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도 있었고, 그리고 회사 일도 조금 바빠지기 시작한 관계로 글이 늦었습니다. 죄송, 꾸뻑.
아시는 분들은 다 아시겠으나 제가 이 글을 쓰게 된 동기는 이제 얼마남지 않은 청년(?)으로서의 시간을 한번 정리해 보고자, 그리고 이런 사이트가 생김으로써 과거(아마 10년 전. 나도 이제 꽤 됐군...) 본당 청년 활동에 대한 추억을 한번쯤 되짚어 보고자 하는 생각에서 였습니다.
일단 여기 나오는 이야기들은 거의 100%가 Nonfiction임을 알려드리며, 내용이 재미없다고 그냥 지나치시는 일은 가능한 없기를...
그럼, 계속해서...
어느 본당 교사인지도 모르겠고, 몇살인지도 모르고, 이름도 몰라 성도 몰라... 아싸리 학번 순으로 앉았으면 대충 이름이라도 알 수 있을텐데...
이 많은 사람들 속에서 뻘쭘하게 가서 말 걸수도 없고...
어쨋든 그날부터 나의 교사학교는 왠지 공중에 붕 떠 있는 기분의 연속이었다. 딱히 호감이 간다 내지는 마음에 든다는 식의 느낌도 아니고 그냥 오랜만에 담배 한대 물었을 때의 약간 어지러운 기분, 그리고 얼마전 느꼈던 대학 합격 소식 들었을 때의 기분 등등, 많은 것들이 섞인 그런 기분이었다.
옛날 같으면(나의 화려한 과거(?)에 비추어 보았을 때) 같이 간 누나들이나 친구들에게 당장 말했을 텐데, 그런 것도 아니었다.
왠지 강의도 열심히 듣는 척, 하지만 3분에 한번 쯤은 자꾸 고개를 오른 쪽으로 돌리는 습관이 생긴 것을 내가 알아차리는 데는 그리 긴 시간이 걸리질 않았다.
당시 점심은 주로 나눠주는 도시락으로 때웠는데, 다들 강당에서 맛있게 먹고 있는 중에 왜 유독 우리 본당 교사들만 잘난 척하고 나가서 먹으려고 하는 지, 그 사람도 저 안에 있는데, 쩝. 속으로는 무진장 야속하기가 그지 없었으나, 생색을 낼 수도 없고...
그러던 중,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했던가! 나의 착한, 이쁜(우엑!) 동기 현석이가 그 쪽 무리의 한 남자와 아는 척을 하는 것이 아닌가!
이게 왠 떡이냐 싶어, 그냥 지나가는 말로 누군지를 물어보았다. 고등학교 동기인데 반포성당 중고등부 교사고, 이번에 나랑 같이 한양대에 입학했다는 고급 정보가 마구 마구 나오고 있었다.
고등학교 동기에 대학 동기까지! 대충 안면만 익혀도 쓸만한 정보원(?)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 같은 예감이 순식간에 지나갔다.
하지만 다짜고짜 '저 여자 누구냐?' 라고 물어보기에도 그렇고, 결국은 나의 동기 현석이가 수고를 할 수 밖에 없는데... 그럴려면 일단은 만인에게 공개를 해야하는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순간의 쪽팔림은 감수해야 한다는 나의 용기가 결국 현석이에게 비굴한(?) 부탁을 하게끔 만들었다.
일단 그 사람의 신상과 남자 친구의 유무에 대해 파악을 해달라는... 대신 술 한판 사겠다는 조건으로...
결국 같이 간 우리 본당 교사들은 나의 숨겨진 짝사랑을 다 알게 되었고, 대신 나는 그 쪽팔림에 비할 수 없는 훌륭한, 그리고 최고급의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 성명 : 최은영 아녜스
- 본당 : 반포 초등부 교사
- 학교 : 성신여대 동양화과 '89.
- 남자친구 : 없는 것으로 알고 있음.
드디어, 드디어... 나의 20대의 첫사랑의 서막이 오르려고 하는 순간이 다가 왔다. 지금 생각해보면 이때의 감격, 마치 보물섬 지도를 두손에 움켜쥔 실버선장의 마음이 아니었을까? 그리고 아마도 이때 부터 나의 동양화(?) 사랑은 시작되지 않았을까...
어쨋든 이후 주위의 열화같은 성원(?) 속에 나의 숨은 그림 찾기(사실, 많이 떨렸고 어디서 부터 시작해야 할지 알수가 없었다)가 시작되었다. 그리고 아마도 그 유명한 '반포댁'이라는 별명도 이때 부터 생겼던 것 같다(아마 백수경 미카엘라 누님의 소행이었던 것 같은데, 아니 애숙이 누나으 소행이었나?).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