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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중국올림픽CBMC 원문보기 글쓴이: josechoi
<김병기의 ‘한문 속 지혜 찾기’-13>
37. 날다람쥐의 재주 38. 세상엔 본래 일이 없는 것 39. 일은 만들면 생기게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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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날다람쥐의 재주
螣蛇無足而飛, 梧鼠五技而窮. 등사무족이비, 오서오기이궁.
등사라는 뱀은 발이 없이도 날기까지 하지만 날다람쥐는 다섯 가지 재주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항상 궁하다.
《순자》〈권학편〉에 나오는 말이다. 등사는 한결같이 공을 들이기 때문에 비록 발이 없더라도 때가 되면 구름을 타고 승천할 수 있지만 날 다람쥐는 다섯 가지나 되는 재주가 있으면서도 항상 궁하고 불안한 모습으로 주위를 경계하며 산다. 그렇다면 날다람쥐의 다섯 가지 재주란 어떤 것일까? 《순자》〈권학편〉의 주에 의하면 「날다람쥐는 능히 날을 수는 있지만 담을 넘을 정도의 실력은 못되고, 나무를 탈 수 있지만 나무 끝까지 오르지는 못하며, 헤엄을 칠 수 있지만 계곡을 건널 실력은 못되고, 땅을 팔 수 있지만 제 몸을 숨길 정도로 깊게 파지는 못하며, 달릴 수 있지만 사람보다도 빠르지 못하다.」고 한다. 이게 어디 재주인가? 제대로 하는 게 하나도 없다. 이런 재주를 가지고서는 굶어 죽기 십상이다. 그래서, 날다람쥐는 늘 눈이 휘둥그레 한 채 불안한 모습으로 궁하게 산다. 능력배양이라는 미혹에 빠져 이것저것 하다가 하나도 제대로 못하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螣: 등사 등 蛇: 뱀 사 梧: 오동나무 오 鼠: 쥐 서 技: 재주 기 窮: 궁할 궁
38. 세상엔 본래 일이 없는 것
天下本無事, 庸人自擾之. 천하본무사, 용인자요지.
세상엔 본래 일이 없다. 다만 어리석은 사람들이 스스로 야단을 떨 따름이다.
《당서(唐書)》〈육상선생전(陸象先生傳)〉에 나오는 말이다. 정말 그렇다. 세상에는 본래 일이 없다. 일을 만드는 것은 사람이다. 일을 만들어서 미워하고 다투고 싸우고 헤어지고 호들갑을 떨고..... 그야말로 야단법석이다. 내가 조용하면 천하가 다 조용하다. 애꿎은 세상 탓을 할 일이 아니다. 내 탓을 할 일이다. 내 스스로 일을 만들어 그 일로 인해 몸이 고통스럽고 마음이 괴롭다. 미워하는 일, 시기하는 일, 원망하는 일...... 모두 다 내가 만드는 일이다. 정작 저 사람은 아무 일이 없는데 내가 저 사람을 미워하면서 내가 괴롭다. 어리석은 사람이 사는 모양은 다 이렇다. 일을 만들지 말아야 한다. 세상 탓을 하지 말고 나 자신을 들여다 볼일이다. 아내는 죄가 없다. 다 내가 만든 일로 내가 불행하게 살고 있는 것이다.
本:근본 본 無:없을 무 事:일 사 庸:어리석을 용 擾:소란할 요
39. 일은 만들면 생기게 되어 있다
生事事生, 省事事省. 생사사생, 생사사생.
일을 만들면 일이 생기고, 일을 줄이면 일이 준다.
《명심보감(明心寶鑑)》에 나오는 말이다. 주변으로부터 흔히 ‘일을 좋아한다’거나 혹은 ‘일 욕심이 많다’는 평을 듣는 사람이 있다. 이런 사람은 부지런한 사람이다. 일을 만들어서라도 열심히 일을 하고자 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본인이 일을 좋아하는 것은 좋지만 일을 좋아하는 나머지 주변 사람을 피곤하게 하는 사람이 있다. 일은 만들면 생기고 줄이면 줄어드는 법이다. 부지런히 일하는 것은 좋으나, 쓸데없이 일을 만드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본인의 건강을 위해서도 좋지 않고 주위사람에게도 자칫 피해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방임과 자유, 절제와 구속의 차이를 잘 분간하며 살면 쓸데없이 인생을 낭비하는 일은 생기지 않을 것이다. 물건을 살 것도 아니면서 괜히 백화점을 돌아다니는 일부터 줄여보면 어떨까?
生:날 생, 생길 생 事:일 사 省:줄일 생, 살필 성(여기서는 ‘줄인다’는 뜻으로 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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