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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꽃마을 / 이중묵>
시인 황금찬(黃錦燦)선생 약력 소개
1918년 강원도 속초 출생.
1953년 <문예>지와 <현대문학>지 시 추천.
시문학상, 월탄문학상, 대한민국문화상 수상.
시집 <현장>외 다수.
시론집 <정신으로 승리한 문학> 외.
한국기독교문인협회 회장역임.
황금찬 선생 작품
<사진: 2005 기독문협세미나 / 황금찬선생, 왼편 金石林시인>
감사절
황 금 찬
주신 것은
바칠 수 있게 하시고
받지 못한 것은
받을 수 있게 하여 주시고
그리하여 받은 감사와
받을 수 있는 감사를
함께 드리도록 하여 주십시오.
이미 받은 것에 대한 감사보다
앞으로 받을 수 있는 것에 대한
감사를 더 절실하게
드리는 사람이 되고자 원합니다.
산과 들과 하늘과 바다에
저렇듯이 익어가는
영혼의 교훈 앞에
지금 우리들이 할 수 있는 일은
당신 앞에 감사를 드리는
그 기쁨밖에 또 뭐가 있겠습니까?
사람 외에
하느님께 감사드릴 수 있는
생명체가 또 있을까
아마 사람밖엔
감사드릴 수 있는 생명체는
없을 것이다.
내가 하느님께
감사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이유는
하느님께 감사할 수 있는
생명체로 태어났다는
그 사실의 감사다.
하느님,
당신에게 감사드릴 수 있는
지혜를 주셔서 참으로
감사드립니다.
아기 예수
황 금 찬
비파 소리는 귀에 멀고
아기는 잠이 들었습니다.
그 눈 이마에 별 나비가 날고
입 코 언저리엔 달 꽃이
피어 있었습니다.
등불도 잠이 든 작은 마을에
하늘의 횃불이 쏟아지고
산과 들에는 모닥불이 타고
목동들은 화려한 꿈을 꾸고 있었습니다.
조용한 아기의 호흡
강물도 바다도 잠이 들고
하늘만이 살아서 눈 위에 오는데
입가에 서리는 미소, 그것은
사랑이요, 사랑이며, 사랑이라.
아기!
당신이 온 날은 천으로
몇 개를 손꼽는 62년,
오늘도 저 종각에 촛불을 켜고
어느 문 앞에서 당시을 기다리랍니까?
나와 또 내 마음 속에 다시 와야할
아기!
에수여 ---
부활절
황 금 찬
아침을 헤치며 여인들은
무덤을 찾아갔다.
권세의 봉인이 철장 앞에
질그릇 부서지듯 흩어지고
돌을 세워 문을 막고
하늘의 섭리를 모르리라던
그 육중한 교만은
이제 종잇장처럼 날아갔다.
예수님이 누웠던 자리엔
주검을 이긴 한줄기의 빛이
지혜같이 서리어 있고
주검을 가리웠던 수의들은
퇴색한 채 천 년의 이끼
내가 다시 살아나 여기 있으니
관 속에서 나를 찾지 말라.
잔정 다시 사신 주님이시라면
옛 모습으로 돌아오시어
손의 못 자국을 보게 하시고
태양같이 누부신 그늘 없는 바다를
사랑이 핀 향로같이 가슴에 있게
하여 주십시오.
소원은 강물이 되어 가슴으로 줄기차게
흘러가고 있었다. 흐르고 있었다.
이제 마음에 남은 자는
죽은 자였으나 오늘 마음에 살아옴은
그것은 광명처럼 살아 있느니
무덤 안에 내가 있지 않고
빛 안에, 음성 속에, 바람 곁에
나는 살아 있다. 파도처럼
부활하였다. 이제 오늘도 내일도 아닌
그 어간에 시간을 넘어 시간이
이르지 못하는 그 세상에서
나는 살아 났느니라.
길가에서 제자들에게 부할하시고
저 물결 뛰노는 바닷가에서
부활하신 예수 나의 주
하늘이 열리고 땅이 있고는 처음
생긴 하늘의 섭리
너무나도 크기에, 그렇게 깊고
넓으며 우리들의 생각이 이르지 못하는
높이 그만한 위치에서 생긴 일
예수의 부활.
노래하라. 예수의 부활은
우리들의 재생이다.
여기에 영원이 있고 영생이 있느니
그 예수의 부활을 주신
절대한 소망으로 노래하라.
그날 아침에 울려오는 종소리를
기차게 노래하라. 하늘의 합창으로
오늘 부활의 아침을 노래하라.
새 노래
황 금 찬
아침엔
밝은 표정과 맑은 음성으로
노래를 부르고
그 날의 질서와
사랑을 위하여
하나님께 기도를 드려야 하겠습니다.
