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한권의 책-이준석의 ‘공정한 경쟁’
공학적 사유가 정치의 장점이 된다
옳고 그름만 판단하는 율사가 많아
KBS영상물 무료로 풀어야 신산업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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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정치에는 율사가 너무 많다. 그들은 항상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사람들인데, 그것만으로는 그다음 단계가 뭔지 말할 수가 없다. 율사들은 실제로 새로운 것을 만들어 본 경험이 없다. 그들은 판단을 내려는 것이 직업이지만 공학은 성과를 내려면 뭐든지 만들어야 한다. 그래서 공학적인 사유가 정치하는데 장점이 될 수 있다.’
최근 펴낸 바른미래당 최고위원인 이준석의 첫 저서인 ‘공정한 경쟁’의 ‘공학도가 바꾸는 세상’에 담긴 글이다.
정치인들의 책이 고물상에 가면 가장 많이 쌓여 있지만 ‘공정한 경쟁’이란 제호와 ‘공학도가 바꾸는 세상’이란 주제가 끌려 이 책을 읽었다.
아직은 여의도 입성은 못했지만 벌써 한국 정치사에 10여년 가까이 조명을 받고 있는 청년 이준석은 1985년 서울 노원구 상계동에서 태어나 서울과학고, 하버드 대학에서 컴퓨터과학과 경제학을 전공했다. 2011년 29세의 나이로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직으로 발탁돼 ‘박근혜 키즈’로 알려지며 정치에 입문했다. 2016년, 2018년 두 번의 총선에서 노원병 지역구에 출마하여 득표율 2위로 낙선했다. 현재 바른미래당 최고위원, 노원구 병 지역위원장을 맡고 있다.
당적은 한나라를 거쳐 바른미래에서 활동, 두 번의 마차를 갈아탔다.
‘방송에서 활동하면서 이름을 알리고 즐겼던 분야는 정치평론이다, 정치평론에는 분석력과 예측하는 정치 평론에는 한계가 있다. 미래의 아젠다는 공정사회로 보고 있는데 공정의 가치를 지금의 집권세력은 잘못 해석하고 있고 공정과 평등의 가치를 실현하는 방식에 있어서 허덕이고 있다. 진보세력이 환경, 노동, 인권이라는 3대 가치를 발굴해 집권에 성공한 것처럼 보수는 매력적인 안보, 경제, 교육관을 정립해야 한다.’
이준석은 최근 모 잡지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폭로 류는 아니고 조곤조곤 조지는(?) 류이며 때론 싸가지 없다는 소릴 듣는다 해도 사람들과 ‘내용’으로 당당히 맞설 수 있는 사람만이 살아남는다. 나는 나이 많은 사람과 토론하면서 의견충돌이 있을 때 싸가지 있게 말하는 방법을 잘 모르겠다”라고 답했다.
그러나 여자 친구와는 조곤조곤 조지지 않고 연애할 때는 절대 싸우지 않는다고 말하는 이준석.
중국의 후진타오 전 국가 주석은 댐 기술자, 장쩌민 주석은 자동차공장 기술자, 윈자바오 총리는 광산 기술자, 시진핑 주석은 화학과 법학을 전공한 공학도라며 중국의 정치 지도자를 나열했다.
그럼 창의성을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
‘기본적으로 암기에 해당하는 주입식 교육을 받아야 창의성이 가능하다. 그런데 주입식 교육을 하는 우리 학교가 창의성 교육의 장이 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의구심, 도전 의식, 비주류, 정해진 해답에 대한 거부, 결국 창의성은 이런 저항 정신에 가까운 것이다. 창의적 사고는 그 사람이 사회를 바라보는 관점이자 태도이다, 그래서 창의성은 시민교육의 영역이라 학교교육이 감당하기에는 무리라고 생각한다.‘라고 답한다.
하여 우리나라의 새로운 산업과 방향성에 대해서는 어떤 생각을 할까.
극도로 노동 효율성이 떨어지는 폐지를 줍는 사람들은 일하게 하지 말아야 하고 그들의 노동임금을 국가가 보전해 주어야 한다. 그리고 폐지 줍는 일자리가 사라지면 폐지 수거를 산업적으로 접근 할 수 있다.
