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평균 7%의 성장을 통해 GDP 4만 달러를 달성함으로써 세계 7위의 경제규모를 이룩하겠다는 이명박 대통령의 대표공약 '경제성장 747'은 매우 성공한 공약이다. 국민 모두가 알고 있는데 이 숫자들이 어떻게 나온 지는 잘 모르고들 있다.
이 대통령이 예전부터 동서독 통일 모델에 대해 관심이 많았는데, 통일 이후 통일비용 서독의 GDP만큼 들었다고 한다. 우리나라가 10년 뒤에 통일하려면 현재의 GDP를 두 배로 늘려야 하겠다고 해서 X의 10승은 2일 때 X는 1.07이라는 계산으로 나온 것이 앞의 7%이다.
하지만 동서독 통일당시 양쪽의 GDP 차이는 3배였던 반면 남북한의 GDP 차이는 20배이다. 즉 10년 뒤 통일을 전제로 통일 후 북한을 남한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연 평균 20%의 성장이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원래 논리대로라면 20% 성장을 공약했어야 했다는 말이다.
뒤의 7은 우리나라가 앞의 계산에 따라서 연 평균 7%의 성장을 통해 10년 후 GDP 4만불을 달성하면 현재의 이탈리아 수준이 된다는 것인데, 이 전제는 우리나라가 성장을 하는 동안 다른 나라들은 가만히 있어야 한다는 조건이 수반된다.
목표를 어떻게 설정했건 그 방법으로 제시된 것은 더 가관이다. "한국인에게는 성공 DNA가 있기 때문에 된다"는 것이 이명박 대통령의 말이고, 구체적으로 제시한 것은 규제완화, 공기업 민영화, 감세 3가지와 한반도 대운하이다.
7% 성장이 불가능하지는 않다. 수도권 개발규제를 다 풀고 건설경기를 일으키면 2% 정도의 추가성장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하지만 출총제와 금산분리, 수도권 규제를 모두 완화하면 은행을 소유해 막대한 자금을 확보한 재벌은 가장 먼저 수도권에서 땅을 매입해 건설경기를 일으킬 것이다. 수도권 땅값과 집 값은 올라갈 수밖에 없고, 여기에 한반도 대운하까지 하면 전국이 투기장화된다.
한반도 대운하는 상식적으로도 말이 안 되는 정책이다. 서울에서 조령까지, 부산에서 조령까지 배가 산으로 올라가야 한다. 이를 가능하게 하려고 댐을 만드는데, 흐름을 막으면 강물은 썩는다. 또한 우리나라는 여름에 비가 한꺼번에 오니 대운하 구간은 재앙이 될 수밖에 없다.
감세는 세금을 줄여주는 것이다. 기업에 물리는 법인세 5%를 줄여주면 연간 8조원 정도 세금을 깎아주게 된다. 그런데 국내 기업 대부분이 납부기준 미달로 이미 법인세를 면제받고 있기 때문에 법인세 인하 혜택은 고스란히 대기업들에게로 떨어진다.
그런데 현재 대기업들이 현금으로 가지고 있는 돈이 364조원이다. 8조원 깎아준다고 설비투자를 늘리지 않는다. 투자를 하지 않는 것은 돈이 없기 때문이 아니라 투자해서 돈을 벌만한 산업이 눈에 잘 안 띄기 때문이다. 증권이나 부동산을 사는 것이 훨씬 이익인 것이다.
2006년 기준으로 해외유학, 해외관광, 해외투자 등이 포함된 무역외수지 적자가 GDP의 2%(180억 달러:약 18조원)이다. 가난한 사람들에게 돈이 생기면 전부 국내에서 소비되고 그 소비가 다시 생산과 투자로 이어져서 경제에 보탬이 되지만 부자들에게 돈이 생기면 전부 해외로 빠져나간다는 말이다.
세금을 자꾸 깎아주면 재정적자가 생긴다. 나라의 빚이 늘어난다는 말이다. 그 대책으로 나타날 것이 공기업 민영화이다. 공기업은 네트워크 산업과 가치재 산업으로 나뉘는데, 그 중 수도, 전기, 가스, 철도, 우편 등 전국 단위 네트워크를 가진 회사들은 전국에 깔려있는 설비가 다 자산이다. 이 회사들을 다 팔면 재정적자를 메울 만큼 많은 돈이 들어올 것이다.
□ 공기업민영화의 미래
네트워크 산업은 인구가 희박해질수록 1인당 비용이 급격히 증가한다. 기차가 1km를 달리는데 드는 비용은 서울이나 시골지역이나 동일한데 서울에선 1000명이 타지만 시골에서는 10명밖에 안 탄다. '수익자 부담원칙'을 적용하면 서울 사람은 총 비용의 1000분의 1을 부담하고 시골사람들은 10분의 1을 내야 하는 것이다.
오지혜 선생님(강연 사회자)이 양평에 이사가면서 전기를 쓰려고 전봇대 3개를 새로 세웠다.(1개당 약 13만원 소요되었다고 함) 수도권 밀집지역에서 전봇대를 하나 세우면 100가구 이상이 사용하는데, 시골에서는 한두 가구가 사용한다. 한전이 민영화되면 서울에서는 100분의 1만 내도 되지만 오지혜 선생님 같은 경우 전봇대 3개 세우는 값을 혼자 다 내야 한다.
이런 문제 때문에 생긴 것이 '교차보조금' 제도이다. 밀집지역에서 남는 비용을 오지의 설비구축에 사용하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 기획재정부 업무보고에서 이 '교차보조금'제도를 없애겠다고 한다. 교차보조금이 없어지면 시골에 철도가 다닐 이유가 없다. 철도를 민영화해서 삼성철도가 생기면 고급서비스는 좋아지겠지만 시골사람들이 이용하는 서비스는 끊긴다.
원래 네트워크산업은 국가가 보조해주게 되어있고, 특성상 대부분 독점이다. 만일 여러분이 민영화된 네트워크 산업의 경영자라면 요금을 어떻게 책정할까? 밀집지역의 요금은 현행대로 하면서 오지 요금은 실비를 다 받으면 가장 돈을 많이 벌 것이다.
서울 사람들은 요금이 그대로니 상관없고, 돈 안 되는 지역은 공급을 안 한다. 1980년대 영국의 대처와 미국의 레이건이 민영화를 시작했고, 일본도 철도를 민영화했는데, 민영화한 나라가 다 그렇게 됐다.
또 하나 문제는 사고가 많이 발생한다는 점이다. 영국에서는 브리티시레일을 민영화하면서 요금을 많이 올리지 못하게 했다. 요금을 못 올릴 때 이익을 많이 내려면 비용을 줄인다. 승무원 수도 줄이고, 정비도 덜 한다.
세계에서 가장 정확하고 안전하기로 정평이 나있던 브리티시레일이 제가 영국 유학을 갔던 기간 중 1년에만 2건의 대형사고를 냈고 결국 최근 다시 국유화됐다.
이명박 정부 출범이후 가장 빠르게 추진되는 것이 물 민영화이다. 물이 민영화되면 수질이 나빠진다. 미국의 애틀란타시가 수도산업을 민영화해서 프랑스계 회사에 팔았던 적이 있는데, 콜레라와 이질이 발생했다.