끝난 줄 모르고
일어나는
이 무서운 전쟁과
사랑이 이르지 못하는 곳의
미움이며식를
물리치고
이 세상을 우리 주님의 사랑으로
덮어 달라고
기도드리고.
악하고 의롭지 않은 사람들이
꽃같은 마음을 해치고
자유를 시기하며
선한 마음을 거역하며
하나님께 항상 패역을 일삼는
그들에게도 주님의 사랑이
비가 내리듯이
내리어지기를
빌어야 하겠습니다.
이 해에는 남과 이웃들을 위하여
기도하는 해가 되어야 하고
우리들의 마음을
하늘에 쌓는 그런 해가 되고 또한
되어 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기도드려야 하겠습니다.
이 나라가 복음화하여 달라고 기도드리며
그리고 세계의 복음화를 위하여
이 해에는 기도드려야 하겠습니다.
하늘을 나는
평화의 새가 되어 달라고
꽃 한 송이가 되게 하라고
기도드리고
기도드려야 하겠습니다.
봄날의 기도
황 금 찬
한 알의 밀이 이 봄날
땅에 묻히다.
세월이 흘러간 뒤
백천 개의 밀을
다시 찾았다.
이 하늘의 이치를
아는 사람만이
하늘의 문을 열수 있으리라.
이 봄날
내 이웃을 위하여
사랑의 옷을
밀알처럼 땅에 묻을 것을
이제 내가 가고 나면
그 자리에
무엇이 남을까
하나님
이 봄날 제가 한 알의 밀이 되어
여기 묻히게 하여 주십시오.
7월의 새벽
황 금 찬
오늘밤
닭이 벌써 세 번을 울었는데
내게는 아직도 뉘우침이 없으니
아! 7월의 아침이 이리도 슬프다.
이제는 잠을 깨어야 한다.
이 7월과 8월이 가기 전에
9월과 10월이 오면
늦으리라.
저 여름 나무에 익어가는
신앙의 과실이
병들기 전에
청자 매병에 담게 하고
오늘이 가고 또 내일도 가면
아! 이제 다시 오지 않는
여름의 모습
주님,
그 해의 여름은
두 번 오지 않습니다.
이 계절을 위하여
기도하게 하여주십시오.
가을에
황 금 찬
여름은
위대했습니다.
그러나 가을은
지혜로 왔습니다.
장미와
해바라기를
연한 햇볕으로
보내 주었습니다.
가을의 기도는
잎이 지듯
꽃 향기가 구름에 실립니다.
조용한 기도
가을은
기도 드리는 계절입니다.
내가 그대에게
다시 그대는 나에게
기도 드리는 계절입니다.
눈이 내리는 밤에
황 금 찬
예수님의 음성은
밤 눈이 내리듯
그렇게 고요했습니다.
내가
주님께 드리는 기도소리도
밤 눈처럼
조용하게 그리고 새벽이 오듯
황홀하게
그런 기도를 드리고 싶습니다.
하얀 눈빛은
예수님의 음성입니다.
주님의 기도는
새벽에 내리는
눈빛입니다.
주님
우리들도
새벽에 내리는 눈 같은
음성으로
하나님께 기도 드리게 하여 주십시오.
소녀의 기도
황 금 찬
밤 예배가 끝나고 다 돌아간
빈 교회에 소녀가 앉아서
기도를 드린다.
소녀의 기도소리는
맑은 물소리 같다.
또 그처럼 쉬지를 않는다.
주여!
꽃이 피는 봄이 오듯이 이 땅에도
은혜를 내리어 주십시오.
가난과 불안과 불목과 시기와
불신과
이렇듯이 탁류의 흐름 속에서
우리들을 건져 주십시오.
그리고 우리에게
통일과 화목을 주십시오.
주여!
이 소녀에게 청결과 신앙을 주십시오.
교회 밖에는 봄바람이 불고 있다.
달을 받아 배꽃이 더욱 희고
이름 없는 지역에서
이 밤에 꽃잎이 질 것이다.
소녀는 향불이다.
향불이다,
향목이 타듯이 타고 있다.
소녀의 기도는 파란 빛깔
모두 잠들어 자는 이 밤에
소녀는 기도를 드리고 있다.
향연이 다 오르고 나면
남은 것은 재뿐이다.
소녀는 마지막 기도를 드리고 있다.
촛 불
황 금 찬
촛불!
심지에 불을 붙이면
그 때부터 종말을 향해
출발하는 것이다.
어두움을 밀어내는
그 연약한 저항
누구의 정신을 배운
조용한 희생일까.
존재할 때
이미 마련되어 있는
시간의 국한을
모르고 있어
운명이다.
