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호 시인, 신작 시집 『시애틀 시편』 발간
하늘마음의 시, 긍휼과 사랑으로 가득 찬 위로
김영호 시인의 신작 시집 『시애틀 시편』이 문학아카데미시선 328번으로 출간되었다. 시집은 제1부 <만족지연> 제2부 <나의 고향은> 제3부 <산눈시> 제4부 <축복의 통로자> 제5부 <시인의 에스프리>에는 오민석 문학 평론가의 해설이 수록되었다.
노발리스에게 철학이 “실로 노스탤지어이며, 모든 곳에서 고향에 있으려는 욕망”이라면, 김영호에게 있어서 시는 ‘실로 사랑이며, 모든 곳에서 에덴을 실현하려는 욕망’이다. 이들에게 철학과 문학이 노스탤지어이거나 사랑인 이유는, 우리가 근원적 고향이나 에덴에서 멀리 떠나와 있고, 그것을 “모든 곳에서” 그리워하 있기 때문이다.눈에 들어오는 자연/세계에서 시인은 거의 항상 “하늘마음”을 본다. 자연이 그에게 들어와 그와 하나가 되는 것도 ‘하늘마음’이다. ‘하늘마음’은 절단과 파괴가 아니라 연결과 관계를 향해 있다. 인류가 그 모든 연결과 관계를 절단과 파괴로 이끌 때, ‘하늘마음’은 “아픈 사람”, “슬픈 사람”들과 함께 운다. 김영호는 ‘하늘마음’으로 사물과 세계를, 그리고 인간들을 만난다. 그의 시가 긍휼과 사랑으로 가득 찬 것은 ‘하늘마음’의 콘텐츠가 사랑과 긍휼이기 때문이다. 김영호에게 그것은 환상이 아니라 숨겨져 있는 현실이다. 김영호는 그것을 발굴해서 복기하는 ‘하늘마음’의 시인이다. —오민석(문학평론가, 단국대 교수)
프로필: 충북 미원 출생. 한국 외국어대 영문과 졸업 일리노이주립대 졸업(석사, 박사) 1991년 『현대시학』 등단
시집: 『당신의초상』 『무심천의미루나무』 『잎사귀가 큰 사람』『순복』『머킬티오도서관의 사계』『시애틀 시편』
수상: 2005년 문화부 우수도서 선정(『잎사귀가 큰 사람』) 2016년 시인들이 뽑는 시인상 수상
미서부 저명작가 25인 선정(2016) 미 워싱턴대학교 도서관 추대
현재 숭실대학교 영문과 명예교수
연락처: 이메일: yhkimm45@hanmail.net
문학아카데미: 03084 서울시 종로구 동숭4가길 21, 낙산빌라 101호
tel) 764-5057 fax) 745-8516
B5판·반양장 112쪽/ 값 10,000원
<시인의 말>
그동안 나의 생의 팔할八割이
구애求愛였습니다.
이제야
진정한 삶은 애덕愛德을 쌓는 일
부족한 사람을 섬기고
중생을 섬길 일임을 깨닫습니다
상처받은 사람에게 주는
위로의 말 한마디가
진정한 한 편의 시詩일 것임을 믿습니다
2023년 김영호
<좋은시 >
나무 펜
나무가 나의 몸 백지 위에
푸른 잉크로 시를 쓰네
마른 강바닥 같던 내 가슴 위에 쓴 시
그 행간마다 시냇물 소리 출렁이고
글자들이 금붕어처럼 춤을 추네
나의 몸도 어느 애통하는 자의 펜이 되어
그의 간절한 기도를 하늘에 전해야 하리
그의 통곡을 시로 써 전해야 하리
밤하늘의 모든 별들은
시인들의 몸이 펜이 되어 써 올린 눈물의 문자.
나의 고향은
나의 고향은
마른 논배미 골마다에
물을 퍼 올리던 농부 얼굴의 해가
종일 땀을 쏟고
벼꽃향기 충만하던 쌀마을이었다.
밤새 돌을 껴안고 뒤채던 시냇물
아침 햇살로 산벚꽃 화장을 하고
뻐꾹새 울음소리 올갱이의 허리를 굵게 하여
누나들의 치마를 걷어 올렸다.
허기진 물고기들의 배를 채운 산꽃들 향기
물속의 낮달 얼굴을 붉게 물들이고
산꿩의 울음소리 칡뿌리 알을 살찌우던 마을.
지친 해는 노을 꽃밭을 걸어가다
키 큰 수수밭 위에 앉아 멧새노래로 간식을 하고
예배당의 종소리 저녁 안개를 안고 오면
살구나무 가지 끝에 철길이 열려
내 안의 어린아이 기차를 타고 하늘로 올라
별이 된 아버지를 찾아 헤매었다.
*박제천 페이스북에서 전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