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24일 건설교통부가 공개한 아파트 실거래가 분석 자료를 두고 여기저기에서 각 이해당사자들 사이에서 갑론을박이 치열한 상황이다.
건교부 실거래가 발표를 통해 8.31 후속 대책으로 발표한 3·30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아파트 시장의 특징은 ‘주택 거래량 감소, 수도권 위주 거래, 6억 이상 고가 아파트 대출 규제로 인한 32평형 이하 중소형 위주 거래, 재건축 아파트 하락세’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이번 아파트 가격 실거래가 공개는 우리나라 가계 자산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아파트 가격을 공개해 가격 왜곡을 바로잡아 투명한 거래를 유도하겠다는 취지는 좋지만, 다음과 같은 여러 문제점들이 있기 때문에 아파트 사고 팔 때 참고 사항은 될지언정 절대적인 잣대는 될 수가 없다는 점을 알아둘 필요가 있다.
첫째, 건설교통부가 실거래가를 발표한 아파트는 12만9000건으로 올해 6월까지 거래된 공동주택 전체 거래 건수(37만2000가구)의 34% 정도에 불과해 국민들의 알권리를 충족시켜 주기에는 부족함이 있다.
건교부는 거래에 의한 정보 왜곡을 방지하기 위해 500가구 이상의 중대형 단지 4324곳(400만 가구) 가운데 분기별로 10건 이상 거래된 2896개 단지를 선정해 이번에 가격을 공개했다.
둘째, 아파트의 개별 특성이 전혀 고려되고 있지 않다.
한 단지에 있는 동일 평형의 아파트는 같은 것 같지만 층, 동, 향에 따라 가격 차이가 많이 나는 상품이다. 심지어 같은 아파트라도 시기나 매도인의 사정에 따라 가격이 크게 변하는 상품이다. 이번에 실거래 가격이 공개된 전국 아파트 12만 9000건의 아파트는 이런 아파트의 특성이 배제되어 있기 때문에 신뢰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특히, 아파트 가격이 비쌀수록 이런 요인들에 따른 가격 차이가 커지기 때문에 고가 아파트일수록 이번 조사의 신뢰성은 떨어진다고 할 수 있다.
셋째, 3.30 대책 이후 6억 이상 아파트에 대한 대출 규제와 부동산 시장 침체에 따른 수요 위축에 따라 거래 건수도 대폭 줄어든 상황에서 이뤄진 몇 건의 거래를 정상적인 가격으로 보기 어려운 점도 있다.
실제 건교부가 이날 실거래가를 공개한 아파트 가운데 상당수가 가격의 기준이 되기에는 단지별·평형별 거래 건수가 너무 적고, 일부의 경우 거래 시점도 수개월씩 지난 것들이다. 이런 부분은 앞으로 주기적인 실거래가 공개를 통해 자료가 축적되어야 보완될 수 있을 것이다.
넷째, 각 지역의 대표 아파트라고 할 수 있는 주요 단지들이 제외되어 있다.
왜냐하면 건교부가 공개 대상을 500가구 이상 단지 가운데 분기별 10건 이상 거래된 아파트로 한정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이런 지역 대표아파트들을 포함시키면 해당 지역의 아파트 가격을 올릴 수 있다고 생각해서 다분히 의도(?)적으로 뺀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지역 대표 아파트가 빠진 가격 공개는 앙코 없는 찐빵이 아닐까?
예를 몇 곳 들자면 현재 우리나라 최고가 아파트라고 할 수 있는 서울 강남구 삼성동 아이파크의 경우 단지 규모가 449가구여서 건교부의 공개 대상에 아예 포함되지 않는다. 이번 발표에서 도곡동 43A평형이 5116만원으로 최고가로 발표가 되었는데, 아이파크의 경우 로열층은 평당 6000만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역시 강남권 대표아파트로 꼽히는 도곡동 타워팰리스Ⅲ도 총 가구 수가 480가구로, 대상에서 빠졌다.
분당지역내 최고가 아파트인 정자동 파크뷰의 경우 총 1829가구로 공개 대상 기준은 되지만, 거래건수가 적어 제외되었다. 그러나 파크뷰의 경우 올 들어서도 가격이 많이 오른 아파트 중의 하나이다.
일산 역시 최고가 아파트인 일산서구 주엽동 강선마을 우성아파트가 412세대로 500세대가 되지 않아 이번 조사에서 제외되었다. 이곳은 각종 개발 호재로 일산 아파트 가격을 선도하고 있는 곳이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아파트 실거래가 공개를 통해 우려되는 점은 인기지역과 비인기 지역의 아파트 가격 고착화가 우려된다는 점이다.
이번 발표를 통해서 보면 서울 강남권, 신도시, 수도권 주요 지역과 단지의 경우 실거래 가격이 부동산 정보업체가 발표한 시세보다 같거나 오히려 더 높은 반면, 강북권이나 일부 지역의 경우 실거래 가격이 시세보다 낮게 형성되어 있다.
따라서 실거래가 공개를 통해 같은 강남구에서도 선도 아파트 단지와 나홀로 아파트, 신도시와 주변 지역, 주거 선호도가 높은 아파트와 그렇지 않은 아파트 등으로 한 지역 내에서도 가격이 비싼 아파트와 그렇지 못한 아파트의 양극화는 가속화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