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가시에 찔린 상처가 분명하다. 맹태영 시인의 장미는 그렇다는 것을 확인시켜준다. 가시가 있는 꽃을 보자. 해당화, 찔레꽃, 선인장 등 대표적인 꽃을 제외하여도 많은 꽃에 가시가 있다. 실제로는 잎이 변하여 가시가 되었지만 자기를 보호하려는 목적으로 가시를 만들어 함부로 접근하지 못하게 한다. 또 가시가 있는 꽃이 훨씬 아름답고 화려하다. 그래서 더욱 자기를 지키려는 본능을 가진다. 사랑이 그렇다. 우리의 삶 중에 사랑을 빼면 논할 것이 없을 정도로 사랑이 차지하는 비중은 크다. 이성을 향한 본능적인 사랑이므로 말릴 수가 없지만, 상대의 접근을 쉽게 허락하지 않는 본능을 가졌다. 그런 사랑에 빠져들면 심히 고달프다. 그러다가 사랑을 잃었을 때는 세상의 종말을 맞는 듯하여 쉽게 헤어나지 못한다. 사랑은 뜨거울수록 본능을 발휘하여 지키려는 몸짓에 가시를 키운다. 그러나 미움의 가시가 아니다. 사랑을 지키기 위한 가시로 지혜를 발휘하고 진실을 다해야 피할 수 있다. 그렇지만 이뤄지지 않는다면 의문이 남고 사랑의 강물에 허덕이다 미움이 싹튼다. 맹태영 시인은 그런 사랑을 장미로 승화시키는 불꽃 같은 열정을 간략하게 쏟아내었다. 사랑을 얻었으나 헤어진 심정을 암시하면서도 드러난 비중이 훨씬 크게 작용하는 작품을 썼다. 기억 속의 사랑이 진정이었는지를 떠올리며 가시를 드러내고 혈액 속에 분포하며 사람의 면역 기능을 수행하는 세포인 백혈구의 역할을 하는 장미 앞에서 사랑에 다시 묻는다. 그날 내게 준 것이 사랑이었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