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집된 풍경
박병춘展 / PARKBYOUNGCHOON / 朴昞春 / painting
2008_1029 ▶ 2008_1111
박병춘_낯선, 어떤 풍경_한지에 먹_72×93cm_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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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8_1029_수요일_05:00pm
관람시간_09:00am~06:30pm / 일요일 및 공휴일_11:00am~05:00pm
동산방화랑
DONGSANBANG GALLERY
서울 종로구 견지동 93번지
Tel. 82.2.733.5877/6945
박병춘의 작업은 채집된 풍경이다. 어디에서 본 듯한 풍경일 뿐 완벽한 실제의 풍경이 아니다. 재현적인 풍경이 아니다. 하나의 평면위에‘재구성된’풍경이다. 그곳에서 우리는 어디서 본 듯한 장소를 만나게 된다. 이것은 그의 작업이 단순한 시각적 만남 뿐만 아니라 새로운‘바라봄’임을 의미한다. 우리나라의 자연이나 다양한 나라의 자연에서 ‘채집된’풍경으로서의 장소성이다.
박병춘_빨간 버스가 있는 풍경_한지에 혼합 재료_68×94cm_2008
박병춘의 작업에서‘채집된’은 자연의 구체적인 곳을 실제로 수없이 스케치하며 체험한 시간의 경과를 배경으로 한다. 하나의 장소를 반복 답사하며 그곳의 특성과 공기까지도 섭렵하려는 태도이다. 간접적인 이야기, 움직이는 영상으로 느낄 수없는, 그의 몸이 느끼고 흡수한 체감적 과정이다. 그곳의 기운이, 공기가 그의 몸속으로 들어왔다는 것을 의미한다. 바람이 부는 추운 겨울의 풍경을 차안에서, 방안에서도 느낄 수 있는 인간의 경험적인 면을 고려함에도 불구하고 그 간접성 만으로는 다가갈 수 없는‘직접성’이 있다. 이러한 그의 작업의 직접성은 오감적인 체험 위에 존재하는 여섯 번째의 세계이며 몸속에서 육화된 창의적 태도에서 출발한다.
박병춘_흐르는 풍경 한지에 혼합재료_132×162cm_2008
화면 속의 부유하는 정물이나 인물, 입술 등은 동영상의 화면 속에서 애니메이션 할 때 등장할 수 있는 풍경들이다. 이 풍경들은 움직이지 않는 그의 화면에서 전혀 어색하게 등장한다. 이때 우리는 그의 화면에‘낯설다’는 단어를 부여한다. 이 낯설음을 주도하는 그의 리더쉽은‘채집’이라는 단어로 대체될 수 있다. ● 그의 채집은 자연에서 수없이 경험된 자연적 에너지를 3차원이 아닌 2차원의 평면에 옮길 때 등장하는 필요불가결한 그의 기법이 되고있다. 이 채집은 3차원에서 2차원으로 옮겨지는 과정에서 소멸되었던 1차원을 회복시키는 전략이며 독특한 상상력이 되고 있다. 한 차원의 소멸 또는 탈락이라는 그 제한은 오히려 그에게 창의적인 기법이 되었다. ● 창의적인 기법으로서의 채집은 움직이는 동영상에서 layer처럼 하나의 층위를 가지는 요소이며 그 층위를 하나의 평면으로 치환시키는 중요한 방법이 되고 있다. 구속처럼 작용하는‘제한’은 그에게 창조적 자극이 되었으며, 그것은‘낯선’ 풍경이 되었다.
박병춘_빨간 등대가 있는 풍경 한지에 먹_69×98cm_2008
이 풍경은 평면에서 하나의 초현실적인 이야기를 형성하면서 순차적 시간을, 동시적 시간으로 환원시키는 능력을 발휘하고 있다. ● 절벽 속에 숨어있는 인물들의 풍경, 암각화처럼 그려진 절벽 위의 정물들, 비상식적인 비례와 동등한 예우, 하나의 이야기로 엮일 수 없는 혼성 등이 낯설음으로 다가온다. 절벽처럼 표현된 준법의 난무, 절벽의 주름을 그린 듯 하나 박병춘의 호흡처럼 느껴지는 선들의 유희 등은 최소한의 이미지 만 다가온다. ● 수많은 현장 스케치와 답사, 그곳의 공통인수를 채집한 공간적 체험, 그것을 무화시키는 그의 낯선 준법 등은 자연적, 구체적인 곳을 새로운 장소성으로 안내한다.
