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아서 더욱 아름다운 섬 <소무의도>
박정희 전대통령 가족이 휴양을 즐겼던 섬
서울에서 가장 가깝고 쉽게 갈 수 있는 섬은 어디일까?
그건 아마도 영종도에 인접해 있는 신도·시도·모도 및 무의도·소무의도일 것이다. 대부도·구봉도·선재도·영흥도 등도 서울에서 가까운 섬이긴 하지만 시화방조제 및 연도교로 육지와 연결돼 있어 이제는 섬이라고 볼 수 없다.
신도·시도·모도는 영종도 삼목선착장에서 배로 5분 남짓이면 건너갈 수 있는 섬으로 신도, 시도 및 모도 세섬이 연도교로 이어져 있으며, 무의도·소무의도는 영종도를 거쳐 잠진도 선착장에서 역시 배로 5분 정도면 건너갈 수 있다. 이 섬들은 서울 중심에서 모두 1시간 이내에 가볼 수 있는 곳들이다. 무의도에는 영화로 유명해진 실미도가 인접해 있어 함께 돌아보면 멋진 여행코스가 된다. 무의도와 소무의도는 2011년에 인도교가 완공되어 지금은 무의도 광명선착장에서 걸어서 건너갈 수 있으며, 실미도는 하루 두 번 바다가 갈라지는 곳으로 물이 빠지면 무의도에서 걸어서 건너갈 수 있다.
무의도는 하나개해수욕장과 호룡곡산이 있어 여름에 해수욕을 즐기는 여행객이나 등산객들이 자주 찾는 곳이지만 소무의도는 무의도의 유명세에 가려 그동안 별로 알려져 있지않았던 게 사실이다. 필자의 경우 무의도는 2000년대초부터 등산 목적으로 몇 번 왔었지만 소무의도 및 실미도는 2011년 3월에 처음 찾았다. 소무의도의 경우 그때는 다리가 완공되지 않아 낚싯배로만 건너갈 수 있었다. 광명선착장에서 전화로 배를 부르면 소무의도에서 낚싯배가 건너와 태워가곤 했다.

서울에서 무의도, 실미도 및 소무의도를 갈려면 자가용의 경우 인천공항 고속도로로 잠진도 선착장까지 가서 2019년 4월 말에 개통된 무의교를 건너면 된다. 소무의도는 무의도 하나개해수욕장 인근 광명선착장에서 건너간다.
광명선착장에 도착하면 좌측으로 인도교와 함께 소무의도가 한 눈에 들어온다. 인도교는 자동차는 건너갈 수 없고 자전거 및 도보로 만 갈 수 있다. 다리 입구에는 소무의도 소개와 함께 ‘누리길’ 트레킹코스 안내판이 세워져 있다.
소무의도 면적은 1.22㎢, 해안선 길이 2.5 km의 작은 섬이다. 무의도(舞衣島)란 이름은 옛날 어부들이 짙은 안개를 뚫고 근처를 지나가다 섬을 바라보면 섬이 마치 말을 탄 장군이 옷깃을 휘날리며 달리는 모습 같기도 하고, 선녀가 춤추는 모습 같기도 한데서 유래된 이름이라 한다. 소무의도는 ‘떼무리’라고도 부른다. 300여 년 전 박동기라는 분이 처음 딸 3명과 함께 들어와 섬을 개척한 후 기계 유씨 청년을 데릴사위로 삼으면서 유씨 집성촌이 형성되었다. 당산 서편에는 시조묘가 남아 있다.
해안절벽과 기암괴석 등 자연경관이 뛰어나고 서남쪽으로 영흥도, 자월도, 덕적도, 북쪽으로는 강화도, 인천국제공항, 동쪽으로는 팔미도, 월미도, 인천대교, 송도 국제도시와, 맑은 날 서울 북한산이 보일 정도로 주변 전망이 뛰어나며, 우럭, 농어, 놀래미, 광어 등이 많이 잡혀 낚싯꾼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과거에는 언들(주목망)을 이용해 새우-동백하(冬白鰕)를 많이 어획했고 안강만 어선이 40여 척이 있을 정도로 부유했던 섬이었으며, 인천상륙작전 당시에는 군병참기지로도 이용되었다고 한다.

오전에 무의도 하나개해수욕장을 돌아본 후 인도교로 소무의도로 건너갔다. 다리가 꽤 웅장하고 아름답다. 길이 414m, 폭 3.8m로 2011.4월말에 완공됐다. 필자가 처음 방문했던 2011.3월 당시에는 정식 트레킹코스가 없었는데 이번에 가보니 ‘무의바다누리길’이라고 이름붙인 2.5km에 이르는 둘레길이 잘 정비되어 있다.

