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드나무
고은 시인은
"급한 물에 떠내려가다가
닿은 곳에서
싹 틔우는 땅버들씨앗
이렇게 시작해보거라"
라고 노래했다.
삶은 마음대로 되지 않을뿐더러
내가 잘 한다고 해도 세월이 맞장구쳐주지 않으면
휘거나 꺾어지기 쉽다는 이야기 아닐까싶다.
버드나무를 나타내는 한자는 류(柳)와 양(楊)이 있다.
양은 능수버들을, 류는 능수버들을 제외한 버드나무를
일컫는다고 하지만 꼭 그렇지는 않다.
나무 목과 토끼 묘(卯)를 합성한 유의 묘가
류(流)와 통해 ‘흐르다’라는 뜻을 지니고,
긴 가지가 흐르는 듯한 모습, 곧
능수버들을 뜻하기 때문이다.
나무 목과 역(易)을 합성한 양에서 역은
‘오르다’라는 뜻을 지닌다. 한자 역은 빛에 따라
몸의 색깔이 달라지는 카멜레온을 본 따서 만든 글자다.
이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게 어디 있는가.
역은 식물이 나고 또 나는 모습을 가리킨다.
나무 이름 가운데 능수와 수양은 가지가
축 처진 경우를 뜻한다. 능수버들이나
장원 급제한 이 머리에 얹는 어사화 닮은 능수벚나무가 모두
가지가 쳐져서 붙은 이름이다.
물가의 수양버들 가지가 바람에 흔들리면
심지 굳다는 이도 마음이 흔들리기 마련이다.
봄바람에 흔들리는 수양버들 잎은
미치도록 아름답다. 옛날 사람들은
미인의 눈썹을 버드나무 잎에 비유했다.
유미(柳眉)라고 곧 눈썹을 의미하는 미는
눈 위의 털을 말한다.
버드나무 가지처럼 허리가 가늘고 예쁜 사람을
유요(柳腰)라고 한다. 허리의 요(要)는 허리에 손을 얹은 모습이다.
허리는 인체 가운데 중요(重要)하고 긴요(緊要)한 구실을 한다.
전국시대 초나라 영왕은 허리 가는 여자를 아주 좋아했다.
초나라 여자들은 왕의 눈에 띄려고 허리를 가늘게 하려고
굶기를 밥 먹듯 했다. 후궁들은 허리를 가늘게 하려고
굶어 죽는 사람이 꼬리를 물었다. 초나라 왕의 후궁을
가는 허리 궁전을 의미하는 세요궁(細腰宮)이라
하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 허황된 꿈을 꾸는 초나라 여자들처럼
지나치게 가는 허리는 죽음을 부른다.
버드나무로 만든 수레[柳車]는 죽은 사람을 운반하는
영구차(靈柩車)를 말한다. 시체를 넣는 구(柩)자에 오랠 구가
들어 있는 것은 시체를 오랫동안 보관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죄인의 볼기를 치던 곤장(棍杖)은 원래 물푸레나무로 만들었으나
나중에 단단한 참나무를 사용하기도 했다. 현종 4년(1663)에
버드나무로 대체하도록 했으나 잘 지켜지지 않아
정조 2년(1778)에는
‘무릇 곤장은 모두 버드나무로 만들도록 하라’고 했다.
예전에는 버드나무 가지로 양치질을 했다.
치아를 깨끗하게 하는 ‘양치’질은
버드나무 가지를 의미하는 양지(楊枝)에서 비롯되었다.
기원전 5세기 무렵, 히포크라테스는
임산부가 통증을 느낄 때 버들잎을 씹으라고 처방했다.
2천300여 년 동안 민간요법으로 알려져 오던 버들잎의 신비가
밝혀진 것은 1853년.
버드나무의 쓴 맛이 바로 아스피린의 주성분인
아세틸살리실산을 추출했다. 그 뒤 1899년
바이엘 사의 연구원 펠릭스 호프만이
아스피린을 처음으로 상용화했다.
첫댓글 좋은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