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저게 뭐야?" 예닐곱 딸아이가 분수대 복판에 세워진 모형을 가리킨다. 손에는 귤이 들려 있다. 젊은 엄마는 고개를 갸우뚱거린다.
분수대 치솟는 물줄기는 모형 아랫부분 청동상을 연신 적신다. 팔을 뻗어 자세가 역동적인 남녀 청동상이다. 여자는 올림픽 성화를 연상시키는 횃불을 쥐고 있다.
아이가 가리킨 모형은 서면문화로 부산탑 모형. 지난 10월 준공한 서면문화로 분수대에 있다. 서면문화로는 도시철도 서면역 영광도서 방향 출구에서 동해남부선 굴다리까지 550m 구간. 내년 문을 열 부산시민공원으로 이어지는 테마거리다.
테마는 문화예술과 실개천. 축제의 공간이며 친수 쉼터로서 부산을 대표하는 문화의 거리로 자리 잡을 전망이다. 전봇대는 모두 철거되고 전선은 땅에 묻어 거리가 산뜻하다. 구불구불한 길을 따라 실개천이 흐른다.
분수대는 서면문화로 시작점인 영광도서 맞은편에 있다. 물줄기가 뿜어대는 소리가 장엄하다. 물줄기도 하늘로 닿을 듯 치솟고 물소리도 하늘로 닿을 듯 치솟는다. 야간에는 조명등이 커진다. 하늘로 닿을 듯 치솟는 물줄기와 물소리를 비추는 불빛은 공평무사해 분수대를 들여다보는 사람 누구라도 비춘다. 누구라도 분수대를 들여다보게 한다.
부산탑은 분수대 물줄기 한가운데 대리석과 청동 모형이다. 정확하게는 부산탑이 아니고 부산탑 모형이다. 실물은 대연동 부산박물관에 있다.
실물 부산탑이 원래 있던 곳은 서면 로터리. 부산직할시 승격을 기념해 1963년 12월 세웠다가 지하철 공사를 하면서 1981년 철거된, 한 시대 부산을 상징하고 풍미했던 조형물이다.
높이 23m 부산탑 중간엔 자유의 횃불을 든 남녀 청동상, 꼭대기엔 부산시 마크와 오륙도 모형이 있었다. 20m가 넘는 높다란 탑은 허물어졌지만 청동상과 기념비석은 부산박물관 야외에 전시돼 있다. 서면문화로 분수대 모형은 원래 부산탑 청동상과 오륙도 모형을 10분의 1 크기로 본뜬 것이다.
"부산탑은 부산경제가 힘차게 도약하던 때 시민과 기업인들의 꿈과 희망을 담았던 기념물입니다." 용두산공원 부산타워 강석환 대표 회고다.
부산탑이 부산시민과 기업인의 희망이라면 서면문화로 부산탑 모형 역시 부산진구민, 더 넓게는 부산시민의 희망을 담은 기념물이다. 하늘로 솟구치는 물줄기처럼 부산진구민과 부산시만 하는 일이 두루두루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은 발원문이 서면문화로 부산탑이다.
부산탑 바로 옆은 마을버스 정류소. 서면 롯데백화점과 초읍 대우아파트를 오가는 부산진15번 마을버스를 기다리는 승객들이 버스 기다리는 무료한 시간을 분수대 물줄기로 달랜다.
몇 미터 떨어진 곳에선 방송카메라가 물줄기를 찍어 대고 승객들을 찍어 댄다. 카메라엔 헬로TV 로고가 찍혀 있다. 서면문화로 좋다는 게 입소문으로 퍼지고 퍼져 방송국까지 퍼진 모양. 퍼지고 퍼져 서울에서도 찍으러 오고 외국에서도 찍으러 오고 언젠가는 그런 날이 있지 않을까 싶다.
문화로 가로수는 은행나무. 노랗게 물들어가는 이파리가 살랑살랑 바람에 날린다. 이파리 하나 바람이 난 듯 나무에서 멀어지더니 실개천을 따라 흘러간다.
실개천 발원지는 동해남부선 굴다리 입구 첨성대 모양의 부산진구 로고탑. 다섯 동그라미가 맞물려 돌아가는 부산진구 로고는 서면 5거리를 뜻하고 나아가 화합과 상생, 세계의 중심을 뜻한다. 그러니까 문화로 실개천은 세계의 중심으로 스며드는 물길. 물길이 은행 이파리에 물들어 노랗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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