심지어 불이 나도 끌 수가 없다. 수도사업에서 비용을 줄이는 가장 좋은 방법은 수압을 낮추는 것이다.
수도관이 불완전하기 때문에 수압이 높으면 구멍난 곳으로 물이 다 빠져나가지만 수압을 낮추면 덜 샌다. 그런데 불이 나서 끄려고 하니까, 소방호수에서 물이 질질 나온다. 결국 20년 장기계약이 8년 만에 해지됐다.
한미FTA 협상단은 5년 뒤부터 국내 우체국 사업에 대한 정부독점을 없애겠다고 미국과 약속했다. 이런 식으로 시골에 대한 공공서비스는 요금이 아주 높아지거나 서비스 자체가 중단될 것이다. 시골은 사람이 살기 더 어려운 곳이 될 것이며 수도권은 점점 더 과밀화될 것이다.
□ 흔들리는 건강보험
공공부문의 또 한 가지 영역은 의료, 교육, 주거와 같은 '가치재 산업'이다. 이명박 정부의 정책방향은 자립형 사립고를 많이 짓고, 건강보험의 병원 당연지정제를 폐기하고, 민간의료보험을 확대하는 것이다.
지금은 건강보험증을 가지고 있으면 못 가는 병원이 없다. 국군병원을 빼면 삼성병원, 현대병원을 다 갈 수 있다. 어떤 병원이든 다 이용할 수 있는 것이 '병원 당연지정제'이다. 국민은 건강보험에 의무적으로 가입되는데, 그것이 '강제가입'이다. 우리나라 의료보험체계는 병원 당연지정제와 강제가입이 특징이다.
이명박 정부는 이 두 가지 원칙을 없애겠다는 계획이다. 민간병원이 이익을 위해 경쟁하다보면 서비스가 좋아진다는 것이다.
부자들이 병원에 대해 원하는 것은 크게 세 가지이다. 첫째는 줄을 서지 않는 것이다. 지금도 병원에서 줄을 서지 않는 비공식적인 방법이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선착순이다. 둘째는 5분 진료하는 것을 30분 이상 친절하게 해주고, 셋째는 언제나 1인 병실을 이용하는 것이다.
이 3가지만 들어주면 부자들은 1500만원에서 2000만원을 낼 용의가 얼마든지 있다. 예를 들어 보험료 2000만원을 내면 줄 안 서고, 30분 진료해주고, 언제나 1인 병실을 사용할 수 있게 해준다면 민간보험에 가입할 것이다. 민간보험이 대형 병원에 제의를 하고 병원이 오케이 하면 충분히 이런 서비스가 가능하다. 그것을 '당연지정제'에 반대되는 '계약지정제'라고 한다.
그렇게 되면 병원도 좋고, 보험사도 좋고, 부자들도 좋다. 부자들은 병원에 잘 가지 않는다. 재산과 질병은 정확히 반비례하기 때문이다. 가난한 사람들은 건강관리를 잘하지 못하고, 작은 병이 생겨도 병원에 안 가고 참다가 병을 키운다.
하지만 부자들은 평소에 열심히 운동하고 예방조치를 잘 취하기 때문에 병원에 잘 안 간다. 보험료는 많이 내고, 보험금은 덜 받아가니까 그러면 돈이 남지 않겠나. 그 돈을 큰 병원과 큰 보험회사가 나눠 가지게 될 것이다.
2000만원짜리 보험이 생기면, 20분 치료·2인 병실 하는 식으로 1500만원짜리 보험도 생길 것이다. 그 다음에 1000만원짜리 보험이 생기고 그 다음에는 500만원짜리 보험. 그 다음 가난한 사람을 위한 건강보험은 없어질 것이다. 당연한 귀결이다.
가난한 사람들은 보험료를 많이 내지 못한다. 그래서 100만원짜리 보험을 모집한다 해도 이 사람들은 병원에 자주 간다. 보험료는 조금 내고 보험금은 많이 받아가니까 그런 보험은 재정적자가 날 수밖에 없다.
지금은 건강보험이 있지만 부자들이 가입하는 보험을 만들게 해주면 자동적으로 건강보험은 사라진다. 첫째는 병원 당연지정제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우수한 의사들은 모두 민간보험 지정 병원으로 갈 것이다.
드라마 <뉴하트>의 지성이 광희대병원에 어떻게 들어갔나. 아무도 지원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흉부외과에 가야할 인재들은 다 어디로 갔나. 성형외과로 갔다. 성형외과는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서 돈을 많이 벌 수 있기 때문이다.
조금 더 진행이 되면 부자들이 건강보험 강제가입에서 빼달라고 할 것이다. 이미 그런 헌법재판이 있었다. 위헌소송을 낸 것인데 당시 헌법재판소는 "강제가입을 빼주면 안 된다"고 판결했다.
AIG가 3대 질병 보장 보험을 파는데, 돈을 더 내면 건강보험처럼 모든 질병을 다 보장해주는 상품도 팔게 될 것이다. 부자들 입장에서는 민간보험이 모든 질병을 보장해주면 건강보험 강제가입을 빼달라고 할 것이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서 이런 민간보험을 가입한 사람이 점점 더 늘어나면 어떻게 될까? 극단적으로 헌법재판소 재판관들이 전부 그런 민간보험에 가입을 했다고 생각해보자. 그때에는 어떤 판결을 내릴까?
지금은 건강보험료를 가장 많이 내는 사람이 월 300만원 정도를 낸다. 이들이 빠져나가면 나머지 사람들이 내는 보험료가 전반적으로 올라갈 것이다. 그러면 그 다음으로 소득이 많은 사람들이 빠져나갈 것이고, 그 다음, 그 다음 차례로 순서대로 빠져나갈 것이다.
이렇게 해서 건강보험이 없어진다면 어떤 결과가 발생할 것인가를 알고 싶다면 최근 개봉한 마이클 무어 감독의 영화 <식코>를 보면 된다. 미국에는 의료보험 자체가 없는 사람도 많지만, <식코>는 민간의료보험에 가입이 되어있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가 핵심인 영화이다.
단적으로, 손가락 2개가 잘린 사람이 병원에 가서 손가락 2개 중 하나를 선택해야하고, 21살의 자궁경부암 환자가 '젊은 여성은 자궁암에 걸릴 수 없다'는 황당한 이유로 보험금 지급을 거부당하는 것이 미국의 현실이다.
미국의 이런 현실에 대해 이미 여러 사람들이 알고 있다. 미국에 유학이나 이민을 간 사람들이 수술을 받기 위해 한국으로 온다. 부자들을 위한 고급서비스 시장이 생겨나면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시장은 없어질 것이다.
교육도 마찬가지이다. 모두가 '공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하지만 여기 있는 분들도 교육세를 1인당 1만원씩 더 내라고 하면 난리가 날 것이다. 혁명이 일어날지도 모른다.
그런데 사교육비는 모든 가구가 월 25만원씩 내는 것으로 나오고 실제 그것보다 많다. 아예 안 쓰는 가구도 있지만 한 달에 몇 백만원씩 쓰는 집도 있다. 사교육시장이 1년에 20조원 규모이다.
