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라면 현란한 불빛으로 밤이 와도 밤 같은 느낌이 잘 들지 않는다.
산골은 해가 서산에 넘어가는 순간 사위는 갑자기 컴컴해지기 시작해져 가로등 불빛에 의지하지 않으면
길을 맘대로 걷기조차 어려워진다. 그런데 난 이게 좋은 거라
두 눈을 암만 크게 떠봐도 기껏해야 십여 미터 거리 밖에 보이지 않는다. 그것도 뿌연 어둠으로 선명하지 않다.
난 또 그게 좋은 거라 누구의 방해도 없는 구멍 같은 어둠의 작은 공간에 갇혀 나만의 세계로 들어와 있는 것 같다.
어린 왕자가 방문한 작디작은 행성처럼 나는 그곳에서 나만의 세상을 누리곤 한다.
답답함이란 일도 없다. 어쩌면 엄마의 자궁 속이 이러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마저도 한다.
우린 우리 밖의 너무 넓은 곳까지 기웃거리며 산다.
호기심이라면 이해할 수 있지만 그것이 아닌 소모적인 욕심에 일괄하여 자신을 혹사시키면서까지 확장하는 일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자신이 감내할 수 있는 공간이면 족한 줄 알아야 한다.
명예도 인기도 재물도 심지어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까지 지나침은 타인은 물로 자신을 쇠사슬에 묶어두는 일이다.
그렇게 살고 싶다면 살아라 사는 건 자유이니까 그러나 난 절대로 그런 오만을 몸에 걸치며 살고 싶진 않다.
내 것을 덜어서 남들에게 주어서라도 내 몸이 가벼워진다면 난 그 길을 택하고 싶다.
안다. 그게 말처럼 쉽지만은 않다는 것을 그러니까 더욱 그렇게 하고 싶어 진다. 난 당나귀 정가이니까.
머리 위로 무수히 떠있는 뭇별을 바라본다.
총총히 라는 말이 의미가 없는 수많은 별들을 밤마다 올려다볼 수 있다는 건 어마어마한 축복이다.
밤하늘을 우릉우릉 울리며 북으로 동으로 남으로 날아가는 밤비행기를 보는 건 보너스다.
밤이 이슥해져 차가운 기운이 온몸을 핥고 있다.
그제야 정신이 제 자릴 찾아온다.
그러곤 뒤도 안 돌아보고 불 땐 안방으로 들어가 잠을 청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