저 잠그고,
다음으로 클릭스탠드를 끼우는데 무게가 있는지라 아직은 2~3번 위치를 옮겨가며
무게 중심을 잡곤 했다.
그래도 자전거를 기댈 수 없는 곳에서는 참 유용하지 싶다.
일반 킥스탠드보다 훨씬 가벼운 점도 마음에 든다.
지금 사용 중인 클릭스탠드 무게는 300g 정도이다.
연운항 훼리인 자옥란 호로 향하는 버스.
버스 앞에서 문을 경비하던 아저씨와 보따리 상인에 대해서도 듣고, 중국 상황에 대해서도
이런 저런 잡담을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상인들이 너무 많아서 지금 올라가면 자전거를 세울 자리도 없겠다.
중국 보따리 상인들의 러쉬가 두세차례 마친 후 버스로 올라섰다.
겨우 저 계단 2~3개 올라가는데도 자전거가 무거워서 힘들었다.
배는 거의 3층 높이라는데, 거기까진 어떻게 올라가지?
아, 저 많은 계단 좀 봐..
자전거를 두손으로 들고 어깨 즈음에 멜치고
한걸음 한걸음 올라간다.
중간에서 한번 쉬고, 중국 분들의 뜻 모를 환호를 받으며
겨우 배에 올랐다 ^^
배에서 바라본 부두 모습.
2인실을 예약했는데 다행히 혼자 쓴단다. 오예~
처음에 열쇠도 받지 않고 객실로 올라왔다가 문이 잠겨 있어 다시 리셉션으로 내려갔다.
당연히 문이 잠겨있지!! 무슨 생각으로 그냥 올라왔나 모르겠다.
좁은 통로에 자전거를 끌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다시 리셉션으로~
열쇠를 받고 올라왔다.
생각보다 방이 좋다. 침대도 있고, 전기 연결하는 곳, 옷장, 샤워기 딸린 화장실, TV까지 없는게 없다. 9월 14일 밤 9시부터 9월 16일 오전 7시까지 이곳에서 장장 34시간을 있어야 하는데 이 정도면 편안히 34시간을 쉬면서 즐길 수 있겠다.
배에는 중국식당과 한국식당 2개 식당이 있는데 한국식당은 문을 닫았고 중국식당으로 향했다. 밤이 늦어서 그런지 메뉴는 없고 한가지 식단 밖에 되지 않았다. 오늘의 저녁은 계란찜과 야채고기 볶음, 계란토마토 국이었다. 국 색깔로 봤을 때 소고기 국인 줄 알았건만.. 안에 토마토가 계란과 함께 있을 줄이야!! 생각보다 맛도 좋고 양도 많아서 굿~ 가격은 단돈 2천원.
이제 배도 채웠겠다, 피곤하기도 하겠다 방으로 가서 빨래하고 씻고
이번 아시아자전거여행 첫 여행기를 쓰다.. 잠 들었다 ^^
지난 날 일본인 자전거 여행가 이시다 유스케의 ‘가보기 전엔 죽지 마라’를 읽고
자전거 여행이라는 새로운 세계에 접했던 날이 떠오른다.
‘뭐 이런 놈이 다 있지?’ ‘안 미치고는 저 짓 못하지 싶은데..’ 라고 생각하면서도
그의 자유로움과 용기에 흠뻑 빠지고 말았다.
나도 모르는 사이 세계여행이란 꿈이 내게 스며들었고
난 그들의 발자취를 따라가기 시작했다.
정말 바라는 것을 꿈꾸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면
설령 꿈을 이루진 못하더라도 그 꿈 언저리에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고 믿는다.
처음 자전거해외여행은 내게 그저 꿈이었고 ‘감히 평범한 내가 어떻게’라고 생각되는 것이었다. 하지만 나는 지금 중국행 배에 올라 이렇게 첫날 여행기를 쓰고 있다.
내 스스로가 참 자랑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