우리나라 대학등록금을 다 합치면 12조원인데, 이명박 정부가 법인세 8조원 깎아준다는 것을 안 깎아주고 여기 투입하면 당장 대학등록금이 3분의 1로 떨어진다.
공교육 투자가 계속 확대되지 않으면 사적인 부분이 더욱 커지기 때문에 결국 가난한 사람을 위한 교육은 없어질 수밖에 없다. 부모의 재산이 아이들의 미래를 결정하게 되는 게임에서 보통사람은 다 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교육을 포기하게 되면 그 나라의 경쟁력은 빠르게 떨어지게 된다. 미국에서 실제 그런 일이 벌어졌다. 흑인들의 상당수가 교육을 포기했다.
영국은 원래 복지체제가 잘되어 있는 나라이기 때문에 미국보다는 훨씬 나은 상태이지만 아이들은 꿈을 잃어버렸다.
영국의 초등학교 남자아이들에게 꿈이 뭐냐고 물어보면 70%가 똑같다. '베컴(처럼 되는 것)'이다. 그 수많은 아이들 중에 한 명이 나올까 말까 한 꿈을 그 수많은 아이들이 다 꾸고 있다. 장래 희망이 별로 없는 것이다.
“<2편>인간광우병, 잠복기 10년·사망률 100%
美 쇠고기 유해 증명 불가능…"담배 유해 인정 100년 걸려"
한국 식문화 광우병에 취약, 원인물질 우려내면 '진국'
군대에 간 남자들은 미국산 쇠고기를 반드시 먹게된다
한미FTA 비준이 최악 상황… 정권 바꿔도 정책은 못 바꿔
의료·교육 등 공공성 확대하면 미국투자자 손배 걸릴 것
경기가 침체됐을 때 국민들에게 투자 여력이 없다면 정부가 공공투자로 경제를 살릴 필요가 있다는 것이 '케인즈 이론'이다. 땅 파는 것보다는 교육·의료에 투자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기 때문에 지금 정부가 공교육과 공공의료에 투자를 하면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과 생산성이 훨씬 증가한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는 거꾸로 가고 있다. 참여정부 때 양극화가 심해졌다고 이야기하지만 그래도 분배에 상당히 신경을 썼던 정부인데, 이제 분배는 완전히 내팽개치고 오히려 양극화가 강화되는 정책만을 내놓고 있다.
□ 공포의 광우병
한미FTA가 양국 의회의 비준만을 남겨 놓고 있다. 한나라당과 통합민주당이 한미FTA에 모두 우호적이다. 그런데 미국에서 비준이 안 될 것 같다. 의회에서 막고 있는데, 반대 이유는 크게 두 가지이다.
상원에서는 자동차의 시장점유율을 보장하라고 한다. 그것을 어떻게 보장하나. 우리나라 정부가 내놓은 해결책을 알고 있나. 고속도로 순찰차를 전부 미국 차로 바꾸겠다고 한다. 천재다. 미국 비위 맞추기에는 엄청나게 머리를 잘 굴린다.
하원에서는 쇠고기의 완전 수입개방 문제가 걸려있다. 제가 8년 전 영국에 살았을 때 인간광우병이 생겼는데, 정말 무서운 병이다. 100% 죽는다. 한 명도 살아난 사람이 없다. 우리 가족은 영국에 있으면서 쇠고기를 한 번도 먹지 않았지만 지금 헌혈도 할 수 없다. 당시 영국에 살다와서 광우병 환자일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광우병은 신경계통에 생기는 것으로, 뇌에 구멍이 뚫리는 병인데, '변형 프리온'이라는 변형 단백질이 원인물질이다. 변형 프리온이 가장 많은 곳이 뇌와 척수, 내장, 뼈에 붙어있는 고기이다. 전부 영국 사람들은 안 먹는 부위이다. 스테이크를 먹다 뼈가 나오면 주방장이 해고된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뼈를 고아먹는다. 이것은 세균이 아니라 단백질이기 때문에 아무리 끓여도 없어지지 않는다. 말하자면 우리는 변형 프리온을 추출해서 먹는 것이고, 잘 우려진 국물을 '진국'이라고 한다.
한국인은 소의 모든 부위를 다 먹는다. 굉장히 위험한 것이다. 과학자들은 한국인이 광우병에 굉장히 취약한 식생활 문화를 가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우리 가족이 헌혈을 못하게 막고 있다는 것은 보건당국이 이를 알고 있다는 뜻이다.
그런데 광우병이 발생한 미국에서 지금 쇠고기 완전 개방을 요구하고 있다. 2003년 미국에서 광우병 소가 발견돼 수입이 금지됐지만 한미FTA 협상의 4대 선결 조건 중 하나가 쇠고기 수입재개였다. 이번에 이명박 대통령이 미국에 가면 틀림없이 약속을 하고 올 것이다.
광우병은 잠복기가 10년이다. 그래서 아직까지 미국에서 인간 광우병이 발생하지 않은 것이다. 영국에서 처음 광우병 소가 발견됐을 때 농무부 장관이 자기 딸과 나와서 안심해도 좋다면서 시식을 했지만 그로부터 6년 뒤에 인간 광우병이 발생했다. 그 딸은 안 죽었지만, 딸의 친구가 죽었다. 웃을 일이 아니다.
안 먹으면 된다고 하겠지만 안 먹을 수가 없다. 군대가면 틀림없이 먹게 된다. 군부대에 소고기를 공급하는 것이 농협이다. 지금까지 농협은 호주산 소를 공급했는데, 작년에 미국회사와 계약을 맺었다가 우리가 난리를 쳐서 다시는 안 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냈다. 과연 끝까지 안 할지는 의문이다.
건강과 환경에는 '예방우선 원칙'이라는 것이 있다. 어떻게 될지 잘 모를 때, 위험할 가능성이 있으면 하지 않는 것으로, 그 반대가 '증명우선의 원칙'이다. 유해성을 먼저 증명하라는 것이다. 예방우선이 유럽식이고 증명우선이 미국식인데, 우리나라는 그 중간에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미국에 다녀온 다음에 미국 쇠고기 수입을 완전자유화하면 빨라도 2019년이 돼야 인간광우병이 발생한다. 그럼 그 병이 미국 쇠고기 때문이라는 것을 증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원래 음식과 관련된 유해성을 증명하는 것이 굉장히 어렵다. 미국 정부가 '담배는 인체에 해롭다'고 인정하는 데 100년이 걸렸고, 지금도 소송이 진행되고 있다.
광우병만이 문제가 아니다. LMO(유전자변형생물체)라는 것이 있다. 세계적인 LMO 생산업체가 대부분 미국회사인데, 유럽은 LMO에 대한 규제가 아주 강하다. FTA 협상을 하면서 우리의 규제기준을 미국수준으로 낮추라는 요구가 있었고, 우리는 이를 받아들였다. 보건복지부는 반대도 하지 않았고 산자부 국장이 사인을 했다.
LMO는 새로운 생명체이다. 이거 먹고 무슨 일이 벌어질 지는 아무도 모른다. 우리가 알고 있는 음식에 대한 지식은 7000년에 걸쳐서 쌓여온 것이다. 그런데 LMO는 그런 지식이 쌓여있지 않다. 그런 경우에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예방밖에 없다.
