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5일 월요일 아침
안면도 앞바다.
이날은 음력으로 구월 초하루.
갯벌체험하기에 아주 좋은 날이었어요.
아침을 먹고 바닷가 산책도 할 겸
혹시 운이 좋으면 조개를 캘 수 있을까 해서
광희(최광희. 미국)랑 둘이서 호미를 들고 바다로 나갔습니다.
광희는 갯벌에서 조개를 캘 수 있다는 게
믿기지 않는 눈치였어요.
숙소 바로 앞바다에서는 허탕을 치고
차를 타고 저 멀리 사람들이 여럿 모여 있는 곳으로 갔더니
이미 완전무장(장화에 방수복까지)을 한 전문가들이 양동이 가득 조개를 담아놓았어요.
그 옆에서 우리도
호미로 조심조심 모래뻘을 팠더니
뜻밖에 조개가 쏟아집니다.
숙소에서 가져간 그릇에 바닷물을 넣고 거기에 조개를 담았습니다.
얼마쯤 캤을까요 차츰 바닷물이 밀려오기 시작했어요.
일미터쯤 그릇을 들여놓고 캐고 또 들여놓고 캐고
육지에 가까울수록 호미에 닿는 조개의 감촉이 뜸~해지고
우린 그렇게 아쉬움을 남기고 숙소로 왔습니다.
마침 윤옥(이윤옥. 대전)이도 도착해서
셋이서 조개를 삶아 까먹고 그 물에 칼국수를 삶아
저녁을 맛있게 먹었습니다.
모래가 씹히는 게 흠이었지만
광희가 조개를 완전히 뒤집어 속까지 씻어낸 덕분에
안면도 바다모래를 뱃속에 몰래 담아오는 불법행위(^^)는 면했어요.
그 다음날 시장에 나갔더니
우리가 잡은 조개에 이름표가 붙었는데
'명주조개'였어요.
이럴 땐 사진이 좀 있었으면 좋을 텐데...
광희 카메라로 몇 장 찍었는데
출국해서 보내줄 때까지 좀 기다려야 할 듯.
(인터넷에서 명주조개 찾아서 첨부합니다.)
어릴 적 우리가 살던 곳에서 익히 보던 모습들은
산나물을 하고 도토리를 줍고 밤을 따는
주로 산에서 나는 먹을 것들을 채취하는 데 익숙해서인지
갯벌에서 조개를 캐고 게를 잡고(옆에서는 어린 꽃게도 잡고....소라도 잡고..) 하는 것이
이색적인 경험이었습니다.
사람이 사는 곳곳마다 다른 자연 환경들이 펼쳐지고
그리고 거기서 나는 각기 다른 먹거리들,
그것을 채취하는 방법도 맛있게 먹는 방법도
오랜 세월에 걸쳐 전해내려오는 거겠지요.
교과서 속 죽은 지식이 살아 움직였습니다.
앞으로는 식탁에 오르는 조개가
왠지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보일 것 같습니다.
이 지구 생태계
그 안에서 생태계의 일부로 살아가는 우리들,
둘이 아닌 것 같습니다.
함께 어우러져 살아가는 생태 공동체....
창희.
덧붙임: 다음엔
조개 해감하는 노하우를
필히 습득하고 가야 겠습니다.
첫댓글 행여 조개 해감하는 노하우를 습득하지 못했을땐
솜씨 좋은 친구를 동행하는것도 또 하나의 방법일듯...ㅎ (나는 제외 ^^)
그 친구가 누굴까?
자타가 인정하는 솜씨 좋은 친구하나 소개시켜 줄게 ㅎ