한국은 새로운 산업이 일어나야 하는데 규제는 될 수 있는 한 최대로 풀어야 한다, 일테면 공영방송인 KBS가 보유한 영상물을 무료로 풀어야 한다.
미국이 구소련과의 이길 수 있었던 것은 정보공개와도 관련 있다. 미국은 소련과 달리 달 착륙정보를 공개했다.
위성향법시스템인 GPS를 민간에 공개하여 관련 일자리가 창출되고 GPS가 없었다면 스마트폰 시대가 오지 않았다.
은행에서도 API(Application Ptogramming Interface)를 열면 새로운 금융상품을 만들 수 있다. 앱을 통해 내 금융 상품을 한 눈에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경제가 성장하지 않고 멈춘 상태는 위험하다. 국회선진화 법은 도덕으로 해결할 문제를 법제화한 것이다, 폭력방지법이란 것인 법의 과잉이다, 도덕이 지배할 영역이 작아질수록 그 사회는 전체주의적 사회로 갈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도덕의 영역을 최대한 확장하는 노력과 동시에 법의 확장도 논의되어야 한다, 도덕적 상위에 법을 자꾸 올려놓으려는 시도는 아주 위험하다, 법은 권력의 규제이다, 위정자의 과도한 권력을 막기 위해 법이 확대되는 것은 모르나 개인의 도덕을 지배하고 그 사람들을 죄인으로 만들기 위한 확대는 곤란하다.
남녀 불평등에 대해서는 정치면에서 여성 비례대표를 50% 할당했으나 성공적이지 못하다, 여성들의 목소리가 아니라 과학자들의 진보가 진정한 여성 해방을 가져다준다.
계층갈등에서는 취업한 남성이 세대갈등을 많이 표출하는데 여성은 상대적으로 적다. 신분상승욕구가 여성보다 남성이 강해 그런 것 같다.
여성할당제에서는 수치적 평등에 가까워지려는 노력이 결국 우리 사회 젠더 문제를 복잡하게 만들었다. 국민연금 등 정부가 마음대로 재원을 쓰면 안 된다. 국민연금은 고수입을 올릴 수 있는 곳에 투자해야 한다,
군 가산점제에서는 여성사병 지원제를 도입하고 제대할 시기에 가산점제를 도입하여 공정한 경쟁을 유도해야 한다. 시대정신에서는 젊은 정치인이 정치의 주역으로 떠오르지 못하는 것은 국민이 영웅을 갈망하는 심리와 관계가 있다. '80년대 이후에 태어난 세대에게는 그런 드라마틱한 영웅의 탄생을 기대할 수 없다. 시대정신을 가진 정치인이 리더가 될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에게 나는 하나의 소모품이었다, 전혀 후원이 없었다, 나와 대통령은 이해관계는 있어도 종속관계는 아니고 오히려 그것은 내게 행운이었다.
세상을 바꾸는 것은 법과 제도가 아니라 과학적인 진보, 혹은 발전이다, 한국의 정치판은 다양성을 상실한 집단이다. 중국의 급성장은 실용적인 공학도가 나라를 운영하는 것과도 맥이 통한다.
경험과 경륜이 포괄적으로 실력이다, 실력이 존중받고 양성되는 정치 풍토가 만들어져야 하는데 경험과 경륜으로 누르려고만 한다, 경험과 경륜만 있고 실력이 없다면 오히려 부끄러워해야 한다, 정치인은 수학이나 물리처럼 상당 정도 자질이 필요하다. 정치인은 양성되는 것이 아니라 발굴된다.
청년수당이 체계적으로 주어진다면 분명히 위화감을 일으킨다, 청년수당이 아니라 전 세대에 주는 기본소득 형태는 고려해 볼 만한 정책이다. 여성을 따로 배려하는 생각 자체가 위험하다. 한시적인 할당제를 검토할 수 있으나 영구적인 것은 그들에게 혜택을 주는 법이 되었다.
지방정책은 인식을 바꿀 필요가 있고 통일문제에 대해서는 북한을 어떻게 우리 체제에 편입시킬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동·서독이 합쳐졌을 때 동독적 가치가 살아남은 경우는 없다.
