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난생 처음 오토바이를 타다
- 은유시인 -
엊그제 49cc 중고 오토바이 한 대를 샀습니다. 50cc 미만의 소형이라 번호판은 붙이지 않아도 되며, 따라서 운전면허가 없어도 끌고 다닐 수 있답니다. 그러나 50cc 이상은 번호판을 부착해야 되며, 운전면허가 있어야 탈 수가 있답니다.
물론 자동차 운전면허가 있으면 별도의 오토바이 운전면허가 없어도 된다 하였으니, 내가 누굽니까? 88년도에 2종 보통면허를 취득한 이래 장장 15년간을 가벼운 접촉사고 외엔 대형사고 한 번 내본 적이 없는 ‘녹색면허’소지자 아닙니까?
그래서 내심 오토바이운전에 어느 정도 익숙해지면 90cc나 120cc 오토바이 신형을 한 대를 구입하여 개폼 좀 잡아보려는 생각부터 하고 있답니다.
그리고 오늘 겁 없이 차들이 씽씽 달리는 시내를 주행하기로 마음을 먹었답니다. 처음 타는지라 내심 불안하고 초보운전 티를 내지 않으려야 안 낼 수 없는 것이 오토바이 역시 처음 탈 땐 누가 봐도 무지하게 서투르기 마련인가 봅니다.
대티터널을 통과할 땐 차도로는 도무지 겁부터 나서 터널의 인도로 주행하였는데, 그 인도라는 것이 어찌나 좁은지 두 사람이 겨우 비비고 지날 정도인데다 차도 쪽으로는 난간이 있어 나 같은 초보자가 이 좁은 길을 주행하는 데는 진땀 꽤나 흘리지 않을 수가 없더군요.
큰 차들이 옆을 스쳐 속도 내어 지나칠 땐 나도 모르게 오토바이가 차량 쪽으로 쏠리는 기분이 들어 두렵기조차 하였답니다. 그러니 가다 서다, 또 가다 서다 반복하기를 제대로 진행할 수가 없었지요.
부산역을 경유하여 되돌아올 즈음해선 조금씩 간땡이가 붓기 시작하더라고요. 그래서 마음도 다소 느긋해지고 시야를 보는 여유도 생기기 시작한 것이지요. 따뜻한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제법 속도를 낼 땐, 강하게 쏟아지는 바람을 맞받아치노라면 온몸이 싸늘하게 식는 것이 느껴지는 겁니다.
양쪽 백미러를 통해 다가오는 차량을 견제하며, 왼손잡이의 브레이크와 오른손잡이의 액셀러레이터로 속도를 조절하며, 좌우회전 깜빡이도 넣고 헤드라이트도 켰다 껐다 해가며 주행을 하였습니다.
“오, 예!”
부산역까지 거의 20킬로를 왕복하면서 ‘오토바이 운전이란 것이 별것이더냐.’란 자신감이 붙자 슬그머니 속도도 내보고 구부러진 길을 주행할 땐 괜히 겉멋 들린 ‘좌우 기우뚱거림’도 시도해 보았답니다.
그런데…….
때마침 구입할 물건이 있어 대티역 옆에 위치한 할인매장 ‘세븐마트’로 들어서려는데, 그 입구가 웬만큼 급경사진 내리막길이었어야지요. 내리막길에서 쇼핑 끝낸 차량들이 막 쏟아져 나오는 것을 이리저리 피하다 보니 지레 겁부터 나는 지라 거의 다 내려와선 브레이크를 밟고 멈춰 섰더랬습니다.
그러나 웬 40대 여성이 운전하던 하얀 승용차가 유유히 내 오토바이 앞부분을 긁으며 지나가는 것이었고, 그리하여 그 하얀 차량의 운전석 앞 문짝부터 뒤 문짝에 이르기까지 길고 거무죽죽한 흉한 자국이 선명하게 박혀버리는 것이지 뭡니까?
물론 잘못은 그 여성운전자에게 있었는데, 처음엔 그 여성이 오히려 내가 자신의 차를 들이박은 것이라며 박박 우겨대는 것이었습니다. 장난감처럼 작은 보잘것없는 오토바이라고 깔봤던 것인지 어처구니없었지요.
내 오토바이가 정지한 그 승용차를 들이 받았다면 ‘탕!’하고 받힌 바로 그 부분에만 자국이 생길 테지만, 누가 보아도 그 길게 이어진 긁힌 자국은 그 승용차가 진행하며 정지한 내 오토바이를 스쳐지나가며 긁혀 생긴 자국임은 의심의 여지가 없었습니다.
그것도 잠깐, 그 여성운전자는 뭔가를 깨달았는지는 몰라도 더 이상 왈가왈부 하지 않고 차를 몰고 떠나 버렸답니다. 하얀 승용차에 길게 그어진 보기 흉한 긁힌 자국. 그 여성운전자는 그 접촉사고로 인해 자신의 하얀 차량이 보기 흉해졌으니 아마도 틀림없이 마음이 꽤나 많이 상해있을 겁니다.
난생 처음으로 오토바이를 타면서 겪게 된 첫 접촉사고. 비록 인명이나 금전적 피해는 없었어도 결코 자유롭거나 홀가분해질 수가 없는 그야말로 착잡한 기분을 느낄 수밖엔 없었답니다.
‘거리의 무법자 오토바이’라는 그 인식과는 달리 막상 처음 타보니 그 타는 재미도 처음 운전면허 따고나서 꿈자리에서도 차량을 운전하던 그 재미와 다를 바가 없더군요.
“오토바이 타는 재미 정말 좋아요.”
- 끝 -
(200자 원고지 13매 분량)
2003/03/15/0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