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견문록
(길 잃은 햄스터)
아들집에는 짝 잃은 햄스터 한 마리가 살고 있었습니다.
채 바퀴를 돌리고 미로에 들어갔다 나오며
빨아야 한 방울씩 나오는 물통을 빨아 댔습니다.
밤새도록 낙엽 길을 걸어가는 꿈을 꾸다
새벽에 일어나 거울을 보니 마르고 쾡 한 눈이
바스락 거리고 있는 햄스터 눈을 닮아 버렸습니다.
한잔의 생수로 영혼의 목마름을 적시려 집을 나와
언덕을 좌우로 오르내리며 샘터를 찾았지만
가는 곳마다 도시에 하나님은 쇠창살에 갇혀 면회사절이었습니다.
이제껏 돌렸던 기억의 채 바퀴를 거꾸로 돌려 아들 집으로 향하다가
나는 그만 미로에서 한 마리 길 잃은 햄스터가 되어 바르르 떨어야만 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찾아간 교회역시 시커먼 자물통이 배꼽을 드러내며 서있고
허탈한 마음 되어 종탑아래서서 동편 이름 모를 산을 바라보니
텅 빈 마음만큼 크고 붉은 해가 달처럼 떠오르고 있었습니다.
그곳에도 내 고향 무등산처럼.........
*객지에서 대학 4년을 다녔어도 이러저런 사정으로 아들집에 맘먹고 다녀온 적이 없었다가
졸업식 이라고 해서 서울엘 갔다가 짝 잃어버리는 서울상경 시골햄스터가 될 뻔했다.
난 항상 교회당은 문이 열려있다고 생각했는데 도시교회는 닫혀있었다.
‘장발잔’을 양산 할까봐 늘 닫혀있는가 보다.(?)
생활이 항상 미로같을지라도....힘겹게 빨아도 겨우 한 방울 나오는 일용할 양식에 감사하는
햄스터가 되리라는 다짐을 해보았다.
(2005년 졸업식에 다녀오면서 쓴 메모지에서)
2006년 1월24일 월요일아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