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근한 한 편의 풍경화를 보며 비애를 느끼게 하는 것은 '사평역에서'가 갖는 가장 큰 매력이다. 구태여 이 시의 창작시기가 80년 광주의 봄을 견뎌낸 직후라는 사실을 언급하지 않더라도 말이다. 처음 대할 때의 그 뜻 모를 서글픔은 읽고 또 그려보면서 잔잔한 아름다움으로 바뀌는 것이니, 시에 있어서 언어를 다루는 솜씨, 아름다운 기교는 사실 그 속에 담긴 무엇들보다 선행한다는 생각을 갖게 하기에 모자람이 없다. 81년 신춘문예 당선 심사평은 다음과 같이 적고 있다. '시의 생명은 언어를 다루는 빼어난 기량과 삶에 대한 진실인데, 이 시는 그 모두에 해당한다.' '침묵'과 '응시' 속에서만 들을 수 있는 눈꽃의 화음은 막차를 기다리며 무던히도 삶을 견뎌내는 왜소한 서민들의 말못하는 서러움과 드러나지 않는 작은 희망을 들려주는 듯하다.
감상
이 시는 제가 가장 좋아하는 시 중의 한 편입니다. 이 시만 읽으면 웬지 삶에 대한 슬픔과 그리움이 마음 한켠을 울리더군요. 그리고 어딘가로 떠나가 싶기도 하구요. 여러분은 이 시를 어떻게 읽었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