누리길은 2012년 초에 정비되었다고 한다. 또, 바닷물이 빠지는 간조 때 만 하루 두 번 해안을 따라 걸을 수 있는 0.75km의 바닷길도 있다. 누리길코스는 총 8개 구간으로 나누어져 있다. 소무의 인도교길, 마주보는 길(서쪽마을길), 떼무리길(자연생태길), 부처깨미길(풍어제길), 몽여해변길(동쪽마을 해수욕장길), 명사의 해변길(박정희 전대통령 휴양해변), 해녀섬길(해녀섬 조망능선길), 키작은 소나무길(안산 정상능선길) 등이 그것이다.

인도교에 올라서면 소무의도 선착장이 위치한 서쪽 마을과 좌우 당산과 안산이 한 눈에 들어온다. 당산은 30m, 안산은 74m의 낮은 산이다. 당산과 안산 사이의 언덕길을 넘어가면 몽여해수욕장이 있는 동쪽마을이다. 누리길은 해안선을 따라 당산과 안산 정상으로 이어져 있다.

필자 일행은 인도교를 건너 누리길 코스 역(逆)으로 바로 안산 정상으로 오르는 8구간부터 돌기로 했다. 인도교 끝에는 이정표가 세워져 있다. 정면 안산 정상까지는 215m, 물이 빠졌을 때 돌 수 있는 우측 해안길 장군봉은 250m 거리이다.

초입은 가파른 계단길이다. 약 10분 정도 오르면 돌무더기를 만나고 시야가 훤히 트이면서 무의도 호룡곡산과 광명항, 인도교가 파노라마처럼 내려다보인다.

잠시 숨을 돌리고 경관을 즐긴 후 키작은 소나무숲길을 몇 분 만 더 가면 안산정상. 정상에는 하도정이라고 이름붙인 정자가 세워져 있다. 정자에 올라서면 섬 전체가 한 눈에 들어온다. 당산과 동쪽마을, 몽여해안이 시야에 잡히고, 망망대해도 내려다 보인다.

정자에는 낮모르는 젊은 남자가 앉아 있다. 혹시 이곳 주민일지모른다는 생각에 말을 걸어본다. 맞다. 이 분은 이 섬의 약 60% 정도를 소유하고 있는 정명구(43)라는 분이다.
정자 옆 나무에 걸려 있는 붉은 색 셔츠를 가리킨다. “이곳은 모두 사유지예요. 추억은 남기고 쓰레기는 데리고 가요-산주 정명구 올림”이라 쓰여져 있다. 정명구 씨는 오래 전에 이섬 땅을 사놓았다고 하며, 본인은 현재 무의도에 살면서 ‘명사의 해변’에 텐트를 치고 쓰레기 관리 등을 하고 있다고 한다. 정명구 씨는 가이드는 처음 해보는 것이라면서 필자 일행에게 소무의도 역사 및 현황, 무의도 부속섬인 실미도, 팔미도, 사렴도, 소무의도, 해녀섬에 관한 얘기, 박정희 전 대통령 가족의 휴양지로서의 ‘명사의 해변’에 관하여 전해오는 얘기 등을 들려준다. 그는 한반도 최북단 전복양식장도 이곳 소무의도 앞바다에 있다고 알려준다. 섬 어촌계에서 운영한다고 한다.

정명구 씨와 함께 ‘명사의 해변’ 쪽으로 내려간다. 산책로가 외길이라 길을 잃을 염려는 없다. 정상 정자에서 ‘명사의 해변’까지는 약 300m거리.

하산길이 키작은 소나무숲길이라 아늑하고 아름답다. 바다를 내려다보면서 걷는 맛이 그만이다.

하산길 중간 쯤 내려가면 우측으로 해녀섬이 선명하게 보인다. 해녀섬은 해리도라고도 부르며, 전복을 따던 해녀들이 쉬었던 섬이라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정명구 씨는 “과거 연안부두 조성을 위한 채석장으로 이용되다 보존을 위해 채석이 금지된 후 현재의 모습을 가지게 되었다”고 설명해 준다. 해녀섬 크기는 약 6,800평 정도이며, 해녀섬 역시 사유지이다. 현재 94세의 노인이 주인이라고 한다.