박병춘_흐르는 풍경-연화도_한지에 먹_70×145cm_2008
박병춘은 호흡과 함께 화선지, 수묵, 채색, brush stroke 등을 동원한다. 수묵화의 요소를 이용하고 그 곳에 그의 호흡을 첨가하여 전통적인 맛을 지닌 현대적 산수화로서의 21세기적 풍경을 만들어 내고 있다. 수많은 준법의 변용과 다양한 각도에서의 붓질, 전통적인 화면구성을 뒤집는 공간의 해석 그리고 동시적 시간의 레이어적 구성은, 그 풍경의 주요한 요소이다. ● 제주도의 풍경에서 그는 흐린 담채를 배경으로 진한 먹을, 먹을 쌓아가는 기법이 아닌, 동영상의 화소처럼 사용하고 있다. 전통적인 산수기법에서 보면 이질적이고 낯선 것으로, 우리의 망막 상에서 백과 흑이 혼합되는 기법처럼 작용되고 있다. ● 이러한 기법은 흐린 먹에서 진한 먹으로 채색해 가는 전통의 담채기법과는 다른 접근방식이며 시지각을 자극하는 독특한 방법이다. ● 담채 위에 병렬되는 점들의 사용을 통해, 제주도라는 구체적 장소를 채집하듯 사생하여 실제보다 더욱 실제감을 전달한다. 그것은 평면적 화면에서 얻어내기 어려운 것으로 그곳의 공기층까지도 획득하고 있다.
박병춘_낯선, 어떤 풍경_한지에 먹_93×137cm_2008
구불거리는 듯한, 살아있는 듯한 독특한 그의 준법은 마치 초현실적인 회화감을 전달하면서 재현적이되 재현이 아닌 화면의 상호작용을 모호하게 구성하고 있다. 라면발처럼 사용된 그의 준법은 실제의 라면을 사용하여 부감산수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표현하기 위한 준법이라기보다 그의 심리적 상상력을 대변하는 원형감과 깊은 관계가 있다. 그가 명명한 라면준이라는 것은 라면이라는 패스트푸드에서 발견된 것이지만 그것을 발견하기 이전에 그의 잠재의식 속에 이미 자리잡고 있던 것이다. ● 그의 이러한 준법의 해석은 인간의 잠재의식 속에 숨어있는 원형감각을 불러내는 메신저로 작용되고 있다. 따라서 그의 풍경은 초현실적인 풍경으로서 예측불가능한, 그러나 이미 존재하는 그 무엇과의 상호작용이라고 볼 수 있다. ● 그의 의도는 인간의 상상과 사유가 개입된 생명력, 그리고 예측불가능한 내적 유동성으로 거듭나고 있는 중이다.
박병춘_낯선, 어떤 풍경_한지에 먹,인형_58×80cm_2008
박병춘의 준법은 자유롭게 흐른다. ● 자연 속에서 스며나와 화면 위에 흐르는 선들, 그것은 선이 아니요 일정한 그릇 속에 담긴 자유로운 선. ● 그러한 그의 선들이 절벽을 스치며 조각돌에 표정을 일으키며 푸르고 노란 하늘과 즐겁게 율동하고 있다. ● 박병춘의 준법은 즐겁다. ● 흐르는 모양, 흐르는 소리가 재미있다. 처음의 소재를 만난 구체적 감흥은 어느덧 사라지고 그것이 연상시키는 무한한 상상력으로 번진다. 그 준법은 산과 들을 넘어 가로막힘없이 덤비는, 빛없이 즐겁게 흘러 넘어간다. 고요하면 고요한대로, 요란하면 요란한 대로 그곳의 느낌을 유지하면서 즐거운 상상력으로 변화되고 있다. 구체적인 곳에서 새로운 장소성으로 옮겨가고 있다.
박병춘_정선가는 길_한지에 먹_68×93cm_2008
잔잔한 하나의 필선이 그의 상상력에 의해 풀잎을 스치며 조각돌에 잔물결을 일으키며 절벽에 새로운 암각화를 새기며 하늘에 강렬한 색감의 이미지를 떠다니게 하며 평면 위에 3차원적인 공간을 시도하고 있다. 그의 무기는 수많은 사생과 준법의 자유로움이 그의 호흡과 함께하는 박병춘식의 준법이다. 무심한 듯이 흐르되 호흡과 하나된 그의 준법은 그의 화면에서 논, 밭, 그리고 절벽 등으로 더욱 윤택해진다. ● 그의 준법의 힘을 얻어, 자연은 새로운 생명이 된다. ■ 김용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