스위스가 미국과 FTA 협상을 할 때 LMO를 어떻게 할 것인지가 핵심 쟁점이었다. 수입을 하되 포장지에 LMO로 만들었다고 크게 쓰는 것을 제안했는데, 미국이 거부했고, 결국 스위스에서는 국민투표까지 했다. 국민들은 반대했고 결국 FTA가 무산됐다.
우리나라는 이것을 슬그머니 인정해줬다. '증명우선'이라는 미국식이 다 받아들여졌다. 미국이 LMO에 집착을 하는 것은 세계적 곡물메이저들이 다 미국회사이기 때문이다. 이들의 로비력은 그 막강하다는 석유메이저를 능가할 정도여서 미국의 정책을 다 바꿔놓는다.
클린턴 대통령이 집권할 때 최대 공약이 한국과 같은 건강보험을 도입하겠다는 것이었지만, 8년 집권기간동안 실천할 수 없었던 것도 미국의 병원과 보험회사들이 워낙 막강하다보니 로비 때문에 못한 것이다.
□ 한미FTA는 돌아올 수 없는 강
한미FTA는 다른 FTA와 다른 큰 특징이 있다. 최악의 독소조항만을 모으면 △네거티브 리스트(negative list) △역진 금지(rachet) 장치 △미래의 최혜국(future MFN) △투자자-국가 소송제(ISD) 등이 있다.
'네거티브 리스트'는 시장개방의 원칙으로, 개방하지 않을 분야를 쓰는 것이다. 개방할 분야를 쓰는 방식에 비해 개방 폭이 훨씬 넓을 수밖에 없고, 새로 생기는 서비스분야는 무조건 개방된다. 새로운 서비스는 미국에서 압도적으로 많이 생기고, 무조건 개방이 되기 때문에 전부 미국기업이 독점하게 될 것이다.
개방 대상을 분류하는 기준으로 '현재유보'와 '미래유보'라는 개념이 있다. 간단히 정리하면 미래유보는 앞으로의 국내 상황의 변화에 따라 개방 폭 조정이 가능한 것이고, 현재유보는 조정이 불가능한 것이다.
김현종 본부장이 미국에서 한미FTA를 하자고 애걸을 하니까 미국이 내세운 4대 선결조건의 하나가 스크린쿼터 축소였다. 과거 146일이었던 한국영화 의무상영일수가 73일로 반토막났고, 영화인들은 한미FTA 협상과정에 스크린쿼터를 미래유보에 넣어달라고 요구했지만 결국 현재유보에 들어갔다.
여기에서 래칫(역진금지장치)이 문제가 된다. 래칫은 톱니바퀴의 역회전을 막기 위한 걸림쇠 장치를 말하는데, 개방 폭을 확대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그것을 되돌리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뜻이다.
현재유보에 들어간 스크린쿼터는 73일 이상으로 늘리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만약 이명박 정부가 스크린쿼터를 50일로 줄여도, 다음정권에서 73일까지 되돌리는 것이 가능했을 것인데, 래칫 조항이 들어가면서 73일로도 늘릴 수가 없게 됐다. 만약 한나라당이 또 집권을 해서 20일로 줄이면 다시 그대로 고정이다.
이 조항이 모든 서비스 시장에 적용된다.
'미래의 최혜국'이란 쉽게 이야기해 다른 나라와 FTA를 체결하면 거기서 개방된 내용이 전부 자동으로 한미FTA에 포함이 되는 것이다. 즉 한미FTA는 계속 강화될 수밖에 없도록 설계가 되어있다. 기가 막히는 일이다. 이 조항은 한미FTA에만 들어있다.
이 3가지를 다 합친 것보다 무서운 것이 바로 '투자자 국가 소송제'(이하 ISD)이다. 앞에서 건강보험 이야기를 했는데, 당연지정제를 폐지하고 건강보험을 약화시키면 다시는 되돌아갈 수가 없다. AIG가 국내에서 건강보험을 팔고 있다. 암 심근경색 등 3가지 질병에 월 2만5000원을 내는데, 1년에 30만원이면 아주 비싼 것이다.
우리 건강보험은 60%만 보장해주지만 모든 질병을 포괄한다. 나머지 40% 시장을 노리고 민간보험이 들어와 있지만 적용이 굉장히 까다롭다. AIG 보험은 적용이 잘 안 된다. 우리 건강보험은 100원 내면 110원 돌려 받게 되어있는데, AIG는 100원내면 60원 이하이다.
민주노동당이나 진보신당의 공약은 건강보험 보장 범위를 현행 60%에서 80%, 90%까지 더 많이 보장해주겠다는 것이고, 심지어 지난 대선에서 정동영 후보도 암은 건강보험이 다 보장을 해주겠다고 공약했지만 한미FTA가 통과되면 불가능한 일이다.
AIG가 망하기 때문이다. 건강보험에서 다 보장을 해주면 사람들이 보험을 해지할 것이다. 이럴 때 AIG가 쓸 수 있는 것이 바로 ISD이다. AIG는 한국의 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제소할 수 있다. 정부 정책이 기업의 이익을 상당한 수준으로 침해하는 경우에 해당되기 때문이다.
물론 우리나라에도 행정소송제도가 있지만 ISD는 한국 행정법원에서 진행되는 행정소송이 한국 정부에 유리한 판결이 날 것이라는 이유로 제3의 민간기구에 제소하게 하도록 되어있다.
그런데 제3의 민간기구란 존재하지 않는다. 세계은행 산하에 아이시드(ICSID)라는 기구가 절차만 규정해놓고 있다. 그 절차는 AIG와 건강보험공단이 각각 한 명의 변호사를 고용하고 양쪽이 합의해서 또 한 명의 변호사를 고용하면 이 3인 재판부의 합의로 결정을 내리고 그것을 정부가 따르도록 하는 것이다. 만일 여기에서 피해를 봤다고 인정되면 AIG가 입은 손해를 한국정부는 현금으로 배상해야 한다.
과거 다른 나라의 사례를 보면 ISD 재판에 몇 천억원의 벌금이 걸리고, 실제 사례 중에 가장 큰 것은 33조원까지 걸린 적도 있다. 33조원을 물어주면 나라가 망한다. 그러니까 최고의 변호사를 고용할 수밖에 없다.
전 세계에 통상전문 변호사로 인정받는 사람이 150명 정도 있는데, 전부 미국 사람이다. 요즘 로스쿨 만드는 대학들이 전부 통상전문 변호사 육성을 말하지만 절대로 이들은 고용되지 않는다. 걸린 돈이 어마어마할 뿐 아니라 영어도 안 되기 때문이다.
3인의 재판부는 여러 가지 원칙을 가지고 재판을 하는데, 그 중에서 '최소기준'이라고 '국제기준에 비춰 과도하면 안 된다'는 원칙이 있다. 그런데 이 세 명의 미국인 변호사들은 건강보험과 같은 제도를 경험해본 적이 없다. 이들에게는 민간보험이 당연한 것이다.
돈 있는 사람은 돈을 많이 내서 좋은 서비스를 받고, 돈 없는 사람은 서비스를 못 받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재판을 진행하는데 한국 정부가 갑자기 AIG가 망하게 만드는 정책을 도입했다면 재판에서 질 수밖에 없다.
