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엔 王道 없어… 대통령에 '날마다 걷기' 권해"
심장질환 최고 권위자" 사돈이 주치의 맡는다고 괜한 오해를 살까봐 처음엔 고사했었죠"
이명박 대통령의 주치의인 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최윤식(65) 교수가 30년간의 교직생활을 마치고 31일 정년퇴임 한다. 최 교수는 이 대통령이 서울시장에 당선된 2002년부터 건강을 돌봐왔다.
1979년부터 서울대 의대 교수로 재직해온 최 교수는 심장질환 분야의 국내 최고 권위자로 손꼽힌다. 80년대 초 부정맥(不整脈) 정밀검사법을 미국에서 배워 국내에 처음 도입한 '부정맥 연구 1세대'다.
심장질환의 최고 권위자가 '대통령'에게 권하는 건강 비결은 간단하다. "기름진 음식 대신 야채와 과일을 많이 섭취하고, 어떻게든 짬을 내서 하루 30분에서 1시간 정도 꾸준히 걸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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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통령이라고 해서 건강의 왕도(王道)는 없습니다. 음식과 운동, 정기적인 건강검진이 제일 중요하죠.”31일 정년퇴임 하는 이 대통령 주치의 최윤식 서울대 의대 교수.
최 교수는 "대통령은 매주 두 차례 테니스를 2~3시간씩 쳐도 끄떡없을 만큼 건강한 상태"라며 "내가 '몸에 무리가 갈 수 있으니 너무 과하게 테니스를 하시지 말라'고 권했을 정도"라고 했다. 이 대통령의 평균 수면시간은 4시간 정도로 알려졌다. 최 교수는 "수면시간이 짧은 대신 깊게 잠드는 스타일"이라고 했다.
최 교수는 이 대통령의 주치의이자 사돈이기도 하다. 최 교수 장남 의근(36·서울대병원 내과 전임의)씨가 이 대통령 둘째 딸과 2002년 결혼했다.
최 교수는 "사돈이 주치의를 맡는다고 괜한 오해를 살까봐 처음에는 고사했다"며 "이 대통령이 대통령에 당선된 뒤에는 개인적인 인연을 넘어, 이미 수년간 가까이에서 건강을 돌봐온 의사의 입장에서 대통령 주치의 자리를 맡았다"고 했다.
대통령 주치의는 매주 한 번씩 청와대에 들러 대통령의 건강 상태를 확인하고 대통령의 해외순방에 동행한다. 주치의뿐 아니라, 여러 분야의 명의들로 구성된 자문위원 30여명이 대통령의 건강을 챙긴다. 대통령이 지방에 출장을 가거나 휴가 중일 때는 경호처 소속 청와대 의무실장이 대통령의 건강을 살핀다.
최 교수는 심전도 분야의 필독서로 꼽히는 '임상심전도학'을 비롯해 모두 14권의 전공서적을 펴냈다. 대한순환기학회 이사장, 한국만성질환관리협회 회장 등을 역임했다. 그는 "30년간 교수하면서 쌓은 업적 중 어느 누구보다 뛰어났다고 자부하는 분야는 결혼 주례"라고 말했다.
그는 "10년쯤 전에 잘 아는 제자가 주례를 서달라고 부탁하는 걸 사양했다가 제자를 마주칠 때마다 두고두고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며 "그 뒤로는 지인이 주례를 부탁하면 만사를 제치고 나선다"고 했다. 그는 "지금까지 내가 주례를 맡았던 부부들이 잘살고 있어 참 행복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정년 퇴임 후에도 서울대병원에서 진료를 계속할 예정이다. 그는 "현재 국내에 부정맥 전문교수가 50여명에 불과해, 연구와 진료를 계속하면서 후학을 키울 계획"이라고 했다. 아들 의근씨도 최 교수의 뒤를 이어 미국에서 부정맥 분야를 연구하고 이달 초 귀국했다. 서울대병원은 최 교수를 정년퇴임과 동시에 명예교수로 임명할 계획이다. 그가 이 대통령 주치의를 계속할지 여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