한정된 시간을
불 태워가도
슬퍼하지 않고
순간을 꽃으로 향유하며
춤추는 촛불!
보리고개
황 금 찬
보리고개 밑에서
아이가 울고 있다.
아이가 흘리는 눈물 속에
할머니가 울고 있는 것이 보인다.
할아버지가 울고 있다.
어머니가 울고 있다.
내가 울고 있다.
소년은 죽은 동생의 마지막
눈물을 생각한다.
에베레스트는 아시아의 산이다.
몽불랑은 유럽,
와스카라는 아메리카의 것
아프리카엔 킬리만자로가 있다.
이 산들은 거리가 멀다.
우리는 누구도 뼈를 묻지 않았다.
그런데 코리어의 보리고개는 높다.
한없이 높아서 많은 사람이 울며 갔다.
─굶으며 넘었다.
얼마나한 사람은 죽어서 못 넘었다.
코리어의 보리고개,
안 넘을 수 없는 운명의 해발 구천 미터
소년은 풀밭에 누웠다.
하늘은 한 알의 보리알,
지금 내 앞에 아무 것도 보이는 것이 없다.
산 새
황 금 찬
창을 열어놓았더니
산새 두 마리 날아와
반 나절을 마루에 앉아
이상한 이야기를 나누다가
날아갔다.
어느 산에서 날아왔을까.
구름 빛 색깔
백운대에서 날아온 새였으리라.
새가 남기고 간 목소리는
성자의 말처럼
며칠이 지난 오늘까지
곧 귀에 남아 있다.
새가 앉았던 실내에선
산냄새, 봄풀, 구름향기
맑은 물소리까지 들리고 있다.
산새같이 마음 맑은 사람은
이 세상에 정녕 없을까.
그가 남긴 음성은
성자의 말이 되어
이 땅에 길이 남을…….
오늘도 나는
창을 열어 놓고 있다.
산새를 기다리는 마음에서
소나무에게
황 금 찬
소나무는 늙지 않는다
병들지 않는다
기후의 변화를
마음에 두지 않는다
백 년의 인정이 꽃으로 피고
구름이나 철새들이
그 지친 날개를 쉬어간다
내게 시대의 적막이
물결처럼 밀려올 때
나는 그 자주 그 소나무를 찾아간다
표주박으로 하늘의 지혜를 담아
내게 주곤 했다.
이제 그 소나무는
아침 안개같이 대지를 덮는
하늘의 이치와
지혜를 이 땅에 심는다.
어느 날
이 땅에 다시 숲을 이룰
그 소나무들을 기다리며
어머니
황 금 찬
어머니,
어머니는 항상 고향의 하늘 아래 사십니다.
어머니의 손에는 언제나 고향의 흙냄새가 풍겨나고 있습니다.
어머니는 젊어서부터 늙을 때까지 일만 하셨습니다.
모를 심으시고 고추밭을 매시고 감자를 캐셨습니다.
남루한 옷을 입으시고 가난을 견디시며 우리를 가르치셨습니다.
어머니,
저녁이라고 먹는 콩죽 한 그릇,
그것마저도 배고프겠다고 다 우리들에게 나누어주시던 어머니,
그 때 저는 왜 그렇게도 철이 없었는지,
어머님이 굶으시는 것도 까맣게 모르고 있었습니다.
진달래 꽃이 피는 봄,
제가 늦께 돌아오는 밤이면 동구밖 느티나무 밑에 별을 이고 서서
제 발소리가 저만치 들려오면 '금찬아!' 하고 부르시던 어머니.
지금도 그 음성 그대로 제 귀에 남아 있습니다.
쇠고기 국에 이밥 좀 먹어봤으면-이것이 어머니의 마지막 소원이었지요.
그러나 저는 어머니의 그 마지막 소원을 들어드리지 못한
불효자식입니다. 어머니"
짧은 글 속에 어머니에 대한 사랑이 가득담겨져 있습니다.
어머니는 자식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살으셨습니다.
너와 나의 거리
황 금 찬
우리들의 만나는 날엔
언제나 태양이 없었다.
네가 비운 술잔에
달이 뜨고
나는 견우와 직녀의
사랑 이야기를
네 귀에 담고 있었다.
이제야 알 것 같다.
멀고 가까움의 거리는
시간과 공간 안에 있는 것이 아니고
너와 나의
마음 안에 있다는 것을--.
마 음
황 금 찬
시간은 시계 속에 들어 있지 않았다
마음 안에 있다
내가 꽃신으로 다니던 시절
시간은 겨우 나를 따라
다니고 있었다.
내가 구름이 되어
달리고 있을 때
시간도 그만한 속도로 달리고 있었다.