여러분이 공무원이라면 ISD를 당할 수 있는데 이런 정책을 쓰겠나. 정책을 냈다가 제소 당하면 잘린다. 규제를 강화하거나 국민의 건강을 보호해주는 공공성의 강화정책이 나오는 것이 불가능해진다. 한다고 해도 ISD에 걸린다.
제가 청와대에 있을 때 산자부에서 일만 있으면 들고 나오는 게 'WTO에 걸린다'는 말이었다. 우리나라는 참 이상한 나라이다. 대법원이 학교급식도 WTO에 걸린다고 판결한 적이 있는데, 사실은 안 걸린다. 스스로 제약하는 것이다.
'한미FTA 하면 건강보험이 위험해진다'고 이야기할 때마다 정부에서는 괴담이라고 했고, 2006년에 노무현 대통령을 면담한 자리에서도 이 이야기를 했더니 "걱정하지 마라. 건강보험은 내가 지킨다"고 호언장담을 하더라. 영원히 대통령하나. 이명박 대통령으로 바뀌니까 바로 당연지정제 완화하고 민간의료보험 들여오겠다고 나오지 않나.
한미FTA를 폐기하지 않는 한 건강보험은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는 것이다. 여러분, 그리고 여러분의 아이들의 아이들의 아이들까지 계속 상위 10%에 들 자신이 있다면 찬성해도 좋다. 보험 서비스를 누릴 자신이 없다면 반대하는 것이 당연한 것이다.
한미FTA 협정문에 없는 내용이라도 우리 정부가 스스로 민영화하고 개방하면 그 자체가 한미FTA의 적용을 받게 된다. 만약에 물을 민영화했는데 프랑스 기업이 들어오면, 투자자 중에 미국사람이 있어도 한미FTA의 적용을 받게 되고, 한국 기업이라도 미국인이 투자하면 투자자국가제소권이 부여된다.
미국이 선진국이고, 미국제도가 선진제도라고 말하지만 의료제도에서 보듯이 결코 좋은 것만이 아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도 문제지만 미국은 무역적자 세계최고, 재정적자 세계최고로 빚더미 위에 앉아있다. 미국이 방만한 국가경영에도 불구하고 살아남는 것은 달러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미국은 세계 최강의 군사국가이고, 전문가에게 세계최고의 연봉을 줌으로써 인재들이 모여드는 나라이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이 경제문제에도 불구하고 살아남는 것이다. 그 세 가지를 할 수 없는 나라가 미국 제도를 도입하면 망한다. 아르헨티나와 멕시코가 그런 경우이다.
미국 경제는 장기 침체에 들어갈 가능성이 많은 상태이다. 미국 경제학자들도 다 동의하고 다만 3년이냐 5년이냐 10년이냐를 가지고 논쟁하고 있다. 중국은 자기들 스스로 급속한 팽창을 우려하고 있고 규제론자들도 많다.
중국까지 경기가 하락하면 한국 혼자서 거품을 왕창 일으켜놓는 것이다. 거품이 꺼지면 대재앙이고 아마 외환위기보다 더 큰 위기가 올 것이다.
1994년 김영삼 전 대통령이 미국에 다녀온 다음에 세계화를 외치면서 자본시장을 열었고 3년 만에 외환위기가 왔다. 또다시 엄청난 규모로 개방을 하고 있다. 3년 후에 어떻게 될까.
한미FTA를 우리나라에서 막히기는 어렵지만 유력 대선후보인 힐러리와 오바마가 한미FTA에 반대하고 있어서 미국에서 폐기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하나는 아까 말했듯이 자동차 시장 점유율 보장 때문에 미국의 국익을 위해서 안 된다는 것이다.
오바마는 여기에서 한발 더 나아간다. 여태까지의 FTA를 보니까 대기업들에게는 도움이 되지만 미국의 노동자들에게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것이 FTA의 진실이다. 한국도 대기업들에게는 도움이 된다. 그러나 중소기업들에게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바마는 전면적인 재검토를 하겠다고 밝혔고 그렇게 되면 폐기된다. 만약 한미FTA가 비준되지 않으면 좀 낫다. 정권이 바뀌면 공공성을 강화해 모두가 잘 사는 그런 정책을 쓸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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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당선자, <식코>나 한번 보고 나서 그런 이야기를 해야…
절묘하게 눈길을 끄는 영화가 있습니다. 마이클 무어의 다큐멘터리 영화 <식코>입니다. 최악 중에 최악이라고 평가받는 미국의 의료시스템에 대한 총체적인 비판과 풍자를 가하는 영화입니다. 장하준 영국 캠브리지대 교수와 정태인 민주노동당 한미FTA저지 사업본부장이 거론한 저 상황을 그대로 이야기합니다.
일단, <식코>에서 우리의 눈길을 끄는 '미국 보건시스템'의 현실은 '애덤'을 통해 잘 드러납니다. '애덤'은 보험업계 주도의 민간의료보험에 가입하지 않았으며, 경제적 형편도 썩 좋은 편은 아닙니다.
그런 '애덤'이 절단기로 나무를 자르다가 중지 손가락과 약지 손가락의 끝이 잘리는 사고를 당했습니다. 그런 '애덤'에게 병원 측은 '민간의료보험 미가입자'에게 아주 비싼 치료비용을 물립니다.
"중지 손가락 봉합에는 6만 달러, 약지 손가락 봉합에는 1만 2천 달러가 필요하다.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손가락 봉합하는데에 1억이 든다"는 이야기입니다. <미녀들의 수다>에서도 '윈터'가 이야기한 적이 있었죠? 독감으로 2주간 병원에 입원했다가, 4800만원이 청구됐던 적이 있었다고.
'국민건강보험'은 "국민이 소득에 따라 보험료를 내면서 전 국민이 동일한 의료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기본의료보험"입니다. 그렇기에, 경제적 형편에 따라 의료혜택이 달리 적용되는 일을 없도록 한 것입니다.
'당연지정제'는 '민간보험'에 대한 일종의 방어책이라고 할 수 있겠죠. 보험 가입자가 국내의 모든 의료기관에서 안정적으로 혜택을 받을 수 있게 하는 제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국내 의료기관의 민간보험 지정을 원천적으로 차단한 제도입니다.
만일 이게 폐지된다면? 재벌 회장들이 번거롭게 휠체어타고 외국에서 수술을 받아야 할 필요가 없어집니다. 이게 없어지면, 그 유명한 'MD 앤더슨'이나 '케네스 메디컬 센터'가 국내에서 아주 활발한 시장 공략에 들어갈 것이기 때문입니다.
'민간의료보험'의 비극
<식코>는, 어렵게 '민간의료보험'에 가입해도 혜택을 원활하게 받을 수 없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남편을 신장암으로 잃었다는 '줄리 피어스'를 비롯한 다양한 사연들이 나옵니다.
병원에서 수술이나 신약처방에 대한 가능성을 통보받아도, 보험사가 보험료 제공을 거부하면 속절없이 당할 수 밖에 없는 입장이 되는거죠.
"손가락 절단 치료에 6천만원이 든다"는 이야기에서 알 수 있듯이, 의료보험을 통하지 않으면 황당무계한 금액을 그대로 감당할 수 밖에 없습니다. 시쳇말로 '이래 죽으나 저래 죽으나'의 상황인 것입니다. '줄리 피어스'의 남편은 결국 손 한번 못써보고 목숨을 잃었다고 합니다.
