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늘도 아내와 함께 계룡산 갑사의 약사여래상까지 걷는다.
그곳에 가면 우선 마음이 편안하다.
산사의 오색단청 아래로 흐르는 향 내와 풍경소리는 세속에서
얼룩진 영혼들에게 욕심을 버리라고 조용히 깨우쳐 주는 듯하다.
여름이 다가오니 나무들의 짙푸른 녹색 그늘이 좋고,
산바람이 시원하며, 산 냄새가 짙어져 마음속까지 시원해진다.
갑사의 약사여래입상은 나와 속정이 들어 자주 찾는다.
약사여래입상은 법의를 양 어깨에 걸쳐 좌우 무릎 아래까지 늘어뜨리고 있고
가슴을 약간 노출시켰다. 또 옷고름 한 가닥이 오른손에서
왼쪽 어깨 너머로 넘기는 모습을 하고 있다.
백제시대의 조각품이라고 한다.
전문 등산가들과는 달리 갑사 아래 사하촌(寺下村)에 사는 우리 부부는
건강관리를 위해서 등산을 한다.
거리가 2km 내외로서 건강이 허용하는 한에서만 산에 오른다.
등산도 유산소운동의 하나다.
무리를 피하면서 심폐기능을 강화하여 혈관을 튼튼히 하고
혈류를 원활하게 하여 사는 동안 건강하게 살고 싶어서 등산을 한다.
그동안 어려웠던 한 시대를 앞만 보고 살아왔던 나는
사회봉사활동도 하고 건강도 관리하며 역동적으로 살아왔다.
그런데 아내가 양 무릎관절이 심하게 마모되어 인공관절수술을 받아야만 했다.
여수애양병원에 예약을 해놓고 수술 전에 골다공증 검사부터 해야 한다기에 병원을 찾았다.
그런데 아내는 뜻밖에,
“당신도 의심나는 부분을 한 번 검사 받아보세요!”
라고 권하는 것이었다.
“나는 평소 주기적으로 건강 체크를 하고 있지 않소?”
하니까 병원에 오기 쉽지 않으니 검사를 해 보라며 고집을 피우는 것이었다.
그래서 간 기능검사를 해 보기로 하였다.
의사는 간 기능은 정상이라며 오늘 특별히 다른 부분 검사를 좀 해 주겠다고 했다.
갑상선에서부터 검사를 했다. 무심코 지나치던 의사는 신장에서 종양이 발견되었다며
원장의 소견서를 받아 급히 종합병원으로 가라는 것이었다.
심상치가 않았다. 아내의 수술을 연기할 수밖에 없을 것 같았다.
충남대학교 병원에서 정밀 검사를 하고 CT촬영 후 곧바로 수술실로 들어가야 했다.
조직검사 결과는 신장암으로 판명되었다.
그때 나는 암에 대한 상식도 없었고 수술이 얼마나 힘든지도 알지 못했다.
만약의 경우 암세포의 전이에 대비하여 한쪽 신장을 잘라내는 6시간의 대수술을 받았다.
수술실에서 나온 뒤 출혈이 계속되어 재수술 이야기가 나왔을 때는 차라리 죽고만 싶었다.
결과를 지켜보자는 의사의 말에 잠시 안도하였으나 출혈은 3일 동안 계속 되었고,
혈압이 계속 낮아졌다. 몸무게는 하루에 1k씩 줄어들어
몸을 가누기조차 힘들고 얼굴이 창백하여지니 가족들이 많이 놀란 것 같았다.
모든 음식은 맛이 쓰고 소화도 되지 않았다.
1주일 가까이 되어서야 출혈이 멎었고 항암치료와 면역치료를 5주 동안 계속 받았다.
억지로 음식물을 섭취하며 안간힘을 다하였다.
새벽 4시에 혼자 일어나 그래도 살려고 복도를 오가며 걷기운동을 매일 계속하였다.
옆 응급병동 대기실에서는 24시간 이승과 저승의 갈림길에 선 환자 가족들이 서성이며
안절부절 가슴을 쓸어내리는 소리가 들렸다.
어느덧 수술한지 일년이 넘었다. 그동안 기력을 회복하고자 좋고
나쁜 것을 떠나 입에 당기는 것부터 먹었다.
채식과 토속 된장국 위주의 식단으로 식사를 했다.
그러면서 육식은 금하고 해조류와 생선, 청국장, 열무김치 같은 발효음식을 먹고
유기농 국산콩으로 만든 간장, 된장, 고추장을 먹었다.
곡물류로는 현미나 견과류, 잡곡류로 조악한 잡곡밥을 먹었다.
제철에 나는 채소와 과일을 매일 많이 먹는다.
암의 80%는 개인의 잘못된 생활습관 때문에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암은 3분의 1은 예방이 가능하고 3분의 1은 조기 검진으로 완치가 가능하다고 한다.
내 친지나 가족들은 내심 암은 거의 회복이 불가능한 병이라 생각했던 것 같다.
나 때문에 그동안 아내가 고생이 심했다.
아내의 수술 결과는 아주 좋았다.
이제는 우리 부부가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체력을 기르는 일이다.
강한 의지와 신념으로 모든 것을 신께 맡기고 담담한 마음으로 제2의 인생살이를 시작하려 한다.
그동안 하고 싶었던 수필공부를 꾸준히 할 생각이다.
오늘도 그동안 수술 후 건강해진 아내와 함께 산행을 하며 약사여래입상까지의 등산이 마냥 즐겁다. 약사여래의 공덕이 내 마음을 따뜻하게 어루만져 주는 것 같다.
등정과정이 어렵다 해도 좌절하거나 피할 것이 아니라 받아들여
내 삶의 한 방편으로 승화시키고 싶다.
그 결과 즐거움을 맛볼 수 있다면 그것이 곧 행복이고 자기 사랑이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