우리의 외교는 모든 정권이 미숙했다. 외교는 전술이 필요한데 그게 부족하다.
정규직 전환에서는 지속 불가능한 정책이다. 현실성이 없다. 기업은 해고 비용까지 생각해 고용을 줄이게 된다. 나는 기업이 해고를 쉽게 해야 경영 효율성이 높아져 결과적으로 사회에 득이 된다. 해고는 쉽게 하고 실업급여, 재취업 프로그램, 기본소득평등의 사회안전망을 강화해야 한다.
소득주도성장에서는 우리 아버지 세대는 돈이 생겨도 막 쓰지 않았다. 소득이 소비로 쉽게 연결되지 않았다. 한국에서 소비증가가 발생한 예는 부동산거품이 대표적이다.
강남의 사교육시장도 부동산거품과 관련이 있다. 한국에서 소득증가로 인해 소비증가로 이어진 경우는 없다.
일자리 창출에서는 SOC사업을 해야 한다. 교통 인프라 조성은 비용편익에서 무조건 1이 넘는다. IT같은 사업은 머리 좋은 사람이 다 먹는다. 육체노동과 전문성을 지닌 사람들의 일자리를 구분해 취업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보육은 최대한 국가가 책임져야 하고 국공립대 입시는 정시를 운영하는 방식으로 하고 철저하게 수능으로 줄 세우기를 해서 학생들을 뽑아야 한다. 등록금을 낮춰 지방학생들이 자기지역의 대학에 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YS시절 수능을 1년에 두 번 본 적이 있는데 학생들에게 기회를 두 번 이상 주는 것이 올바른 방식이다. 사립대에는 선발의 자율권을 줘야한다. 미국처럼 사립대는 높은 등록금을 내고 주립대는 등록금이 거의 없게 해야 한다.
교육에 대한 환상도 깨야 한다. 암기교육은 중요하며 문장이 암기상태로 저장되어야 이해가 가능하다, 놀면서 공부하는 공부는 없다. 아이들에게 강제적인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공부를 시켜야 한다, 성취도평가도 부활시켜야 한다. 비인가 대안학교는 교육부가 지원할 대상이 아니다. 지난 대선과정 중 안철수 후보의 공약 중 가장 마음에 든 것은 교육과정을 1년 단축하자는 것이다. 사회에 대한 전입시기를 당겨 배움의 공간을 사회로 옮기는 것이다, 4차 산업혁명시대에 좀 더 사회에 시간을 갖고 적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교육에서 중요한 것은 논리학이다. 정치는 치열한 논리대결이 아니라 진영논리로 간다. 4차 산업시대에 백과사전적 지식은 가치를 잃는다. 논리교육이 더 중요해 진다.
미국은 자국의 이익 앞에서는 민주당과 공화당이 따로 없다.
보수정치인들도 중국의 정치학교인 당교 같은 곳에서 교육을 받아야 한다. 유럽의 정당 중에는 당원들의 교육을 의무화한 곳도 있다.
이 책을 옮기며 정치권의 저서중 이토록 긴 호흡으로 나열한 것은 좀 더 젊은 정치지망생의 생각과 깊이를 함께 들여다보자는 것이다.
소설가며 드라마작가인 강희진은 이준석에 대해 ‘한국의 정당들은 정권에 대한 욕심만 있을 뿐 정권이 창출된 이후의 방향에 대해서는 진지하게 고민하고 성찰하는 자세가 부족하다. 그는 문재인 정권에 대해 지지를 보내는 측면이 있다. 정책의 선명성이다, 문재인 정책이 바른 방향은 아니지만 자기철학으로 정부를 운영하는 것은 바람직하다. 민주주의정당은 정책을 국민에게 제시하고 그것으로 국민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 한국에 그런 정치풍토가 뿌리내리지 못한 것은 개탄스러운 일이다.’라고 전하면서 이 책은 합리적인 보수라고 불리는 보수주의자의 민낯을 여과 없이 보여주고 있다고 평하고 있다.
(이준석 지음, 강희진 엮음/ 펴낸 곳 나무옆의자/ 270쪽 서평- 환경국제전략연구소 김동환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