<식코>에서 흥미로웠던 부분 중 하나는, '미국 의료업계의 김용철'이라고 할 수 있는 민간의료보험사 '휴매나'의 의료고문을 맡았던 린다 피노 박사의 '양심선언'입니다. 의회에서 폭로한 것입니다. 그의 고백을 들어봅시다.
"1987년에 한 환자의 수술을 거절해, 결국 그로 인해 사망한 적이 있다. 민간의료보험사가 50만 달러의 의료비 제공을 피하기 위해 저지른 일이다."
"환자들에 대한 치료비 청구를 많이 거절할 수록, 인센티브도 더 많이 받을 수 있다."
이 부분에서, 저는 이명박 당선자가 서울시장 시절 여의도 국제금융센터 입주에 대해 유독 AIG사에 특혜를 줬다는 의혹을 기억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왜 하필 '보험사'였으며, 'AIG'였을까 싶었기 때문입니다.
참고로, 미국의 의료정책은 '보험사 승인'이 가장 중요합니다. 병원 치료나 약 지급도 '보험사 승인'에 달려있기 때문입니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보험사 승인'이 부합되지 ?으면 의료비용을 본인이 부담해야 하기에 미가입자처럼 "손가락 봉합에 1억원"이라는 해괴한 상황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의사협회가 '당연지정제 폐지'를 주장하는 이유가 느껴지실 것입니다.
유력한 압력단체의 압박 속에서 '건강보험 민영화'와 '당연지정제 폐지'가 현실이 되면, 개발도상국의 우수사례로까지 평가받는다는 우리 건강보험은 속절없이 무너지는 것입니다. 말 그대로, "돈 없으면 아플 권리도 없어지는 것"입니다.
정치권, '보험사 로비'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을까
<식코>에서 제 개인적으로 가장 주목한 부분은,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주도한 '의료보장제도 의약품 개선 및 현대화에 대한 법', 그리고 이 법을 통과시키려던 정치인들의 행각입니다. 가장 앞장서서 열변을 토하며 이 법을 통과시킨 빌리 토우진 의원은 나중에 200만 달러 연봉을 조건으로 파르마 제약사의 CEO로 영입됩니다.
우리 근현대사를 살펴보면, 역대 정권마다 '게이트'나 '뇌물 수뢰 의혹'이 없었던 적은 드물다는 것을 아실 것입니다. 의료정책을 철저하게 시장 논리에 맡겨 거대보험사들의 카르텔 형성을 조장한다면, 이 카르텔을 유지하기 위해 무슨 일이든 마다하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 정치인들은 '돈'에 약하고 '사후 보장'에 약합니다.
'삼성 내부문건 공개'를 생각해보시죠. 삼성그룹 전략기획실이 "돈 안받는 정치인에 대한 선물 공세"까지 고려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문건이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검찰 및 국세청 등의 관료들과 언론에 이르기까지, '뇌물'이 안미친 영역이 없다는 김용철 변호사의 폭로도 고려해야 합니다. 과연, 우리 정치인들이 거대보험사들의 작심한 로비에 굳건할 수 있겠느냐는 의문이 듭니다.
<식코>는 그 예로 힐러리 로댐 클린턴의 예를 듭니다. 그는 남편 빌 클린턴이 집권했을 당시 보건정책 개선을 시도합니다만, 보험 카르텔 및 그들과 연계된 정치인과 언론의 집중포화를 받아 무너지고 맙니다.
뿐만 아니라 그도 결국에는 카르텔로부터 정치 기부금을 받은 바 있습니다. 현재, 일부 미국 대선후보들이 의료보험 개선을 공약으로 제시하고 있습니다만, 믿음이 쉽게 가지는 않을 것입니다.
'건강보험 민영화'와 '당연지정제 폐지'는 결국 보험 카르텔의 형성을 조장할 것이며, 의료정책 전반이 그들의 손에 좌지우지될 것임을 예고하는 정책이 될 수 밖에 없습니다.
무시무시한 미래
그렇다고, 미국 현지에서 의사들의 처우가 그리 만족스러운 것도 아니라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뉴시스>의 29일자 기사 <미국 수련의들 빚에 허덕인다>라는 기사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이 부부가 의대 공부를 마치고 전문의를 따는 시기까지 드는 비용을 계산해 본 결과, 자신들의 빚은 약 85만달러에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고 최근 미국 CNN과의 인터뷰를 통해 말했다."
"시카고 지역 등 도시에 위치한 대학의 의대들의 학비가 다른 작은 도시 지역 의대보다 비싸 시카고 대학에서 의대 공부를 하면서 한 학기에 2만9000달러의 학비를 내고 다녔다. 이 때문에 현재 약 20만달러의 빚을 지고 있다."
"전공의 시험 준비를 위해 전공의 프로그램을 밟고 있으며 과정이 끝나는 시기까지 약 20만 달러의 빚을 지게 될 것."
"하루 12시간 이상의 고된 업무로 집에 돌아가는 것조차 힘들어지자 집을 도시 내에 구했고 이 때문에 집 렌트 비용으로만 45만달러의 빚을 지게 됐다. 앞으로 이를 어떻게 갚아나가야 할 지 걱정이다"
"미국에서는 의사들의 급여 수준이 이전만 못하고 특히 수련의들은 고된 업무에 비해 상당히 적은 액수의 돈을 받고 있다."
"아이들을 좋아하고 아픈 아이들을 치료할 수 있다는 것에서 보람을 느껴 소아과를 택했지만 소아과 전문의를 따고 병원에서 파트타임으로 일을 해도 연봉은 4만달러에 지나지 않는다"
"서로의 얼굴을 본 것이 언제인지도 기억하지 못할 만큼 바쁘게 일을 하면서 시간에 쫓기는 생활을 하고 있다."
"이들은 전문의 자격증을 딴 후 일을 하면서 자신들이 진 빚을 갚아나가면 60세가 돼서야 빚에서 탈출할 수 있을 것 같다. 의사가 되려면 하루 12시간 이상씩 강행되는 수련 과정 뿐 아니라 충분한 경제적 지원도 필요하다. 결국 빚을 떠안고 사는 의사들이 많아질 수 밖에 없다."
우리나라는 2009년에 의학전문대학원 체제가 시작되는데, <뉴시스>는 이에 대해 "우리나라 사립 의전원 학비는 900만원에서 1200만원, 국립도 600만원 이상이다. 이를 감당하기 위해 의학전문대학원 학생들은 한 학기를 다니고 휴학을 하고 돈을 벌고, 또 이도 모자라 대출을 받기가 일쑤"라고 지적합니다.
이렇게 빚더미 속에서 어렵게 의사가 된다 할지라도, 과중한 업무와 빚에 비해 적은 보수 때문에 고통은 끊이질 않을 것이라는 이야기입니다. '건강보험 민영화' 및 '당연지정제 폐지'가 '의학전문대학원 체제'를 만나면 의사와 환자 모두가 공멸당할 수 있는 최악의 의료시스템이 완성된다는 뜻입니다. 거대보험사와 대형병원만이 재미를 본다는 이야기겠죠.
