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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국장애인부모연대목포시지회/목포시장애인가족지원센터
 
 
 
카페 게시글
우리들의 이야기 스크랩 내속엔 내가 너무도 많아
꿈꾸는섬 추천 0 조회 183 15.06.05 09:33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하덕규씨 시집 ‘내 속엔 내가 너무 많아’는

1990년에 청맥에서 발간되었는데

지금은 더 이상 판매되지 않는 책이다.

 

우리에게는 조성모의 노래로 잘 알려진

‘가시나무’는 바로 이 시집의 표제시

‘내속엔 내가 너무도 많아’를

당시 ‘시인과 촌장’의 리더였던

하덕규씨가 작사, 작곡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시들이 너무 좋아 몇 편을 골라

요즘 한창 피어나는 은빛 송엽국 꽃과 함께 올린다.

   

 

♧ 내속엔 내가 너무도 많아 - 하덕규

 

내 속엔 내가 너무도 많아

당신의 쉴 곳 없네

내 속엔 헛된 바램들로

당신의 편할 곳 없네

 

내 속엔 내가 어쩔 수 없는 어둠

당신의 쉴 자리를 뺏고

내 속엔 내가 이길 수 없는 슬픔

무성한 가시나무숲 같네

 

바람만 불면 그 메마른 가지

서로 부대끼며 울어대고

쉴 곳을 찾아 지쳐 날아온

어린 새들도 가시에 찔려 날아가고

바람만 불면 외롭고 또 괴로워

슬픈 노래를 부르던 날이 많았는데

 

내 속엔 내가 너무도 많아서

당신의 쉴 곳 없네

 

 

♧ 슬픈 편지 - 하덕규

 

흐리고 비 내리는 우울한 날처럼

그렇게 슬픈 편지를 내게 띄운다고

미안해하지 마

 

사는 게 그저 어렵고 아픈 너에게

커다란 나무가 되어주지 못하는

네 지친 날개 쉬게 할 수 없는

내 부끄러운 노래

 

그렇게 잠깐

너의 어린 시절 위에 머무는

나의 노래는

그렇게 잠시

네 마음속에 살던

나의 노래는

숲을 지나는 바람처럼 어디론가 불어서 또 너를 떠나갈텐데

 

흐리고 비 내리는 우울한 날처럼

그렇게 슬픈 편지를 내게 띄운다고

미안해하지 마

 

 

♧ 영이에게 - 하덕규

 

영이야 네가 서울로 간 날부터 나는

점심시간 종이 울려도 하나도 기쁘지 않았고

네가 앉았던 빈자리를 돌아다볼 때마다

자꾸만 눈물이 나왔다

영이야 우리 집 앞마당엔 빨갛게 감이 열리고

동구 밖 논두렁엔 메뚜기가 한참인데

영이야 사람 많고 무서운 서울이 뭐가 좋으니 뭐가 좋으니

 

영이야 네가 서울로 간 날부터 나는

할미새가 날아다녀도 하나도 반갑지 않았고

너와 놀던 개암나무 그늘 아래 서면

자꾸만 눈물이 나왔다

영이야 네가 키우던 굴뚝새는 벌써 새끼를 낳고

네 어머니 무덤가엔 풀이 저만큼 자랐는데

영이야 사람 많고 무서운 서울이 뭐가 좋으니 뭐가 좋으니

   

 

♧ 별 - 하덕규

 

네가 잠들어 예쁜 동산을 꿈꾸는 새벽

나는 밤새 네 창가를 지키던 그 별과

문 밖에서 마주치지

 

발 시린 나의 고독 알고나 있는 듯

밤새 안녕했느냐고 잘 잤느냐고 물어보듯

뜨거운 듯 차가운 듯

어린 날 내려다보면

내 마음 금세 부끄러워지는

 

언젠가 내가

내 고향 하늘로 돌아가면

내 눈물 닦아줄 그의 모습을 닮은

저 별

 

 

♧ 빛나는 아침엔 - 하덕규

 

이젠 꽃이 져요

이젠 보여 주세요

숨죽이며 풀 위에 이는 바람처럼 바람처럼

불어오세요

 

빛나는 아침엔 그대

내게로 오세요

내가 있는 곳과 그대 있는 곳이

슬픔의 바다일지라도

 

빛나는 아침엔 그대

내게로 오세요

내가 사는 것과 그대 사는 것이

부질없는 눈물일지라도

   

 

♧ 꽃을 주고 간 사랑 - 하덕규

 

언젠가부터 허전한 내 곁에 하얀 너의 넋이 찾아와

아주 옛날부터 혼자뿐이던 곁에 하얀 너의 넋이 찾아와

내 마음속에 조용한 돋움은 작은 그리움인 줄로만 알았는데

이 마음속에 세찬 울렁임은 한 때의 보고픔인 줄로만 알았는데

이젠 안녕 빠알간 꽃을 쥐어주고 너는 돌아서니

찌르며 새겨지는 이 가슴의 한은 어데다 어데다

버려야 하느냐 사랑아

꽃을 쥐어준 사랑아

이별인 듯 빨갛게

꽃을 쥐어주고 떠난 사랑아

 

 

♧ 무제 - 하덕규

 

꽃을 한 아름이나 꺾었는데 너는 내 곁에 없다

사과나무 아랜 나 혼자 앉아 있다

 

‘산딸기가 많이 익었구나’ 나는 입술이 빨개져서

네 목소리를 흉내냈다

 

서글퍼지는 고요 때문에

긴 시간을 앉아 있어도 노래 한 마디 부를 수 없다

 

사람 타는 냄새가 예까지 풍겨왔다

황급히 널 불렀다

 

 

♧ 나무 - 하덕규

 

저 언덕을 넘어 푸른 강가에

젊은 나무 한 그루 있어

메마른 날이 오래여도 뿌리가 깊어 아무런 걱정 없는 나무

해마다 봄이 되면 어여쁜 꽃피워

좋은 나라의 소식처럼 향기를 날려

그 그늘 아래 노는 아이들에게

그 눈물 없는 나라 비밀을 말해주는 나무

밤이면 작고 지친 새들이 가지 사이사이 잠들고

푸른 잎사귀로 잊혀진 엄마처럼

따뜻하게 곱게 안아 주는 나무

가을 높은 하늘이 더욱 높아져

열매들 애쓰면서 익어가고

빛바랜 잎사귀들 새봄을 위해

미련도 없이 바람에 창백하게 날리고

하얀 눈이 그 위에

온세상 하얗게 성탄절 아름다운 종소리 들리면

저 언덕을 넘어 어여쁜 노래 소리

떠나간 아이들이 하나 둘 돌아오면

그 줄기 가득 기쁨 솟아올라

밤새워 휘파람 부는 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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