해녀도 안내판에서 2분 정도 만 더 내려가면 ‘명사의 해변’이다. 별로 넓지도 않은 아늑한 해변이다. 이 해변은 물이 빠지면 동쪽마을 몽여해변으로 이어진다. ‘명사의 해변’은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박정희 전 대통령이 가족과 함께 휴양을 즐겼던 해변이다. 누리길 안내판에도 공식적으로 그렇게 소개되어 있다. ‘명사의 해변’에는 현재는 정명구 씨의 텐트와 함께 ‘작은 섬 밀려드는 물결에/다가앉는 속삭임/너와 나 우리/따스한 만남 이야기’라고 새겨진 예쁜 조각작품이 세워져 있다.

‘명사의 해변’ 옆에는 두 개의 바위섬이 보인다. ‘몽여’라고 부르는 이 조그만 바위섬은 바닷물이 빠져나가는 길목에 하루 두 번 드러나는 바위돌이다.
몽여해변 입구에는 ‘언두꾸미’ 안내판이 세워져 있다. 이곳은 과거 주목망인 언둘그물을 매던 곳으로 조수흐름을 이용하여 갯벌에 참나무를 세우고 그물을 쳐서 물고기를 잡았다고 한다. 소무의도는 언둘그물을 매는 적지로 과거 150칸을 설치할 정도로 대성황을 이루었으며, ‘언둘꾸미’가 변해 ‘언두꾸미’가 되었다고 한다.

물이 빠졌을 때 해안길로 돌거나 산허릿길을 넘으면 몽여해수욕장이 위치한 동쪽마을에 이른다. 몽여해수욕장은 모래와 하얀 굴껍질, 몽돌로 이루어진 250m 길이의 작은 해수욕장이다. 소무의도에는 마을이름이 특별히 없다. 그냥 서쪽마을, 동쪽마을이라 부른다. 2개 마을 중 하나인 동쪽마을 역시 서쪽마을과 마찬가지로 한적하고 아늑한 어촌마을이다. 최근에 동쪽마을 중심에 ‘섬이야기박물관’이라는 3층 건물이 들어섰다. 섬 크기나 분위기에 걸맞지않게 너무 현대식이어서 오히려 어색한 감마져 든다. 지자체에서 소무의도에 적극적으로 관광객을 유치하고자 하는 의지가 엿보이는 건물이다.

몽여해변길을 지나면 4구간인 부처깨미길로 이어진다. 당산해안길을 도는 정상능선에 위치한 ‘부처깨미’는 과거 섬 주민들이 만선과 안전을 기원하기 위해 제물로 소를 잡아 풍어제를 지냈던 곳이다. 소무의도는 그 모습이 뱀이 또아리를 틀고 있는 모습과 같다고 전해지는데 이곳은 뱀의 머리부분에 해당된다고 한다.

다음은 소무의도에서 자연생태가 가장 잘 살아있고 마르지않는 우물이 있는 당산길인 ‘떼무리길’. 이 코스는 떼무리선착장 뒤쪽 숲길로 8개코스 중 제일 아기자기한 산책로이다. 숲이 꽤 울창하다. 마치 어느 밀림 속에 들어와 있는 느낌이다. ‘떼무리’란 이름은 조선 말기 간행된 ‘조선지지자료’에 기록되어 있으며, ‘본 섬에서 떨어져 나가 생긴 섬’ 또는 대나무로 엮어 만든 ‘떼배’ 만 하다고 하여 띄무, 뙤무리, 떼무리로 불렸다는 설 등이 전해온다.

드디어 서쪽마을 떼무리선착장 도착. 여유있게 걸어서 약 2시간 정도 걸렸다. 오후 3시경이라 바닷물이 빠져 마을 앞 해안에는 배들이 한가롭게 누워 있다. ‘무의바다누리길’에서 얻은 잔잔한 감동을 가슴 속 깊이 담은 채, 우리 일행은 다시 바닷물이 갈라져야 건너갈 수 있는 그 섬, 실미도를 향해 발길을 서두른다.(글,사진/임윤식)
*소무의도 가는 방법은...
서울에서 무의도, 실미도 및 소무의도를 갈려면 자가용의 경우 인천공항 고속도로로 잠진도 선착장까지 가서 2019년 4월 말에 개통된 무의교를 건너면 된다.
대중교통의 경우에는 서울역에서 인천공항 제1터미널까지 공항철도를 탄 후, 인천공항제1터미널 2층에서 자기부상열차를 이용한다. 용유역까지 15분 간격으로 무료 운행한다. 약 10분 걸린다. 용유역 종점에서 내려 횡단보도 건너 버스정류장에서 1번 버스를 타면 잠진도선착장-무의도 큰무리선착장-실미유원지-광명선착장 및 소무의도 다리 입구-하나개해수욕장 등 방향으로 돈다. 무의도 및 소무의도 가는 1번버스는 용유역 건너편에서 매 30분(주말에는 매 20분)마다 운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