이런 현실에서, 다름아닌 의사협회가 '당연지정제 폐지'를 주문하고 있다는 것이 안타깝게 느껴집니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이 판에 'MD 앤더슨'이나 '케네스 메디컬 센터'까지 국내에서 활동을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는 사태가 벌어진다는 것입니다. 이 제도들,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일까요?
이명박 당선자는 <식코>를 5분이라도 지켜봐야 합니다.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의식이 있다면, 그런 정책을 추진하기는커녕 입에 담지도 못할 것입니다. 보수언론과 이명박 당선자가 행적을 그대로 밟으려 하는 영국의 '철의 여인' 마거릿 대처조차도 이렇게 말했던 적이 있습니다.
"모든 것에 대해 시장경제 체제를 도입한다 해도, 국방과 의료만큼은 정부의 책임이다."
이명박 당선자가 정말로 '건강보험 민영화'와 '당연지정제 폐지'를 시도한다면, '철의 여인'을 뛰어넘은 신자유주의의 역사에 남으려 한다는 것으로밖에 볼 수 없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요즘 유행하는 '이명박 정부에서 벌어지는 일에 대한 어느 시민의 일기'라는 가상의 패러디와 유행어가 떠오릅니다.
"<2009년 10월>
부모님이 편찮으셔서 병원에 모시고 가니 위암이라고 하신다. 다행히 초기라 완치 가능하다고 한다. 다행이다. 의료보험료도 꼬박꼬박 냈으니….
<2009년 11월>
독감 예방주사를 미리 맞았다. 이번에는 30만원이란다. 분명히 3~4년 전에는 2만원 미만이었는데? 이상해서 의사에게 물어보니 이건 '사스2'도 예방 가능한 것이라 한다. 대운하 공사에서 삽질해야 하는데, 아프면 안되니까 비싸도 맞았다.
<2010년 1월>
부모님이 완치되셨다. 다행이다. 그런데 병원비가 5억이란다. 놀라 자빠져 따졌으나, 지정제가 어쩌고 못알아듣는 이야기만 한다. 난 의료보험비 꼬박꼬박냈다고 납입 영수증 들고 따지다가 경비원들에게 끌려 쫓겨났다."
-손가락이 잘려 6천만원이 들어도 뭐 어떠냐? 경제만 살리면 되지!-
아, 대한민국...
음성직(60) 서울시도시철도공사 사장은 자신만큼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을 잘 아는 사람은 드물다고 자부한다. 음 사장은 3년 넘게 서울시 교통관리실장·교통정책 보좌관으로 근무하며 당시 시장이던 이 당선인을 그림자처럼 따라다녔다.
이 당선인이 추진한 교통개혁의 ‘책사’ 역을 맡아 심야 시간대 지하철 1시간 연장운행을 비롯해 버스 노선을 간선-지선 연계형 갈아타기 시스템으로 재편하는 데 공을 세웠다.
무료환승 체계, 버스중앙차로제를 도입하고 교통정보센터를 설치해 과학적인 버스 운행통제 시스템도 구축했다. 청계·삼일·미아·원남 고가를 폐쇄해 시내 교통지도를 완전히 바꾸었고 서울광장 조성, 광화문 교차로에 횡단보도를 설치해 도로를 보행자 중심으로 바꾸었다.
음 사장은 이 당선인이 서울시를 ‘아침형’ ‘기업형’으로 만드는 과정을 가장 가까이서 목격했다. “끊임없이 개선과 개혁하는 시장이었습니다. 뭔가 새로운 것이 있으면 반드시 해야 한다는 마인드가 박혀 있었죠. 제게도 늘 ‘음 실장하고 나하고 민간인이 와서 얼마나 바꿔놓는지 공무원들에게 보여주자’고 말하곤 했습니다.”
이 당선인은 형식을 깨는 것으로 서울시의 아침을 열었다. 형식을 갖추면 그만큼 돈과 시간이라는 비용이 들어간다는 게 이유였다. 시청 공무원들이 오전 업무를 결재 받느라 다 허비하는 것을 용납지 않았다. “이 당선인은 한창 일하고 있을 시간에 결재 받으러 기다리는 것은 엄청난 낭비라고 생각했습니다.”
교통체계 개편으로 보고사항이 많았던 음 사장은 당선인에게 ‘거리 결재’ 받는 일이 많았다. “한번은 시청 앞 건널목에 서 있는 당선인에게 다가가 결재판을 내밀었죠. 주위에 있던 공무원들이 아연실색했지만, 정작 당선인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사인했습니다. 과연 야전 CEO 출신답구나 했죠.”
당선인은 누구라도 새벽이든 한밤중이든 필요하면 전화로 보고해도 좋다고 했다. “이 당선인이 미국 출장 때, 급한 보고사항이 있어 전화를 건 적이 있었죠.” 새벽 4시 일어난다는 걸 감안해 그 시간에 맞춰 전화를 걸었다고 한다.
그런데 예상과 달리 이 당선인은 자다 전화를 받았다. 시차 적응이 제대로 안 된 탓이었다. “놀라 얼른 끊으려 했더니, 웬걸 싫은 소리 한마디 안 하고 보고를 다 받더군요.”
한밤중에도, 새벽 2시에 집으로 찾아가 결재 받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귀찮아 하거나 언짢다는 표정을 본 기억이 없다고 한다. ‘중요한 일이니까 이 시간에 찾아왔겠지’하는 것이었다. 나중에 보고하지 않은 것을 문제 삼긴 해도 아무 때나 보고하러 왔다고, 격식을 갖추지 않았다고 나무라는 일은 없었다고 한다.
음 사장은 이 당선인을 가리켜 ‘멀티 CPU를 장착한 컴퓨터’라고 기억했다. “그것도 대용량이죠. 보통사람은 CPU가 하나여서 한 번에 한 가지밖에 처리할 수 없지만, 이 당선인은 동시에 여러 가지 일을 처리할 수 있는 것 같았습니다.”
신기한 것은 각각의 일이 일관성 있게 이뤄지는 데다 처리 과정도 놀라울 정도로 빠르고 정확하다는 점이다. “도시계획이든, 교통이든, 문화든 어느 것이 들어와도 머릿속에서 옛날 데이터가 떠오르는 듯했습니다.
▶서울시 근무 시절, LA 시내 급행버스를 시승하는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과 음성직 사장.
“MB는 CPU 여러 개 장착한 컴퓨터”
음성직 사장이 말하는 MB
▶ 멀티 CPU를 장착한 리더
▶ 눈으로 직접 확인해야 믿는 현장형
▶ 길거리에서도 결재하는 실무형
▶ 신중한 판단, 거침없는 실행 ‘생각하는 불도저’
▶ 시작과 끝을 동시에 보는 직관과 통찰의 달인
음 사장은 이 당선인과 현장을 함께 돌았다. “현장을 뛴 리더는 어떤 일을 달성하는 데 현장에서 걸림돌이 있다는 걸 감각적으로 알게 마련이죠. 이 당선인이 바로 그랬습니다. CEO 시절 건설 현장에서 온갖 기관과 제도에 부닥쳤을 것이고, 적잖은 민원이 앞을 가로막았을 테죠.”