별을 찾아라
황 금 찬
별을 찾아
나는 이 땅에 태어났다.
그러나 찾는 별을 찾고
최후의 장막을 내리는 사람이 있다고 생각하는가
이 물음에 나는 쉽게 찾는 별을 찾았다고
대답하는 사람을
나는 한 번도 본 일이 없기 때문이다.
어느 사람은
한낮의 유리조각을 별이라고 했고
어느 여인은
떨어져 시들어 가는
꽃잎을 별이라고 했다.
찾는 별을 찾았다고
깃발을 흔드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손가락의 보석반지를 가리키며 찾던 별이란다.
내가 찾는 별을 한 번 만난 일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잃어버리고 말았다.
내가 R이라는 여인을 만났을 때
그는 수선화 한 송이를 내게 주었다.
별이었다. 내가 찾아야 할 별이었다.
하지만 그 여인은 내게 주었던
수선화를 도로 가지고 세상을 떠났다.
나의 별은,
내가 찾는 별은
어느 하늘에 떠 있을까
어느 마음 호수에 잠기어 있을까.
별이여, 내게로 오라
이제 성문이 닫히기 전에
별이여-.
문
황 금 찬
기울어지는 시각
싸늘한 거리에 비가 내린다.
운명처럼 마련된 내 생존의 길 앞에
모든 문들은 잠기어 있다.
이제는 어쩔 수 없는
이 절박한 지대에서
나는 몸부림을 치며 문을 두드린다.
그러나 문은 열리지 않는다
가슴 박히는 수없는 상처
이것은 너무 심한 장난같다.
사람은 평생을 두고
열리지 않는 문앞에서
문을 두드리는 것인가 보다.
너의 창에 불이 꺼지고
황 금 찬
너의 창에 불이 꺼지고
밤 하늘의 별빛만
네 눈빛처럼 박혀 있구나.
새벽녘
너의 창 앞을 지날라치면
언제나 애처롭게 들리던
너의 앓음소리
그 소리도 이젠 들리지 않는다.
그 어느 땐가
네가 건강한 날을
향유하였을 때
그 창 앞에서
마리아 칼라스가 부르는
나비부인 중의 어떤 개인 날이
조용히 들리기도 했었다.
네가 그 창 앞에서
마지막 숨을 걷어 갈 때
한 개의 유성이
긴 꼬리를 끌고
창 저 쪽으로 흘러갔다.
다 잠든 밤
내 홀로 네 창 앞에 서서
네 이름을 불러 본다.
애리야! 애리야! 애리야! 하고
부르는 소리만 들려올 뿐
대답이 없구나.
네가 죽은 것이 아니다.
진정 너의 창이 잠들었구나.
네 창 앞에서 이런 생각을 해보나
모두 부질없구나.
나를 슬프게 하는 것들
황 금 찬
강물 위에
종이배를 띄워 보내고
나는 돌아섰다.
낙엽과 같이
그 낙엽의 시간도 지고 말았다.
구름이 산을 넘어갈 때
그 구름의 시간도 같이
산을 넘어갔다.
어제는 한 친구를 땅에 묻었는데
묻힌 것은 친구만이 아니고
그 친구의 시간도
같이 묻어주었다.
한 때는
장미꽃도 시기를 했다는
옛 나의 연인
그 눈초리에 앉아 무지개의
손수건을 흔들던 시간이
오늘은 깊은 주름살 속에
숨어서 구름과 같이 울고 있었다.
황금찬 詩碑 제막식
2007년 9월 9일 일요일 오전 11시부터 13시까지 경기도 남양주시 화도읍 금남리 175-1 시립 남양주야외공연장에서 <남양주 북한강 황금찬시비 제막식> 식전,후 행사를 황금찬시인과 후원단체인 이석우 남양주시장외 200여 문학인을 모시고 아름답고 다채로운 프로그램으로 성황리에 진행하였다.
남양주시 합창단
중앙에 황금찬시인, 좌측에 이석우 남양주시장,등등 내빈들
황금찬시인
황금찬시인의 아들 황도제시인
남양주 북한강 황금찬시비 제막식에 참석하신 여러 문인들
북한강자락에 세워진 시비제막식에 카랑카랑하신 목소리로 연단에서 치사를 하시는 황금찬시인
남양주시 예총 민요분과 지부장인 이숙경외 2인의 국악 축하공연
황금찬시비 제막식 행사 전경
멀리서 찍은 행사장 모습
황금찬시비 제막 직전에 황금찬시인과 내빈 모습
황금찬시비 제막 직후에 황금찬시인과 여러문인들 모습
황금찬시비 앞에서 선생님과 다정하게
황금찬시비 제막식이 끝나고 들린 남양주 드라마촬영장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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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연재시 / 최종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