그런 오랜 경험을 통해 이 당선인은 현장에서 먹힐 것이라고 생각지 않으면 절대로 프로젝트에 착수하지 않았다는 게 음 사장의 얘기다. “의사 결정을 하기 전에 항상 현장을 확인했죠.” 남이 써 온 보고서는 소용없었고, 눈으로 직접 봐야 믿었다고 한다.
버스 개편을 구상할 당시, 음 사장은 이 당선인과 브라질에 있는 ‘쿠리치바’라는 인구 200만의 작은 도시로 날아갔다.
“빈부 격차가 극심한 이 도시는 시장이 1975년 대대적인 도로 개편을 통해 버스를 부유층의 교통수단으로 만들었다”는 음 사장의 얘기에 당선자가 “현장을 확인해야겠다”며 브라질로 간 것이다. 연초라 아주 바쁜 시기였는데도 말이다.
현지에서 이 당선인을 수행한 음 사장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정작 그곳 시장과는 형식적으로 인사한 게 전부였어요. 곧장 담당 국장과 실무를 맡고 있는 과장들을 찾아다니며 꼬치꼬치 물어보더군요. 명색이 올림픽까지 개최한 서울시장이 말이죠.” 당선인은 도로에 서서 묻고 또 묻고 확인을 반복하다가 ‘중앙차로로 간다’는 결심을 굳혔다고 한다.
청계천 복원 때도 마찬가지다. 그땐 미국 보스턴으로 날아갔다. 시내를 관통하는 고가도로를 없애고 지하도를 만든 현장을 보기 위해서였다. “한 편으로는 지하철이, 다른 편으로는 버스가 달리는 굴 속을 걸으며 눈에 띄는 모든 걸 확인했습니다.”
음 사장은 이 당선인은 국내뿐 아니라 세계 각국의 시스템을 숙지하고 그 장단점까지 다 파악하고 있었다고 기억했다. 보고할 때 외국 어디서는 어떠하더라고 보고해봐야 소용없었다고 한다. 외국 사례를 더 많이 더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 하지 말아야 할지 제목만 보고도 직감적으로 알았다고 한다. 종합적으로 검토하면서도 순간적으로 판단을 내리는 스타일이다.
음 사장은 이 당선인의 놀라운 직관에 감탄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라고 한다. “어떤 일에 착수하기 전 처음부터 끝을 동시에 보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끝이 어떻게 될 것이란 걸 미리 그려놓고, 과정을 생각한다는 얘기다.
음 사장을 비롯해 서울시 공무원은 불도저처럼 밀어붙이는 ‘아침형’ 시장 때문에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일과를 보내야 했다. 누구든 한번 일을 맡기면 담당자의 진을 뺄 정도로 닦달했다고 한다. 그런데도 시청 공무원들이 큰 무리 없이 성과를 낼 수 있었던 것은 이 당선인의 뛰어난 용병술 덕분이란 게 음 사장의 얘기다.
“일하는 사람이 일을 잘하기 위해 요구하는 것은 전폭적으로 밀어주었습니다. 실무자에게 과감하게 권한을 주었죠. 필요하다면 일하는 환경까지 바꿔주었으니까요.” 음 사장이 버스개혁안을 당시 부시장에게 제출하자 첫마디가 “그게 되겠나”였다.
일을 추진하기 힘들어 하는 수 없이 시장에게 지나가는 소리로 하소연했다. 그러자 이 당선인은 음 사장 부서를 다른 부시장 산하로 옮겨주었다.
의사 결정은 속전속결주의
음 사장은 이 당선인이 시청 공무원을 일사불란하게 움직일 수 있었던 다른 비결을 빠른 판단과 효율적 조정 능력에서 찾는다. 일주일에 한 번은 어김없이 시장 주재 회의가 열렸는데, 그 자리에서 모든 것을 결정하고, 모든 의사 결정은 바로 그 자리에서 끝을 낸다. “다음에 논의해 보자”는 얘기는 들을 수 없었다고 한다.
버스 색깔을 결정할 때도 시안 10개를 제시하면 장단점을 듣고, 그 자리에서 “이게 낫구먼”하고 시행토록 하는 식이었다. 공청회나 토론회는 없었다. “어찌 보면 의견수렴을 안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전문가가 판단할 일은 전문가에게, 시민이 판단할 일은 시민에게 맡기자는 것이었죠.”
당선인은 의사 결정 속도뿐 아니라 실행 속도도 빨랐다. 속전속결이 가능하도록 부서별로 업무를 분담하게 했다. 예컨대 음 사장에게는 교통 시스템에 관한 기술적 문제를 해결토록 하는 한편, 이 당선인은 버스에 프로그램이 제대로 입력됐는지 자정까지 공무원들을 동원해 일일이 점검해 차질이 생기지 않도록 만전을 기했다. “그렇게 이중, 삼중으로 점검하니까 어느 한 군데서 거짓으로 대충 보고할 수 없도록 한 것이죠.”
당선인은 서울시청을 기업형으로 바꾸는 데 안간힘을 썼다고 한다. 공무원의 안일한 예산집행을 보면서 “기업은 돈 버는 일에 전사적으로 움직이는데, 시청은 있는 예산을 쓰는 것도 제대로 못한다”며 질책하곤 했다고 한다. 준비 없이 방심하는 공무원도 용납하지 않았다.
미국 출장 때 뉴욕에서 워싱턴으로 가는 비행기를 직원 실수로 놓쳤을 때의 일이다. 당시 당선인은 “기업에서는 이럴 경우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항공, 기차, 자동차 편 등 세 가지 수단을 마련해 두었을 것”이라며 “수천 억짜리 계약이 날아갈 수도 있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고 한다.
당선인이 서울시청 공무원의 업무 방식과 마인드를 바꿔놓은 것만은 분명한 것 같다. 음 사장은 “공무원은 변화를 꺼리지만, 일단 결정된 사항은 잘 따른다는 것을 당선인이 간파했기에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상은 지난 2월 이코노미스트에 실린 기사다. 어제 음성직 도시철도공사 사장은 공사 직원 10%를 역 및 열차 내 잡상인 단속원으로 전환 배치함으로써 사실상 구조조정을 실시했다. 잡상인 단속은 원래 아르바이트 직이 행하던 일이다.
음성직 사장이 공무원 구조조정을 갈망하는 MB 앞에서 '영원한 딸랑이'로서의 시범을 보임으로써, 공기업 구조조정에 물꼬를 터 주었다. 언론에서는 이를 기화로 공직사회에 구조조정 바람이 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공무원 수, 공기업 직원 수를 줄인다고 공공업무의 비효율성이 해결될까? 그것이 최선의 해법일까?
현재의 공무원(공직) 문제는 커다란 범법 행위를 저지르지 않는 한 '정년 보장'이 되는 제도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공무원 문제는 정년을 보장 받는 대신 비리, 부정, 권한 남용 등의 범법 행위에 대해서는 가차없는 파면으로 응징되는 싱가폴 식 법이 적용되면 자연히 해결된다.
음성직 사장의 '딸랑딸랑'이 MB에게는 유쾌하고 흐믓한 소리가 되겠지만, 내겐 향후 국민들의 생활을 더욱 어렵게 만들 가능성을 예고하는 소리로 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